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한약 안전검사’ 십자포화 … 이유는?
의료계 ‘한약 안전검사’ 십자포화 … 이유는?
‘말기심부전 한약’ 사건 이후 의료계 맹공 … “한의계·정부 향한 분노 폭발”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2.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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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말부터 올해까지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두고 이어지는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이 한약제제의 효능검사 및 안전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최근 사용금지된 약재가 들어간 한약을 복용한 환자가 말기신부전 진단을 받은 사례를 두고 모 한의원 프렌차이즈 업체에 ‘1억9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하면서 의료기기 문제가 한약제제 전반에 대한 안전성 논란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근거중심의학연구원은 11일 오전 성명을 통해 “보건당국은 즉시 해당 약제가 유통된 한의원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이를 처방받은 모든 환자들을 추적 조사하라”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문제가 있는) 쥐방울덩굴류 한약재는 여타 국가의 경우 2000년도를 전후로 사용을 차단시켰으나 우리나라는 2005년이 되어서야 약재의 유통과 사용을 금지시켜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한의계에서도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역설해 온 한약 부작용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11일 성명을 통해 ▲모든 한약의 성분·용량의 표기 의무화 ▲모든 한약의 원산지 표기 의무화 ▲한약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평가에 대한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과자 한 봉지에도 원산지, 성분, 용량을 표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환자 치료에 쓰이는 ‘약’의 안정성 및 유효성에 대한 평가 없이 처방을 허락하고 국민의 세금인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상식을 벗어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환자가 자신이 투여받는 약물의 정체를 아는 것은 상식이며 권리다. 국민은 실험용 생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한의약에 대한 감시 강화를 촉구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11일 브리핑에서 “한약제제는 의약품이 받게 되는 여러 검증 절차가 없다”며 “한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추 회장에 따르면, 한의약으로 인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심근경색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마황(에페드린 성분 함유)을 기준치 이상으로 사용하던 한의원이 적발됐다.

또 지난해 의협 자체 조사에서도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97%가 ‘한약 부작용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는 등 한의약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추 회장은 설명했다.

# 제조과정·혼합비율·효능 평가 없는 한의약(?) = 의료계의 맹공이 이어지는 이유는 한의약이 여타 의약품에 비해 안전성·유효성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의약품은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만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3차 임상을 통과한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를 보면 식약처가 지정한 동의보감, 방약합편, 향약집성방, 경악전서, 의학입문, 제중신편, 광제비급, 동의수세보원, 본초강목 등 한약서에 적힌 처방에 해당하는 약제는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한약제재의 경우 처방량이나 적응증, 복용법, 제조법 및 함량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평가 역시 한약서에 나온 원리로만 진행된다.

▲ 식품의약품안전처(전 식약청) 고시 내 한의약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기준. 한약제제의 경우 한약서의 원리를 심사기준으로 하고 있어 일반적인 의약품 평가 기준과는 다른 ‘엉터리’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2008년 9월 한의 의료기관의 원외탕전실 설치 및 탕전실 공동이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비의료인의 탕전 문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효과를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약제의 혼합비율이 통합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는 약품이 제조된 과정마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 의료계 “한의계 향한 반격 … 대정부 분노도 폭발” = 의료계 인사들은 이와 같은 의료계의 맹공이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찬성론’을 막기 위한 반격이라고 분석했다. 의협이 말한 바대로 한의약과 관련한 유효성 검증 논쟁과 의료계의 비판은 하루이틀 일이 아님에도 의료계가 한의계를 향한 포화를 쏟아붓는다는 자체가 그동안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던 한의협에 대한 반격이라는 것.

의협의 한 관계자는 “한의협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만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과오(1월12일 열린 김필건 한의협 회장의 골밀도 측정기 시연)에는 단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 정부에 소송을 건다느니 협박을 일삼으면서 의사들을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한 악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문제는 그동안 한의계의 억지 주장에 대한 의사들의 반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내부 관계자들은 또 최근 벌어진 만성신부전 환자 사건으로 인한 의료계의 반발은 한의계뿐만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협의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가 그동안 복지부 내에서 ‘입김이 너무 세다’, ‘너무 기고만장한 것 아니냐’는 의료계 내부에 비판여론이 있었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의 한 대의원도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가속화시키면서 쌓였던 불만 여론이 폭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약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단체들은 이번 문제가 복지부나 식약처의 관리 소홀이라는 주장을 꼭 넣는다. 억눌려 있던 분노가 폭발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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