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병원, 지역 개원가 블랙홀 되나?
은평성모병원, 지역 개원가 블랙홀 되나?
동네병원 의사들 불안감 고조 ... 상생방안 논의 등 대책마련 고심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9.04.02 07: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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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급인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이 들어서면서 지역 개원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서울시 은평구에 서북권 첫 대학병원인 은평성모병원이 본격 진료를 시작하면서 지역 개원가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진료의뢰서가 필요 없는 2차병원으로 시작하다보니 개원과 동시에 주변 동네병원 환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굳이 2차 병원이 아니더라도 초대형병원이 생기면 환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동네병원은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개원가의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병원 주변에는 동네병원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때문에 개원을 기피하는 1순위 지역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은 진료비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전체 진료비에서 빅5병원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5.5%에서 2018년 6.23%로 상승했다. 이는 빅5병원이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의 6.23%를 가져가는 것으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대형병원 독식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의식한 듯 은평성모병원측은 지역 병원과의 상생을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개원가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4월1일 개원한 은평성모병원은 지상 17층, 지하 7층, 808병상을 갖춘 최신 병원으로,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대 의료진이 대거 이동해 진료에 나선다.

성바오로병원이 이전한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은평성모병원은 우선 300병상 규모로 진료를 시작하는 2차병원이다. 하지만, 연말까지 808병상 규모로 늘리는 등 궁극적으로 상급종합병원(3차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 서북권에 첫 3차 종합병원이 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병원측은 다학제 협진센터를 비롯해 원데이·원스톱 진료시스템 구현 등을 통해 서북 지역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개원가 “공단검진, 예방접종 등 싹쓸이 할까 불안 … 직격탄 예상”

지역 의료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은평성모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선 동네병원 내과의사들은 공단검진, 예방접종 분야에서 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신내 A 내과 원장은 “상생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공단검진이 제일 걱정이다. 다 싹쓸이 해 가버릴까봐. 우리에겐 이게 직격탄이다. 근처 내과쌤은 아직도 부글부글 하고 있는 상태다. 타격이 제일 큰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평성모병원이 조만간 3차로 가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만 믿고 있다”며 “우리입장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3차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B 내과 원장은 “대학병원이 들어선 것은 환영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1차병원과 2차병원의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처에 (대형병원이) 생기는 것이다 보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B 원장은 “만성질환의 경우도 1차 기관에서 세심하게 잘 케어해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사람심리가 그렇지 않나. 큰 곳이 옆에 있으면 큰 곳 가서 진료 받고 싶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동네병원의 붕괴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상생한다’라고 하지만 의료전달체계나 환자 이송에 있어 현실적인 대안들이 더 나왔으면 한다. 뉴타운 안에 3개 정도 새로 생긴 내과가 있는데 거기도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뉴타운 안에 있는 C 내과 원장은 “이미 들어선 것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진료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환자 쏠림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속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부 병원급 의료기관도 타격 받을 듯

은평성모병원 오픈은 동네병원뿐 아니라, 서울 은평구와 인근에 있는 고양시 덕양구 소재 일부 병원들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평구에는 동신병원, 최원호병원, 본서부병원, 청구성심병원, 은평연세병원, 서울재활병원, 서울시서북병원, 성누가병원, 서울재활병원, 서울시은평병원 등 크고 작은 병원들이 들어서 치열한 환자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고양시 덕양구에는 오래전부터 서남대병원 명지병원이 지역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은평구 소재 한 병원 관계자는 2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병원은 관절에 특화돼 있어서 인근에 대형병원이 생기면 협진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러나 진료과가 겹치는 OO병원과 △△병원 등 일부 병원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의사회-은평성모병원, 두 차례 만남 통해 역할분담 논의 … “윈윈전략 모색”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지역의사회도 마찬가지다.

은평구의사회 정승기 회장은 “은평성모병원이 3월말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이미 우리 근처에 강북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이 있다. 은평성모병원까지 하면 3개나 되는 것”이라며 “은평성모병원에 대해 긴장하는 이유는 2차기관이기 때문에 진료의뢰서 없이 바로 환자를 볼 수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진료의뢰시스템에서 체계가 흔들려서 기존에 있는 동네의원의 환자를 블랙홀처럼 흡수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있다”고 털어놨다.

은평구의사회는 지난해 12월6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은평성모병원 병원장과 부원장 등 은평성모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은평구의사회 정승기 회장은 “(은평성모병원에) 당부를 많이 했다. ‘기존의 회원들이 염려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염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위상에 맞게 잘해달라’고. 서로 역할분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했다”며 “권순용 병원장이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하면서 개원가와 상생하는 윈윈하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은평성모병원과 은평구의사회는 연 2회의 연수강좌를 열어 (동네병원 의사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은평성모병원이 3차병원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당장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결국 각자가 가진 역할에 대한 분담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평성모병원 관계자는 “인근 지역 개원의분들과 분위기가 좋다”며 “서로 상생해나갈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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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완 2019-04-02 14:09:43
명확한 대책 마련 및 협의사항에 대해서 일반 병.의원 개원의들과 함께 논의하여
실용성이 있는 대책을 하루 빨리 내주시기 바랍니다.

김은애 2019-04-02 12:28:48
은평구에 척추.관절전문 리드힐병원(응암역)도 같이 있다는 기사는 왜 안쓰셧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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