사체 암거래 시장의 빛과 그림자
사체 암거래 시장의 빛과 그림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2.07.24 0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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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일 뿐 아니라, 르네상스적 기운을 듬뿍 품은 다재다능한 인간이었다. 그가 남긴 그림들 중에는 오늘날의 낙하산, 비행기, 전차, 잠수함, 증기기관, 습도계에 해당하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그는 심지어 파티플래너를 역임했으며 요리를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와 화재진압용 스프링 쿨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사실은 사체 사취꾼이었다는 설도 있다. 레오나르도는 사람과 동물의 해부도를 평생 그렸는데 그 세밀도와 묘사 방법은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그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남자와 여자의 시체를 30구 넘게 해부해 보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체를 냉동시킬 방법도, 방부제도 없던 그 시절, 그는 썩는 냄새를 참아가며 사체에 매달려 장기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스케치로 남겼던 것이다.

그가 사체 사취꾼이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레오나르도는 인간 신체구조에 대해 일정부분 큰 발자취를 남긴 것만은 분명한 사실 같다.

외신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최근 사체 암거래 시장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체에서 피부, 뼈, 힘줄, 팔꿈치, 고막, 이빨 등의 조직을 모아 치과용 임플란트나 미용성형, 스포츠 의료용 제품의 원재료로 공급하는 국제조직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 조사·보도 저널리스트연합(ICIJ)이 지난해부터 전 세계 11개국에서 8개월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같은 구소련 지역과 동유럽 등이 인체 조직 공급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지난 2008년 법의학 시설에서 한 달에 1000건이 넘는 인체조직이 도둑맞은 적이 있으며 수사를 진행한 결과, 의사가 주범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인체조직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연간 약 200만 건의 인체조직에서 유래된 제품이 팔리고 있는데, 건강한 사람의 사체는 1체에 8만~20만 달러로 거래된다고 한다.

미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의하면, 인체조직을 사용하는 제품은 간염이나 HIV 등의 감염 위험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제품이 사체의 조직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다.

FDA 자료에 의하면 2002년 이후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까지 조직이식 후 감염사례가 1352건에 달했으며 이 중 40명은 사망했다.

현재 혈액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사체에서 유래한 의료용 제품에 대해서는 규제법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인체조직 그 자체를 매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유족의 동의에 의해 사체를 헌납하는 경우는 위법이 아니며, 비영리 단체의 사체조직 은행 등을 통해 의료현장에 공급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체를 사고팔거나 유족을 속여 시체의 조직을 부정하게 확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가 앞으로도 더욱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어두운 세계에서도 긍적적인 면이 상존한다. 각막이식은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광명의 기쁨을 안겨준다. 힘줄과 인대를 리사이클한 제품은 다리 재활을 가능하게 하며 피부는 시체에서 장방형으로 잘라져 가공 처리한 후, 유방재건 등에 사용된다.

앞에서 언급한 레오나르도의 행위도 불법이다. 사람의 사체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일은 비난 받을 일임에 분명하나 여기에도 장기나 조직이 필요한 환자들이 엄연히 상존하는 만큼, 일정한 규제에 의한 체계가 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 분명한 것은 유족을 속여서까지 사체를 확보하여 밀거래 하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 면에서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소멸과 존재에 대한 모독이라는 것이다. (본지 논설위원/소설가/칼럼니스트)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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