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醫心)’ 읽는 토론회, ’의심(疑心)’만 남았다
‘의심 (醫心)’ 읽는 토론회, ’의심(疑心)’만 남았다
회원들, 추무진·집행부 향한 성토 쏟아져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2.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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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평의사회장과 추무진 회장이 토론 중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심(醫心)’을 읽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범의료계 대 토론회’가 원래 목적이었던 원격의료 및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라는 문제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오히려 추무진 의협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압박과 성토가 이어졌고, 회원들의 ‘공격’에 집행부는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였다. 

“의협 왜 투쟁 안하나…협의체 탈퇴하라” vs “의사들 자신감 없느냐…투쟁 능사 아냐”

의협은 지난 13일 의협 회관에서 의료계 인사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고 원격의료와 의·한 갈등, 리베이트 쌍벌제, 민간실손보험 청구처 이관 문제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의협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와 함께하고 있는 협의체에서 빠져나온 뒤 한의협과의 대화를 전면 중단해야 하며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욱 대한평의사회 회장은 “지난해 10월24일 이후 추 회장의 행보를 해명하라. 원격의료에 반대한다고 밝혔음에도 장관만 만나느냐”며 “의협의 입장이 궁금하다”고 운을 뗐다.

다른 한 회원은 “왜 의사들이 한방 문제에 분노하는지 그 정서를 알아야 한다”며 “한방 문제가 하루이틀이 아님에도 추 회장은 보궐 선출된 기간을 합해 총 1년6개월 동안 대응 미흡과 잘못된 의료일원화 정책을 꺼내들었다. 의료일원화 협의체 탈퇴와 김필건 회장 고발 의사를 이 자리에 밝히라”고 주장했다.

초반부터 큰 반발에 부딪힌 이광래 범의료계대책 위원회 위원장은 “한의계와 관련한 모든 문제는 일원화로 모인다. 회원들의 뜻이 의료일원화에 반대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협의체에 의협이 참가하지 않으면 한의협의 행동을 막을 수 없다. 협의체를 통한 순기능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단순히 강력한 ‘투쟁’보다는 정부·국회와의 대화 등 투쟁 노선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말이다.

하지만 김장일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은 “오히려 의료일원화 협의체로 자연 도태중인 한의계를 대화 파트너로 격상시킨 것은 의협”이라며 “누가 이런 계획을 했는지 통탄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추 회장은 “협의체는 지금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한의사와의 통합 문제에서 ‘(한의학에 대해) 왜 회원들이 자신이 없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의료일원화는 오랫동안 의협이 해온 큰 줄기사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 회장의 말은 많은 참석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전라남도 의사회의 한 간부는 “회원의 정서는 협의체는 탈퇴다. 협회장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꼬집었고 다른 회원 역시 “그 말은 망언 수준이다. 우리 나라와 아프리카의 의사면허를 통합하자면서 자신감이 없냐고 할 것이냐? (한의사가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자질의 문제를 자신감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회원 행동해도 집행부는 뒷짐만” 집행부 ‘무능론’ 쏟아져

참석자들은 지난달 12일 김필건 한의협 회장의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시연에도 의협이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며 분개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집행부 등은 김 회장의 현대 의료기기 시연에 대한 법적 문제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법률 검토와 자문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12일 당일 의료혁신투쟁위원회가 김 회장을 고발함에 따라 의협은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의혁투와 동일한 사안으로 고발이 이뤄질 경우 동일한 사건으로 처리돼 접수가 안되기 때문이다. 또 ‘한의협의 도발에 말려들지 말자’는 내부 의견도 있어 의협은 고발을 포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협의 답변에 한 회원은 “이미 조사중인 건은 고발 성립이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의협의 고발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아청법 문제(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으로 인한 진료중 추행 문제)도 회원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협은 ‘강건너 불구경’하지 말고 검찰에 탄원서라도 넣고 항의 방문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 왜 의협은 뒷짐만 지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회장, 투쟁의지 없으면 초야(草野)서 쉬시라”

▲ “이제는 무추진 말고 추진해야 할 것 아닙니까?” … 한 회원이 추무진 회장의 회무 능력을 비판하며 ‘투쟁의지가 없으면 사퇴하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추 회장에 대한 성토였다.

한 회원은 “추 회장이 자신감을 운운하는데, 협회장이 회원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추 회장은 리더의 각오가 없지 않느냐. 투쟁을 못할 거라면 초야에서 쉬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정모 회원은 “모든 문제는 지도자의 의지와 각오의 문제다. 집행부와 회장이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가 정부의 프로그램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 내에서는 추 회장이 원격의료를 묵인했다는 소문까지 나온다”며 “2007년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며 개원가가 집단휴진을 했을 당시 집행부는 의료법 개정안이 본의회 상정만 돼도 집행부를 총사퇴하겠다고 했다. 이러니 회원들이 따라간 것 아니냐. 추 회장은 차라리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 상정되면 사퇴하겠다 해라. 그럼 의사들도 따르고 회비도 잘 낼 것”이라고 말했다.

노환규 전 회장도 “지금이 과연 2014년 집단휴진과 비교하면 평온한 상황이라 볼 수 있느냐”며 “비대위 활동은 법적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민간실손보험 간소화를 위한 업무이관 등 이슈가 많다”며 “회원은 무서운데 집행부는 안하고 있다. 왜 이렇게 평온한 것이냐”라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한방 정책에 추 회장이 회원들과는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으며 “(1월30일 궐기대회에 난입한) 최대집 의혁투 대표를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은 안된다. 다음주 열릴 국회 의료일원화 토론회도 참석하지 말라. 이번에 참석하면 집행부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뿐만 아니라 큰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통감은 했지만 … 아쉬운 토론 됐다

▲ 추무진 회장이 회원들의 의견을 정리한 뒤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있다.

추 회장은 회원들의 쏟아지는 질책에 “회원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운을 뗐다.

추 회장에 따르면, 오는 18일 국회 의료일원화 토론회에는 의협 대표를 참석시키지 않을 것이며 최대집 대표의 윤리위 재논의에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또 의료계의 현안에 대한 의협 내부의 소통창구 강화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이날 나온 민간실손보험 청구처 이관 문제, 비급여 현황 조사 등에서 의사들의 피해가 없게 노력하고 향후 시군구 의사회 총회 등을 찾아다니며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추 회장의 말이다.

하지만 추 회장의 통감에도 토론회에서는 마땅한 대안이나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한의계와의 갈등에 대한 해명이 없어 오히려 의구심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토론시간이 두 시간으로 제한돼 회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어 토론회 이후에도 협회 로비에서 난상토론을 벌였으며, 토론회 중 의협 집행부 일부 인사는 회원들과 노 전 회장을 향해 ‘(집행부와 추회장을) 비판하지 말고 방향성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등 토론이 아닌 언쟁을 벌이기도 해 아쉬움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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