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죽음이 미치는 영향
한 사람의 죽음이 미치는 영향
베르테르 효과, 소설 안 읽은 사람에게도 영향
  • 하주원
  • 승인 2017.12.24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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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지난 한 주, 젊은 뮤지션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평소 그의 팬이었고 그의 노래나 라디오를 통해 위로 받았기에 슬프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그가 누군지도 잘 몰랐음에도 소식을 듣고 불안과 우울이 커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들리는 TV 소리, 무심코 조회한 후 스크롤 해버린 SNS… 거기에 실린 소식이 우리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듯해도 사실 우리 뇌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 기억을 붙들어 맵니다.

흔히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해 연달아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베르테르 효과‘라고 합니다.

베르테르 효과가 무서운 까닭은 당시 실연당해 우울증에 빠진 베르테르처럼 자살한 많은 사람들이 전부 괴테의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 읽은 것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 소설을 직접 읽고 베르테르에게 동화되지 않았더라도, 자살을 하는 친구의 소식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덜 극단적인 것으로, 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대안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 사람의 자살은 여러 사람의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의식적으로 ‘저 사람이 그랬으니 나도 그래야지’ 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 베르테르 효과가 무서운 까닭은 당시 실연 당해 우울증에 빠진 베르테르처럼 자살한 많은 사람들이 전부 괴테의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 읽은 것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이케가야 유지는 ‘단순한 뇌 복잡한 나’에서 동물이 자살을 하지 않은 까닭에 대해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동료나 무리에서 자살 자체를 보지 못했기 때문도 클 것 같습니다. 많이 본 것일수록 많이 생각이 납니다.

자살에 대해 너무 자세한 보도를 하고 방법에 대해서도 언론이 안내를 해줘 생긴 부정적 영향은 상당합니다. 공포나 불안이 악화되고, 자살 방법에 대해 생각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기사를 되뇌며 잠을 못 자는 경우, 겨우 회복이 되었는데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나서 힘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정신과에 와서 이런 감정들을 말로 꺼내놓을 수 있다면 차라리 낫습니다. 지금은 기사를 무심코 읽었더라도, 우울하고 처지는 시기에 그 내용이 떠올라 누군가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너무 상세한 보도를 하는 것은 묻어둔 기억이나 회복 전의 감정을 다시 꺼내 보게 하므로 보도 기준 등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의외의 교훈을 얻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A씨는 그의 자살을 보며 남들보다 많이 가진 상태, 부러워하는 지위를 통해서 꼭 행복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그는 다들 원하는 돈과 명예를 지닌데다 재능을 인정받았음에도 우울증에 빠졌으니까요.

“돈이 많고, 재능이 있고, 유명해지면 마치 행복해질 것 같잖아요. 늘 그런 생각을 하고요. 저한테는 그게 없어서 우울하고, 그게 있어야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위치가 되지 않는 이상 치료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그러나 이렇게 의미 있는 깨달음은 A씨가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였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같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합니다. 더 약한 사람이 더 많이 흔들립니다. 어떤 소식이나, 어떤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은 나쁜 친구처럼 멀리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하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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