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 -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 ‘40년 최씨 고집’ 명성 되찾을까?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 -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 ‘40년 최씨 고집’ 명성 되찾을까?
3년 연속 매출 1조 달성 ... 경영능력 의문부호(?) 해소 기여

식품회사이면서 식품회사 아닌, 식품회사 같은 제약회사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3.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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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서울 서초구 광동제약 본사
서울 서초구 광동제약 본사

 

‘한방 외길’ 최수부 회장의 광동제약 창업기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경옥고, 우황청심원, 쌍화탕 등 한방의약품에 특화된 기업으로 잘 알려진 광동제약은 고 최수부 회장이 1963년 창업한 제약회사다.

고 최수부 회장은 초등학교 중퇴라는 무학자에 가까운 학력으로 맨손으로 굴지의 제약회사를 일궜다.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집안사정으로 열두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도와 집안의 생계를 책임졌다고 본인의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제약회사와의 인연은 군 제대 후 시작됐다. 첫 직장 고려인삼산업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최 회장은 경옥고 외판원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영업 현장에서 보낸 이 시간은 최 전 회장이 ‘집념과 끈기를 배운 시간이었다’고 회고할 만큼 향후 경영에 큰 자산이 되었다.

영업사원으로 일한 지 2년여 후인 1963년. 그는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의 한 건물에 경옥고를 달일 수 있는 가마를 설치하고 지금의 광동제약을 창업했다. 1960년대 후반까지 광동제약은 직접 약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가내수공업 형태로 유지됐다. 10여 년간 판매한 제품은 경옥고와 한약재를 비닐에 담아 파는 이동건재상이었다.

창업 10년 만인 1973년 최 회장은 회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같은 해 거북표 우황청심원 제조 허가를 취득했다. 광동제약은 한방의 과학화와 대중화를 사업목표로 1987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체계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1989년 상장 이후에는 식품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1994년에는 광동한방병원을 개원했다. 이후 생약복합체의 조성물(사향대체청심원) 특허 취득(2000년), 방부제 없는 생약소화제 '광동위생수' 및 '생록천' 출시(2010년), 솔표 등 조선무약 상표권 인수 등 한방분야의 성과가 이어졌다.

 

광동제약의 창업주 고 최수부 회장.
광동제약의 창업주 고 최수부 회장.

 

▲“시련은 산삼보다 더 좋은 보약”

고 최수부 회장은 50년간 한눈팔지 않고 제약이라는 한우물을 파온 인물로 평가된다. 그가 일흔이 넘도록 우황청심원의 핵심 약재인 웅담, 우황, 사향 등을 직접 골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90년대에는 광동 우황청심원 TV광고에 직접 출연해 “아직도 내 손으로 직접 우황을 고른다”고 말하며 대중에게 ‘최씨 고집’을 알리기도 했다. ‘최씨 고집’은 광동제약의 본질이자 사명이었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 건 1998년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부도 위기에 처했던 회사를 살린 동력은 상여금을 반납하면서까지 구원투수로 나선 직원들의 단합이었다. 최수부 회장은 부도위기를 넘긴 뒤 그 고마움에 대한 뜻으로 자기보유 주식 10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양도하고, 2000년에는 직원들이 자진 반납한 상여금을 전액 지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위기의 순간을 거치면서 최 전 회장은 “시련은 산삼보다 더 좋은 보약”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광동제약은 마시는 비타민 ‘비타500’의 선전으로 제2도약기를 맞았다. 2001년 2월 출시한 ‘비타500’은 웰빙 열풍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한 지 2년 만인 2003년 5월에는 판매량 1억병을 돌파하며 광동제약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광동제약은 이후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을 차례로 내놓았고, 제주삼다수 판권을 가져오며 일반 음료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업적인 발전 이외에 심장병어린이 돕기, 연탄 무료지원, 희망의 러브하우스 등 임직원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고 최수부 회장은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2013년 7월 향년 78세로 영면에 들었다.

 

2013년 오너 2세 시대 개막 ... 지배구조 강화에 주력

2013년 고 최수부 회장 타계 직후 광동제약은 오너 2세인 최성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최성원 대표는 최 전 회장의 외아들로 1남 4녀 중 막내다. 1969년생인 그는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 2000년 상무이사, 2001년 전무, 2004년 부사장, 2005년 사장을 거쳐 최수부 회장 타계 후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이후 2015년부터 지금까지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최성원 부회장은 현재 광동제약 지분의 6.59%를 보유하고 있다. 모친인 박일희 여사는 1.29%, 부인 손현주 씨는 0.48%, 아들 최윤석 군은 0.48%, 최 부회장의 누나들과 그 가족의 지분은 모두 0.63%로, 직계 가족 보유 지분을 다 합치면 총 9.47%다. 오너일가 지분을 모두 합쳐도 10% 미만대에 그쳐 일각에서는 광동제약의 지배구조가 너무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광동제약 지배구조
광동제약 지배구조

하지만 광동제약의 대주주이자 최 부회장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가산문화재단과 광동생활건강의 지분이 각각 5.0%, 3.05%이고, 그동안 잇따른 자사주 매입으로 영향력 있는 지분이 40%를 넘기면서 경영권에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광동제약은 최성원 부회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2004년 자사주 200만주를 매입한 이후 꾸준히 자사주 비중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시를 통해 자사주 100만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는 등 지배구조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로써 광동제약의 자사주 비중은 24.49%까지 상승했다. 자사주는 향후 지주회사 전환과 3세 승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고 최수부 회장이 설립한 공익법인 가산문화재단은 2013년 최 회장 타계 이후부터 최성원 부회장이 재단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광동제약 지분 262만주(5.0%) 중 228만주는 지난 2013년 최 회장이 기증한 것이다.

