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CP 위반 대규모 징계 ‘경계’
제약, CP 위반 대규모 징계 ‘경계’
징계 수위 논란 일파만파 … CP만 있고 징계 가이드라인은 없다
  • 송연주 기자
  • 승인 2014.12.26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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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강화했다. CP 강화는 제약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리베이트 척결 자구책이다. 그러나 CP 위반 시 가해지는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따른다. 최근 일어난 바이엘코리아 노조위원장 해고 사건이 단적인 예다. 업계는 누구나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수준의 징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지난달 일어난 바이엘 김모 노조위원장(43)의 자해 사건은 제약업계에 충격을 줬다. 김 위원장은 일비 부당청구, 허위 콜 입력, 근무시간 미준수 등의 CP 위반으로 해고됐다. 응당한 징계는 받겠으나, 단 한 번의 적발로 인한 해고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한 김 위원장은 이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할복을 시도했다. 응급수술을 받은 후 회복한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를 신청했고, 회사는 그에게 (회사)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최근 국내 A제약사의 직원 5명이 CP를 위반해 회사로부터 정직, 감봉, 경고 조치를 받았다. 사내 CP 관련 자율준수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의 과거 행적에 대한 징계조치다. 노조는 징계수위가 가혹하며, 향후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삼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CP만 있고, 위반 시 적용할 징계 가이드라인은 없다

상기 사례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징계의 합당성이다. 제약사들은 내부적으로 CP를 확립했지만, 위반 시 적용할 징계 수위 가이드라인을 만들진 않았다.

바이엘 김 노조위원장의 해고는 사내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됐는데, 해고 찬반표결에서 사측과 노조측의 표수가 동일하자, 이럴 경우 사측이 결정하는 원칙에 따라 해고처리했다.

노조는 징계 가이드라인이 없어 CP 관련 대규모 징계사태와 권고사직이 남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징계 메뉴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때그때마다 징계 수위가 다르다”며 “특히 징계위원회 표결이 가부동수일 경우에는 사측이 결정하는 구조라 제동을 걸 방법이 없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사측과 잡음을 내면서까지 싸우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엘 노조 관계자는 “만일 어떤 직원은 100원 상당의 위반행위를 한 번 했고, 또 다른 직원은 10만원을 10번 위반했다면 양쪽 징계를 어떻게 줘야 할까. 금액 기준일 때는 10만원을 위반한 직원이 불만을 가질 것이고, 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100만원을 위반한 직원이 항변할 것”이라며 “직원들이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라고 역설했다.

 

 

 

 

▲ 바이엘 노조를 비롯한 한국민주제약노조,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등 제약 노조단체는 지난달 21일 바이엘코리아 본사 앞에서 투쟁집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CP 위반으로 인한 퇴직자가 1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징계 수위가 적정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CP 위반은 바이엘 노조위원장의 경우와 달리 대부분 고객(의·약사)과 직결된 문제라 징계 자체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다국적 제약 B사 관계자는 “중징계를 받은 직원의 대부분은 조용히 권고사직 되기 때문에 징계 합당성에 대해 논의하기 힘들다”며 “회사는 해당 직원이 조용히 퇴사해 재취업할 것을 유도한다. 다른 직원들이 이를 이슈화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 애매한 CP 규정 재정립 급선무

애매한 CP 규정을 정립하는 것 역시 해결 과제다. 애매한 부분에 대해 정리하지 않고 가해진 징계는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예컨대, 1인당 제공할 수 있는 식음료 금액(예 : 10만원) 및 식음료 제공 가능한 거리 규정(예 : 요양기관으로부터 5km 이내)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직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국내 C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규정을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만일 식사비가 10만원이 넘으면 직원들은 10만원 미만으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결제한다. 이때 고객과 장소를 허위 기재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직원들이 위반이라고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교육보다 중요한 건 CP를 준수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제약사들은 CP 규정을 직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엘의 경우 오프라인 교육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을 제공해, 업무 중에도 수시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적어도 내용을 몰라 위반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그러나 교육보다 중요한 건 CP를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느냐다. 매출 압박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CP는 교과서 같은 얘기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말 영업사원의 개인별 매출 목표제를 폐지한 GSK의 사례는 윤리경영 자구책을 모색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국적 B사 관계자는 “CP 위반이 일어나는 이유는 영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며 “회사도 오히려 위반을 묵인하고 권장한다. 영업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회사가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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