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뇨환자가 행복한 이유
한국 당뇨환자가 행복한 이유
미 하원, 천정부지 인슐린 가격에 제동

인슐린 업체계 담당자 불러 청문회 개최

공화·민주, 가격인하 초당적 협력 약속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4.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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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주사 당뇨병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우리나라의 전국민 건강보험과 달리 민간보험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당뇨병 환자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슐린 가격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미 의료비용연구소(Health Care Cost Institute)가 지난 2016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1인당 매월 인슐린 처방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450달러(약 51만원)를 넘어섰으며 이후로도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슐린 비용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한달 주사제 값만 50만원 이상 ... 저소득층 치료포기 속출

한국 환자들은 현재 노보노디스크, 사노피, 일라이 릴리 등 3개 업체의 제품을 3ml(300단위) 주사제 하나 당 1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노보래피트 플렉스펜 주사제'는 1만670원, 사노피의 '란투스 솔로스타 주사제'는 1만2245원, 일라리 릴리의 '휴마로그 퀵펜'은 1만1819원이다. 하루 60단위(0.6ml)를 맞을 경우 한국 환자들이 1개월 동안 부담하는 금액은 6~7만원으로, 미국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51만원)의 12%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비용 탓에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미국 당뇨 환자 네 명 중 한 명은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 현재 처방을 받고 있더라도 치료 포기를 고민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것이 의료비용연구소의 설명이다.

미 정치권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국 인슐린 가격을 내리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월 10일(현지시간) 인슐린 제조·판매사 담당자와 보험약제관리기업(PBM), 약국체인 관계자 등을 불러 인슐린 가격 급등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키 위한 청문회(Priced Out of a Lifesaving Drug: Getting Answers on the Rising Cost of Insulin)를 개최,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지난 1월 말 에너지-상업위 소속 다이애나 드제트 의원(민주, 콜로라도)과 프랭크 펄론 주니어 의원(민주, 뉴저지)은 미국 인슐린 시장을 이끌고 있는 노보노디스크, 사노피, 일라이 릴리 등 3개 업체에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이유에 대한 질의서한을 보낸 바 있으며 이날 청문회는 그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美 제약업계 “심각성은 공감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이날 청문회에서 에너지-상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제약사가 인슐린 주사제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제약사 관계자들은 "인슐린 가격 인상의 주원인은 자신들의 폭리가 아니라 품질 개량 노력에 들어간 비용과 보험사 혹은 보험약제가격관리업체(PBM)에 들어가는 리베이트"라며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재의 제도가 유지되는 한 약값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 제약사들은 의약품을 도매상에게 넘기고 고시 가격에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뗀 소위 '평균제조가격(AMP)'을 받는다. 이후 보험사의 처방약 리스트에 자사의 제품을 우선순위에 올리는 대가로 보험사나 PBM에 합법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처방약 리스트 순위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되므로 현행 제도 아래서는 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PBM 측은 "리베이트가 없어질 경우 보험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원들 "혁신이란 가격 내리는 것 .... 대안 입법 초당적 협력"

제약업체와 PMB 측 항변에 몇몇 의원은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B, 맥킨리(공화, 웨스트버지니아) 의원은 "혁신이란 가격을 내리는 것이지 올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는 제약사 측 의견을 반박했다.

프랭크 팔론 의원도 "민간기업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시장의 기능을 믿었지만 지역 유권자들 중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청문회 진행을 맡은  다이애나 데게트 의원은 "고통받는 사람들은 매 순간마다 인슐린이 필요한 사람들이며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에 초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신의 딸(25세) 역시 당뇨환자라고 밝힌 그녀는 "의원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제약회사와 PBM 담당자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방의회 차원에서 법안 논의 시작했다는 데 의의

미국 당뇨환자들이 인슐린 가격 때문에 고통을 받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닐 뿐더러 가격 인상 책임을 둘러싼 제약업체와 PBM 간의 이견도 최근 불거진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제약회사가 민간 보험업자들과 약값을 흥정해야 하는 미국 보험 제도의 근본적 한계가 이런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 연방하원의원에서 소속정당에 관계없이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법안 추진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상황 개선을 바랄 수 있지 않겠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문회 후 공화당 소속 버디 카터(조지아) 의원은 "우리는 오늘 지난 몇 년 동안 하려고 했던 일을 마침내 했고, 이는 초당력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잰 셔카우스키(일리노이) 의원도 ”우리(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약속한 바가 있다“고 언급하며 카터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美 중증 당뇨 환자만 3000만명 ... 매년 150만명 신규 발생

미국당뇨병협회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당뇨병 환자는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3000만명 정도다. 여기에 매년 150만명이 새로 당뇨 판정을 받고 있으며 당뇨 전 단계인 내당능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과 당뇨 환자인데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환자까지 더하면 성인 인구의 절반이 당뇨를 앓고 있을 것으로 협회는 추산하고 있다.

인슐린 주사제는 당뇨 환자 중 특히 췌장 내 베타세포가 파괴돼 체내에서 인슐린이 생성되지 않는 1형(성인) 당뇨 환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약제(Lifesaving Drug)다. 해당 환자들은 매일 평균 60단위(0.6ml) 정도의 인슐린을 맞아야 고혈당 쇼크를 막고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제를 구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치료를 포기하는 일까지 속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전국민 건강보험을 보유한 한국은 참 행복한 나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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