▲ 오너 보유 개인 회사 일감몰아주기(?) 따가운 시선

최 부회장이 지분 80%을 보유하고 있는 광동생활건강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광동제약 주식을 매입해 현재 지분 3.05%을 보유하고 있다. 광동생활건강이 광동제약의 지분을 매입한 시기는 광동제약의 자사주 매입 시작 시기와 일치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1993년 설립된 광동생활건강은 최 부회장의 개인회사로 사업구조나 매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광동제약의 공시 내용을 보면 광동생활건강은 광동제약의 건강식품과 드링크류 등을 유통하면서 마진을 남기는 기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사간 거래액도 해마다 늘고 있다.

광동제약의 최근 3년간 사업보고서를 보면, 양사간 거래액은 2016년 52억원에서 2017년 81억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에도 3분기 현재 63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61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부친의 기업을 물려받은 입장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최 부회장이 개인회사인 광동생활건강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손쉽게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최성원 부회장, 경영능력 보여줬지만 과제도 많아

광동제약의 오너 2세 최성원 부회장(최수부 회장의 외아들)
광동제약의 오너 2세 최성원 부회장(최수부 회장의 외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성원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일단 광동제약은 최성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국내 제약기업들의 최대 소망 중 하나인 매출액 1조 시대를 열었다. 2016년 창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1조564억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2017년(1조1416억원)과 2018년(1조1802억원) 등 3년 연속 매출액 1조를 넘겼다. 이런 최 부회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부호(?)는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중소제약사의 한 고위 임원은 “우리상황에 신약개발은 힘들고 제네릭으로 겨우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요즘은 (정부 정책 때문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며 “솔직히 광동제약이 잘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부럽다”고 말했다.

B중소제약사의 영업이사는 “요즘처럼 영업하기 힘든 적이 없다”며 “신약개발을 하려해도 총알(자금)이 있어야하는데, 거기(광동제약)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개발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느냐”며 역시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식음료 사업 영향 매출 1조 시대 열어 ... 수익성 지속 하락

하지만, 광동제약의 매출 1조원은 제약이 아닌 식음료사업의 성장 덕분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과연 제약회사 CEO로서의 역량을 갖추었는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실제 광동제약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제주삼다수’ 30.7%, ‘비타500’ 12.7%, ‘옥수수수염차’ 8.1%, ‘헛개차’ 5.7% 등 음료매출의 비중이 60%를 넘나들고 있다. 반면 ‘쌍화탕류’ 1.7%, ‘청심원류’ 6.3%, ‘백신류’ 5.9%, ‘항암제류’ 2.1% 등 의약품 부문의 매출은 20%를 갓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광동제약은 제약회사가 아닌 식품회사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제약사 간판을 내려야한다는 따가운 지적도 받았다.

문제는 또 있다. 광동제약은 3년 연속 매출 1조 시대를 열고 있지만,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최성원 대표가 부회장으로 취임한 2015년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5년 509억원, 2016년 444억원, 2017년 357억원, 2018년 33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2015년 361억원, 2016년 279억원, 2017년 231억원, 2018년 220억원으로 매년 내리막길이다. 실속없이 덩치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동제약 연도별 매출액 및 연구개발 투자 현황
광동제약 연도별 매출액 및 연구개발 투자 현황

▲ 제약부분 연구개발 시늉만 ... 자체개발 신약 전무

특히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은 제약회사로서 치명적 약점이다. 광동제약은 식품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가뜩이나 적은 R&D 비율을 매년 줄이고 있다. 최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는 1.0%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순수 제약사업을 영위하면서 R&D 비율을 10%대 후반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국내 상위제약사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굳이 R&D 투자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수준이다. 게다가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용은 의약품 개발을 위한 것인지, 식품개발을 위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이 때문일까? 이 회사는 웬만한 상위사는 물론, 일부 중소제약사까지 보유하고 있는 식약처 허가 자체 개발 신약이 단 1개도 없을뿐 아니라, 지난 2015년에는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지정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심사에서 10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흔히 하는 말로 “식품회사이면서 식품회사 아닌, 식품회사 같은 제약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연구개발보다 식음료 사업에 올인하는 듯한 최 부회장의 경영 행보와 관련, 선대 회장의 꿈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방의 과학화’를 목표로 다져진 기반이 2세 경영에서 식음료 기업으로 점점 탈바꿈되면서 ‘40년 최씨 고집’의 신화 또는 그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 광동제약 “성장세 가장 뚜렷한 건 의약품 부문”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광동제약에서 성장세가 가장 뚜렷한 건 의약품 부문”이라며 “최근 3년간 연 평균 18개 품목의 신규 의약품을 출시했고, 신약 개발과 도입 등 (광동제약은) R&D와 함께 부문별 균형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동제약은 2018년 전년 대비 3.4% 증가한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그 중 의약품 매출은 2390억원으로 전년대비 5.3%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이로써 4581억원의 매출로 전년도 실적을 유지한 식품 부문의 정체를 만회하는 등 균형 발전을 통한 경영 안정성 확보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의약품 부문은 경옥고, 우황청심원 등 스테디셀러와 함께 새롭게 출시한 솔표 위청수 에프, 솔표 솔청수 등이 함께 성과를 냈다. 전문의약품에서는 비만치료제 ‘콘트라브’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GSK의 백신 10종을 유통하며 매출 신장을 이뤄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성과와 더불어 최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분위기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외형 성장과 함께 일하기 좋은 사내 문화 만들기에 관심이 크다”면서 “소통과 협력이 건강한 기업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다른 부서와의 교류를 적극 장려하고 임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회사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제약사업에서 이렇다 할 반전의 카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최성원 부회장. 그가 매출 1조 시대의 광동제약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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