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방사성의약품이라면 어떨까?
암 치료, 방사성의약품이라면 어떨까?
발암 관여 특정 표적분자에만 영향 ... 기존 치료법 부작용 최소화

림프종, 신경내분비암, 전립선암, 뇌종양 치료에 새로운 대안 제시

“항암치료 효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성성치료법 연구 지속돼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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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다양한 치료방식에도 불구하고 암질환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기고 있다. 최근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대표적 치료법은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방사선치료법이다. 그 중에서도 방사성의약품(radiopharmaceuticals)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방사성의약품이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인체에 직접 투여하는 의약품 중 방사성동위원소가 포함돼 있는 의약품을 말한다.

주로 분자 단위의 형태로 몸 안에 침투해 표적을 공격하는 방사성 의약품 치료는 단순히 빠르게 증식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들을 방해하는 방식이 아니다. 발암과 종양의 성장에 필요한 특정한 표적 분자의 형성만을 방해함으로써 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렇듯 표적치료(targeting therapy)는 기존 항암제에 비해 정상세포에 영향을 덜 주면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암 치료'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표적치료에는 방사성의약품이 많이 쓰인다. 치료성 방사성 동위원소가 암에서 발현되는 특정한 단백질만을 표적 공격해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에만 치료제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는 달리 항암화학치료의 경우 약물이 환자의 전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 부작용은 골수 억제로 인해 생기는 백혈구, 적혈구 등의 부족 현상과 심근에 생기는 병증이다. 뿐만 아니라 신경에도 여러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성 항암 의약품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낳지 않고 ‘스마트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이전의 치료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화학치료로 치료를 기대하기 힘들었던 환자들에게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국립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임일한 박사는 국립원자력의학원이 펴낸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방사성 의약품 치료’에서 ▲림프종 ▲신경내분비암 ▲전립선암 ▲뇌종양 등 네 가지 암의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임 박사에 따르면 이 의약품들은 기존 치료 방법으로 유의미한 치료효과를 내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거나 기존 방법이 적합하지 않은 상황에서 훌륭한 대안 역할을 하고 있다

흔히 임파선암으로도 불리는 림프종은 주로 림프조직에 생기는 원발성(原發性) 악성종양을 말한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존 화학항암치료와 함께 2000년에 개발된 표정항체인 리툭시맙(rituximab)을 통한 치료 방법이 이용돼 왔다.

그러나 일부 진행이 빠르지 않은 림프종의 경우에는 리툭시맙 투여 효과가 좋지 않았고, 치료 후 재발하거나 이 치료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는데, 이들에게는 마땅한 새로운 치료법이 없었다. 이후 2000년 초중반에는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한 항체를 이용해 표적항원을 노려 공격하는 제발린(zevalin)이나 벡사(bexxar)등을 이용한 방사면역치료법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었다.

이에 핵의학자들은 리툭시맙에 ‘요오드-131’이라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서 연구개발에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치료효과를 높여서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향상시켰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것으로 유명한 신경내분비암은 일반적으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들에 생기는 종양을 말하는데 치료원칙은 근치적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해 내는 것이다.

문제는 수술로 근원적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들이다. 이들에게는 항암화학요법을 시도해도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고 기존 방사선 치료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신경내분비종양에서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이라는 내분비 및 신경계 조절 물질이 분비된다는 점에 착안해 이것과 유사한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라는 경구제를 개발했다.

이어 핵의학자들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루테슘(Lu-177)이라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에 여러 가지 소마토스타틴 유사물질을 붙여서 기존 치료 방법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갑부 중 한사람인 잡스의 경우 이러한 치료법까지 동원했으나,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다. 

다음은 전립선암이다. 암 환자 중 암세포가 전립선에만 있는 초기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나 국소부위 수술을 통해 암세포를 아예 없애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며 이미 뼈나 다른 장기에도 암세포가 전이됐을 경우는 보통 남성호르몬억제제를 사용하게 된다. 

남성호르몬억제제 투여의 효과가 있는 단계를 ’거세민감성'이라 부르고 반대로 남성호르몬억제제로 성장을 막을 수 없는 암세포가 많아 효과가 적을 경우 '거세저항성'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다른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은 환자에게 역시 루테슘(Lu-177)을 전립선 환자의 암세포에서 자주 발현하는 PSMA(전립선 특이세포막항원)에 붙여 체내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3회 치료한 결과 거의 암이 사라지는 효과를 냈다.

뇌종양의 경우도 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현재 표준 치료다. 뇌종양 중 치료가 잘 되지 않은 뇌종양을 연구한 결과 해당 종양에서 ‘substance-P’라는 이름의 체내 분비 펩타이드 수용체가 많이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학자들은 임상연구 중 알파선이 나오는 비스무트를 ‘substance-P’라는 물질과 결합해 투여한 결과, 높은 치료효과를 보였으며 생존율도 개선됐다.

임 박사는 이러한 사례들을 소개한 뒤 “세계 각국은 희귀병이나 치료하기 힘든 암 환자들을 위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과 새로운 암치료법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며 “(기존 화학치료법의) 대안이 될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효과적인 홍보와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 항암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임 박사는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이 좋은 환자라면 굳이 방사성의약품을 꼭 사용하라고 권하지는 않겠지만 기존 치료를 받고도 효과가 없다면 한 번 방사성의약품 치료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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