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쫓기는 의사들-④] 맘카페에 울고 웃는 소아과
[빚에 쫓기는 의사들-④] 맘카페에 울고 웃는 소아과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9.03.28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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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돈 잘 번다고 생각하는 전문직종 중 하나가 의사다. 하지만 적정수가를 요구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승하는 인건비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수가 정책이 결국 의료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게 의사들의 항변이다. 이런 의사들을 두고 국민들은 ‘의료계가 자기들 배만 불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개원의들의 상황이 어떤지 취재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엄마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맘카페. 기혼 여성들이 살림·육아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가입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대형포털을 검색하면 이런 맘카페가 수도없이 많다. 작게는 아파트 단지, 크게는 시도 및 전국 단위 모임까지 있다보니, 최대 수십만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신도시일수록 맘카페의 영향력과 입김은 센 편이다. 기존 도시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정보 공유 창구가 많지 않은 탓에 빠른 정착을 위해 일종의 전입신고처럼 지역 맘카페에 가입하는 게 일반화돼 있어서다.

조직이 커지면 자연스레 권력(?)도 생기는 법. 지역 상권은 맘카페에 달렸다는 말은 우연이 아니다. 카페, 음식점, 유치원 등 소상공인들은 물론, 요즘은 의료계도 맘카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카페에 부정적인 글이 게재될 경우 바로 폐업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개원가 쥐락펴락하는 맘카페

#. 사례1) “아무 이유 없이 맘 카페 댓글에 마녀사냥 당했다. 그때의 기억을 곱씹고 떠올리는 것 자체가 상처다.”

3년 전 맘카페 회원 2명의 악플러로 인해 병원 문을 닫은 한 소아과 전문의 A원장의 말이다.

A원장은 힘들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루에 50~100명 환자를 봤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오진했다고 카페에 글을 섰더라. 오진이 아니고 감기였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유포해 글을 게재한 2명을 고소했다. 그랬더니 하루아침에 의사가 경찰에 고소했다는 글을 또 올린 거다. 댓글이 200개 달리고 동네에서 이슈화돼 환자수가 그 다음날부터 열 명대로 떨어졌다.”

그는 “카페의 파급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마어마했다”며 “내가 아니면 되겠지. 진료만 잘 보면 되겠지 했지만 그 뒤로도 회복은 잘 안됐다. 경찰에도 호소했으나 무혐의가 나왔고 변호사도 써봤지만 돌아오는 말들은 ‘돈 많은 의사가 변호사 쓴다. 독 한 것들’이라는 말 들이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사례2) “맘 카페에 글이 올라가게 되면 병원 환자들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고통 받는다.”

또다른 소아과의 B원장은 “맘 카페 관련 뉴스 소식을 전해들을 때면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라고만 치부했었다. 내가 한참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아이엄마의 항의 전화가 왔더라. 낮에 할머니랑 아이 둘만 보냈더니 진료를 꼼꼼하게 봐주지 않았다면서. 어느날부터 점점 환자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 무슨 이유인가 했는데 간호사가 이야기를 하더라. 병원이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인지도가 궁금해 그 지역 맘 카페에 가입을 했는데 거기에 우리병원이 아이에게 살갑지 않고 친절하지 않다며 병원 하나하나를 댓글로 평가하고 폄하하고 있더라고. ‘과잉진료를 한다’, ‘간호사가 너무 불친절하다’, ‘예방접종할 때 우리아이를 막 다루는 것 같다’ 등의 글을 눈으로 확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한테 이런일이 생기니까 겁이 나고 무섭더라”고 이야기했다.

B원장은 “아기환자부터 7살 8살 아기들까지 아이들은 잘해주는지 잘 안해주는지 자기들이 더 잘 안다. 그 글을 본 후부터 나도 그렇고 직원들도 그렇고 엄마들의 눈치를 살피며 일을 하고 있다. 엄마들이 조금만 짜증내는 표정을 지어도 어디가 불편한지 신경쓰게 된다”며 “인터넷이 발달돼 좋은 점도 있지만 인터넷 눈치까지 봐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 사례3) “좋은 후기 올려주겠다며 공짜진료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역시 소아과를 운영하는 C원장의 말이다.

그는 “‘내가 지역 맘카페 회원이다. 우리아이 잘 봐주면 좋은 후기 남기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난감하다”고 말했다. 안 들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C원장은 “이 지역 맘카페 회원이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공짜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양반이다. 어떤 사람은 ‘나 여기 맘카페 회원이다. 내가 여기 잘되게 소문내 줬다. 공짜로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하다”며 “주변 소아과에서 맘카페 때문에 폐업한 사례를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나도 가족이 있고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공짜로 진료를 봤다고 말하지 말아달라고 하고 진료를 봐줬다”고 토로했다.

