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기술 뜨거운 논쟁 언제까지?
유전자 편집기술 뜨거운 논쟁 언제까지?
“비용·시간 절감 가능 … 개인화 신약개발에도 기여”

“바이러스 감염으로 합병증 및 사망위험 높일 것”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9.03.19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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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기술을 두고 신약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오히려 사망위험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유전자가위 DNA gene
유전자 편집기술을 두고 신약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오히려 사망위험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유전자 편집 기술을 두고 여전히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신약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감과 오히려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유전자 편집 활용해야 … 신약 개발 가능성 ↑

유전자 가위라 불리는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CRISPER)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말한다. 1·2세대 유전자 가위와 달리 복잡한 구조가 없으며 DNA 절단 성능이 좋아 특정 DNA를 제거하고 수정·삽입할 수 있다.

좀 더 정밀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지면서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질병표적을 확인하고, 화합물을 스크리닝하는 것은 물론 동물모델을 활용한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기술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유전·생명공학 전문매체 젠(GEN : Genetic Engineering & Biotechnology News)은 지난 1월 유전자 편집기술을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1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소모되는 유전자·세포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합성신약 발굴 프로세스를 효율화해 신약개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면 질병과 관련된 돌연변이 세포주를 보다 정확하게 제작해 세포 기반 스크리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하면 여러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동시에 유도해 질병 유전형을 보다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우수한 세포 모델을 사용하면 초기에 비효율적인 화합물을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후보물질의 효능 및 안전성을 테스트하는데 사용되는 세포 및 동물모델 제작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일례로 단일 돌연변이 동물을 교차시키는 대신 유전자를 직접 편집해 다중 돌연변이가 있는 마우스 모델을 제작할 수 있어 더 넓은 범위의 동물모델 제작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 편집 기술은 보다 빠르고 저렴한 신약개발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개인화된 유전자 기반 및 세포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에도 활발하게 사용돼 개인화 신약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이다.

 

유전자 편집 중단돼야 … 사망 위험 ↑

희망적인 관측과 달리 유전자 편집 연구는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여러 나라의 학자들이 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전자 편집 분야 연구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펑장(Feng Zhang)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임마뉴엘 샤펜티어(Emmanuelle Charpentier) 연구원 등 7개국 18명의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은 1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논평을 통해 중국 과학자 허젠쿠이(HeJiankui) 박사를 언급하며, 유전자 편집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유전자 편집 임상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왕립학회와 미국 국립과학원(NAS), 국립보건원(NIH) 등도 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허젠쿠이 박사(34,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인체면역결필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일명 ‘디자이너 베이비’)를 태어나게 했다고 발표, 전 세계 생명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인물이다.

유전자 편집 연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학자들은 “허젠쿠이는 HIV를 사람 세포 안으로 들이는 수용체 유전자의 비활성을 시도했다”며 “이런 변형은 되레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임상을 진행하려면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효율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유전자 편집 임상 실험으로 지능, 체격, 피부색 등 특정 유전적 성질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아기’의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사점을 던진 만큼 사회적·윤리적인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들은 이 같은 촉구가 앞으로도 유전자 편집 임상연구를 계속해서 막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도 전했다. 다만 향후 5년 동안은 임상을 금지하되 이후에는 토론과 의견수렴 등을 통해 임상시험을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이런 과정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전자 편집 아기, 에이즈뿐 아니라 뇌졸중 발생 가능성도 낮아

한편 허젠쿠이 박사가 탄생시킨 ‘디자이너 베이비’ 같은 유전자 편집 아기들은 에이즈뿐 아니라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에이즈 감염과 관련 있는 유전자 ‘CCR5’를 없애면 기억·학습 등 인지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인데, 미국 UCLA 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에 의해 진행된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는 지난달 21일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CCR5’는 에이즈(AIDS)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HIV를 인체에 침입하도록 돕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허젠쿠이 교수도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으로 수정란에서 문제의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서 HIV에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UCLA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허젠쿠이 박사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유전자가위 DNA gene 임상실험 임상시험

연구팀은 CCR5 유전자를 억제한 쥐를 관찰한 결과 뇌 세포 사이의 연결망을 형성하는 속도가 비교적 빨라졌다. 이는 다른 쥐에 비해 기억이나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뇌졸중 발생 확률이 낮을뿐아니라,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뇌 세포간 손상된 연결망의 회복 속도 역시 비교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허젠쿠이 박사가 만든 디자이너 베이비가 에이즈뿐만 아니라 뇌졸중에도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UCLA 알치노 실바 교수는 "쥐와 사람은 유전자 기능이 비슷하다"며 "만약 허 교수가 ‘CCR5’ 유전자만 정확하게 없앴다면 쌍둥이 아기들도 뇌졸중 발생 확률이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CCR5’ 유전자의 기능이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만을 놓고 예단할 수 없으며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게 실바 교수의 지적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뇌졸중 환자와 HIV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CCR5’의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매라바이록(MVC)’을 투여하고 인지기능 향상 여부를 관찰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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