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공급중단 사태 대책 ‘사후평가·신속급여’ 도입 필요”
“약물 공급중단 사태 대책 ‘사후평가·신속급여’ 도입 필요”
환연 안기종 대표 “환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 ‘강제실시’는 대안으로 보기 어려워”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8.06.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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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최근 다국적 제약사가 환자들을 볼모로 약가협상을 위해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연이어 벌어져 환자들과 의료계 관계자들의 분노를 샀다. 간암치료에 필수적인 ‘리피오돌’과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쓰는 ‘아이클루시그’에 대한 이야기다.

리피오돌은 간암치료에 있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CT조영제다. 1998년 국내 처음 들어온 이 약은 암세포가 있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흔히 간동맥 화학 색전술에 사용되는 유일한 약물이다.

그런데 리피오돌을 공급하는 게르베코리아는 올해 초 약값을 인상해 달라며 약가조정 신청을 한 뒤, 약가에 대한 경쟁력을 이유로 국내에 리피오돌에 대한 공급을 줄였다. 5월 말부터 리피오돌의 수입이 재개됐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지난 두 달 동안 의료현장에서는 리피오돌의 재고분마저 바닥이 나 당장 환자 치료에 빨간 불이 켜졌었다.

11일부터 발매되는 한국오츠카제약의 3세대 백혈병 치료제 아이클루시그도 약가협상 관련 문제로 추정되는 논란이 벌어진 약이다.

아이클루시그는 2세대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겼거나 T315I 돌연변이를 가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이다. 지난해 6월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속승인을 받았고, 올해 4월에는 건강보험 급여목록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은 이 약을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었다. 오츠카제약이 국내에 이 약을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들은 한 달에 22만원이면 먹을 수 있는 약을 1000만원을 들여 외국에서 직접 구입해 복용하고 있다.

“약 공급 논란은 ‘환자 중심’ 아니어서 생긴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사실 이같은 일은 최근 근래에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노바티스 ‘글리벡’, 로슈 ‘푸제온’ 등도 약가협상과 관련, 과거에 유사한 논란이 벌어져 환자들과 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리피오돌과 아이클루시그에 대한 문제를 최근 제기했으며, 글리벡과 푸제온 논란 등에도 관여한 바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를 만나 이같은 사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안기종 대표는 이같은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환자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에서는 ‘환자 중심’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의사가 약물에 대한 처방권을 갖고 있는 전문약이 매출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는 제약업계에서는 ‘환자 중심’이라는 말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치료 대상자인 환자의 의사가 실제 약가협상 등에서는 염두의 대상이 되지 않고, 오히려 볼모로 여겨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제약사는 약을 만들 때 환자단체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다. ‘이런 약들을 개발해보는 것 좋겠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제약사들은 철저하게 이윤 중심”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사후평가’ 강화 및 ‘신속급여’ 도입”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안 대표는 이처럼 환자들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후평가’ 강화 및 ‘신속급여’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는 평가하기 어렵다. 항암제 같은 경우는 사후평가를 강화해서 병원에서 하는 거니까 정부가 적어도 재정적으로 투입해서 환자가 많이 쓰는 약제들은 사후평가를 통해서 치료성적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약가 허가를 받고 급여등재까지 될 만큼이 아니라고 판단이 되면 약가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 환자중심, 환자참여의 문제가 나온다. 환자들이 동의를 해주면 내가 먹는 약을 잘 평가해서 내가 치료했던 자료들이 공익적으로 평가돼서 나중에 다른 환자들이 이 약이 정말 괜찮은 약인지 현재 건강보험을 재정하는 게 적절한데 사용될 수 있는지 근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절반정도는 동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약을 다 할 수 는 없겠지만 중요한 약들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는 약들에 한해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며 “특히 효과에 비해 환자를 볼모로 삼아 약가가 높아졌다는 약들은 사후평가가 꼭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환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으로 ‘신속허가’보다 강화된 ‘신속급여’ 제도를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신속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리벡의 경우 일주일 만에 허가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급여 등재까지 포함하지 않아 돈있는 사람들과 실손 보험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손보험 미가입자나 저소득층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

그는 “저소득층 환자들을 위해 신속허가 일반 심사할 때 급여도 같이 심사하자는 것이다. 심평원에서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으면 임상적 요소 등을 평가하는데 이때 급여 등재도 같이 추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

그는 이어 “약값은 OECD 최저가로 하면 된다. 선진 7~9개국은 제약사에서 원하는 가격으로 등제된다. 아니면 OECD 3개나라 평균 최저가로 정해서 공급하면 된다. 일단 정하고 그 다음부터 평가를 진행한 뒤 약가가 최종 결정되면 임시약가하고 최종차액을 정산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1년에 7억원이 들어가는 약이 있다. 그런 약들도 환자에게 필요하면 쓰게 해줘야한다. 제약사랑 정부랑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며 “정부가 선별급여제도로 비용을 확 떨어뜨리고, 전환치료비로 3000만원을 지급해 주고 있지만 실제로 환자들은 쓰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번 기각되는 강제실시, 대안으로 보기 어려워”

반면 그는 이 같은 문제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특허강제실시’제도는 적합한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른 국가들과의 마찰을 고려해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강제실시는 국내에 약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칠 때 국내 제약사를 지정, 특허를 해지해 주어 환자들에게 약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하는 제도다. 실제로 글리벡, 푸제온 공급 논란을 비롯해 2009년 신종플루가 대유행 하던 시기에 국내 보유량이 부족했던 로슈 ‘타미플루’ 등에 대해 이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이제까지 국내에서 한 번도 시행된 역사가 없다. 각 제약사들의 거점을 두고 있는 나라들과의 통상 무역 마찰 문제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글리백이나 프제온 같은 경우에는 두 번이나 강제실시를 정부에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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