 

 

#. 사례4) “개원하셨다고 하는데 저희가 홍보차원에서 홍보를 해드리려고 한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원을 하거나 병원을 운영하면 홍보를 해주겠다며 연락이 오기도 한다. 물론 연락이 온 곳이 바이럴 업체일 수 도 있고 그 지역 맘 카페 운영자일 수 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A, B, C 라는 병원이 있다. A병원에 홍보해준다고 전화했는데, 거절했어. 그럼 C병원에 제안하고 활동을 하면서 돈을 받는 거다. 거기서 몇 명이 카페에 글을 올려 주도하고 분위기를 띄운다. ‘C병원 갔더니 너무 좋더라‘. ‘여기 처음 이사왔어요’. ‘지리가 익숙칠 않아서 어디 소아과가 잘봐요?’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카페에 글을 올린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애도 없는 여자가 아니 남자인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어느 병원 너무 좋다고 댓글 달고 그러면 사람이라는게 영향을 안받을 수 없다. C병원이 좋다는데서 끝났어야하는데 자신들의 광고를 거절한 A병원을 음해하는거다. 이렇게 해서 일부 맘 카페들은 수익을 내고 있다.”

실제 맘카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잘못된 정보를 거르지 못하고 집단적인 행동에 나섰다가 여러 차례 문제를 낳기도 했다. 맘카페에서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보육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포 맘카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신상털이’가 남발하면서 사회규범을 뒤흔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소청과의사회 “의사와 환자 위해 악성 맘 카페 뿌리 뽑을 것”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다음달 1일부터 의사회 차원에서 악성 맘카페 퇴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임 회장은 “일부 악성 맘카페 퇴치를 위해 여러 복안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왜곡해 맘카페 게시판에 올리고, 보건소에 병원이 겁먹을 거라고 생각하고 민원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악성민원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인 소청과전문의들과 환자 및 환자 보호자와의 신뢰관계(라뽀)를 깨지 않는 것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정말 중요하다. 아이의 건강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전문가의  노력은 소청과전문의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전부 투입해야하는 정말 어려운 과정이다. 그 과정중 환자 보호자나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가치인 신뢰관계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산산조각 내버리는 일부 맘카페 운영자는 사회에 암적인 존재인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맘카페 및 전문 바이럴 업체와 손잡고 경쟁병의원을 깎아내리는 일부 부적당한 짓을 서슴치 않는 의사들에 대해서도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임 회장은 “이 부분은 우리들의 치부를 들어내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나도 당했다. (나는) 병원이 잘 되서 옮긴 건데, 아이도 없는 경쟁병원 부인이 맘카페에 ‘내가 들어봤더니 그 병원 망해서 온거라더라’ 이런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자기 남편 병원 칭찬을 하고 그랬다”며 “나는 우리병원에 대해 인터넷에 한 줄도 써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의 진료환경이 어려워도 최소한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학전문가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 이것은 동료의사를 형제자매 처럼 여기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도 어긋난다”고 호소했다.

임 회장은 “우리부터 똘똘 뭉쳐야 뭐든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결정(악성 맘카페 퇴치)을 내렸다”며 “13만 전체 의사들에게 추악한 짓을 한 의사의 실명과 그간 해왔던 악행들을 공개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와 협의해 행정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하도록 요청하고 형사고발 조치해 최대한의 사법처리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의원 주변에서 일반인들의 통행이 가장 많은 곳에서 해당 의사의 악행을 소상히 알리겠다”고도 했다. 

다만 임 회장은 “다음달 1일 시행하는 악성 맘카페 퇴치 전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기존의 바이럴 글들을 3월31일까지 지운다면 그간의 부끄러운 짓들에 대해선 불문에 부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소아과 개원의들 “악성 맘카페 퇴치 환영”

한 소아과 관계자는 “살얼음판에 서 있는 느낌이다. 맘카페 입방아에 오르면 해명은 커녕 잘못된 소문이 빠르게 퍼져 당장 내일이라도 병원 문을 닫아야 한다. 좋은 소문이 나면 그만큼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맘카페를 신경쓸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 의사회에서 나선다고 하니 반갑고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아과 관계자는 “한 번에 확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에서 우리들의 고충을 반영해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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