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혈액검사기 놓고 의·한, 정부 ‘압박’ … 속내는?
[이슈] 혈액검사기 놓고 의·한, 정부 ‘압박’ … 속내는?
의협 “자문 없는 유권해석 납득 불가” vs 한의협 “2014년 해석 갖고 여론전”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2.0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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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기의 한의사 사용 여부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의 ‘보건복지부 압박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 한의협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가능의 근거로 보건복지부의 2014년 유권해석을 내놓은 뒤 사실상 ‘사용 강행’을 선언하며 정부를 압박하자, 의협은 지난달 29일 ‘사용 반대’를 외치며 복지부를 항의 방문하는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의협 “사용 가능 결정, 자문도 없어 … 한의사 결과해석 못해” = 의협은 지난 3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은 한의사의 진단능력을 넘어서며 의료비를 증가시킬 것”이라며 “혈액검사 등의 검체검사는 채취보다 결과도출의 정확성과 판독의 적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검사 종류도 다양해 한의사가 해당 검사나 의미의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헌재의 결정에만 따랐을 뿐 정작 전문가단체인 학회나 의사회 등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다”며 “우리 협회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으므로 복지부의 답변을 받은 후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한의협 “이미 ‘가능’해석 내려 … 기만 말라” = 한의협은 이미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의협의 복지부 방문은 단순 민원성 사안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의협은 3일 논평을 통해 “의협은 이미 2년 전 검토를 마치고 유권해석을 내린 사안에 대해 이제와서 의사 달래기용의 의미 없고 유치한 언론전을 벌이고 있다”며 “복지부는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발표했음에도 의사들은 힘의 논리를 앞세워 복지부에게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복지부는 ‘일부 언론에서 2014년 유권해석을 재검토할 것처럼 보도한 것은 오보’라고 했다”며 “2년이 지난 일인데 이제와서 유권해석의 부당함을 알리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간담회 이틀 뒤인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1월31일)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선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한의사는 어떻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게 됐나 = 양 단체의 대립은 2011년과 2014년, 복지부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전혀 다른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에서 비롯됐다.

복지부는 2011년 7월 혈액검사기 사용에 ‘현대의학적 이론에 의한 혈액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원에서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2011년의 유권해석에 제동을 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한의사 박모 씨 등 한의사 두 명은 지난 2012년 한의원에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등을 이용해 환자를 진료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박씨 등은 헌법재판소에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불허를 취소해달라는 뜻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2013년12월 헌재가 박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는 판결문을 통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해석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둬 풀이돼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동화된 기기의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다고 보기 어려우며 ▲동의보감에서 녹내장·백내장에 해당되는 질환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고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기본적 교육이 진행된다는 점을 헌재가 인정한 것이다.

이같은 판결이 있자 복지부는 지난 2014년 3월 종전 해석을 뒤집고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을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 2014년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유권해석 공문.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2013년 말 헌법재판소의 안압측정기 등에 대한 판결취지와 한의과대학 교과과정 그리고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한․양방 의료간의 진료방법 및 치료기술이 점차 접근되어 가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채혈을 통해 검사결과가 자동적으로 수치화되어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후 복지부의 입장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 쪽으로 입장이 정리되는 듯했으나, 복지부의 답변을 양 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논란이 촉발된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의협은 2014년 복지부의 유권해석 자체에 문제가 있으며 한의사의 혈액검사기 사용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의협은 복지부의 답변이 원론적인 답변임과 동시에 잘못된 의견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상호 대립하고 있다.

▲ 위쪽부터 추무진 의협 회장과 김필건 한의협 회장.
# ‘내부 결속’ 위한 여론전 지적도 = 의료계와 한의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추무진 의협 회장이 겪고 있는 내부갈등, 오는 2월말 열릴 한의협 회장 선거 등 양 단체가 겪고 있는 상황이 복지부에 대한 항의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의협의 한 대의원은 “이미 양측은 상대방의 논리를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무진 의협 회장이 회원들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한의협 측에 반응에 대한 강한 대처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자연스레 복지부에 큰 소리를 내는 것이 회원들의 비난을 잠재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김필건 회장의 시연 이후 복지부에 압력을 넣겠다고 하면서 정작 회원들에게 보여줄 만한 뭔가를 아직 꺼내놓지 못한 상태”라며 “2월말 열리는 한의협 회장 선거에서 김 회장이 재선에 출마할지는 미지수지만 김 회장이 출마하지 않더라도 내부강화를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복지부를 압박해 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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