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난에 ‘인수·합병’ 바람 다시 부나
병원 경영난에 ‘인수·합병’ 바람 다시 부나
의료기관 개·폐업 95%는 ‘중소병원’ … 병상총량제·의료체계도 맞물려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1.2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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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인수·합병을 허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30년간 병원들은 수도 없이 늘어났지만 중소병원들의 경영수지는 악화됐고, 병상 수에 맞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19대 국회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 야를 가리지 않고 병원의 합병을 허가하는 내용의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지난해 11월19일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종합병원의 설립요건을 300병상 이상으로 상향하고 30병상 이상 300병상 미만의 기존 병원들은 합병 등의 양도·양수를 사실상 허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14년 복지위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도 의료법인의 해산이유에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하는 때’를 첨가하고 합병의 절차 및 합병에 따른 효과 등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평균 부채비율이 높은 의료법인의 특성상 법인 청산 후 잔여재산이 기대 수익보다 크다고 보기 어려워 (의료기관의 해산에 대한) 유도책이 되지 못한다”며 유사 기능의 법인(의료법인 등)과의 인수합병을 논의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 개·폐업 95%는 중소병원인데 … 망해도 ‘퇴로’ 막혀 = 병원들의 인수·합병 허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이미 과잉공급이 지속되는 상황임에도 신규 병원이 늘어나는 의료계의 기형적인 경제구조 탓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의료자원 통계 핸드북에는 지난 2010~2014년 사이 늘어난 병상은 총 1만8539개로 이 중 100병상 미만 병원의 병상은 3736개, 300병상 미만급은 1만9408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300병상 이상 병원과 1차의료기관(동네의원)의 병상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 병원 종·규모별 신규개설 및 폐업 추이. 2013년 기준 병상 규모별로 보면 100병상 미만~299병상을 가진 ‘중소병원’이 개설 및 폐업의 95%가량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소병원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인프라가 부족한 1차 의료기관은 인근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지 않는 상황까지 놓인 것이다.

우후죽순같이 생겨난 병원들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병원 개·폐업의 약 95%는 300병원 미만에서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적자폭이 큰 의료취약지의 병원은 환자에게 필요한 응급실·중환자실 운영과 의사 구인마저 어려워졌다.

더 큰 문제는 ‘망한’ 병원들의 퇴로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의 합병은 재단법인에 관한 법률에 따르는데,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은 법적으로 매각이 불가능해 병원 경영이 악화돼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병원을 팔 수 없고 국가 혹은 지자체에 재산을 귀속시켜야 한다.

# 병상총량제·의료체계도 맞물려 … 정부 ‘신중해야’ = 병원인수·합병 허가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전국의 병상 수를 조절하고 의료 취약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병상총량제’와 의료전달체계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병상 공급의 관리와 의료정달체계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이유로 중소형 비영리법인 병원의 청산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28일 열린 토론회에서 연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병원의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는 “중소형 병원이 적정 규모를 갖출 수 있도록 300병상 미만의 중·소형 병원간 합병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규제 완화 조치를 허용해 300병상 미만 중소형 병원의 청산을 촉진하기 위한 특례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미 ‘공급과 수요’라는 기본적인 경제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의료계의 시장 상황에서는 병원 신설 기준을 현행 30병상 이상에서 300병상 이상으로 늘려 중소병원들의 적정규모를 만듦과 동시에 의료 취약지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 나라의 의료체계는 너무 과열됐고 국민들의 의료이용량도 OECD 평균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증가했다. 어찌보면 이같은 제언은 그동안 과열된 의료체계를 식히는 단계”라며 “국민들도 병원도 피곤한 상황이다. 병상을 적정화하고 정비하는 법안들이 발의가 됐으니 이후 의료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움직임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형훈 과장은 “이 의원이나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의료기관이 청산시 퇴로를 한시적 특별법으로 만들자는 것인데 ”좀 더 많은 연구와 정책자료를 가지고 더 확실하게 (문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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