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 스스로 관리하는 새로운 시대"
"의료정보 스스로 관리하는 새로운 시대"
[인터뷰]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소장

의료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땐 환자 치료 시간적·경제적 비용 절감

정부가 가이드라인 만들고 민간 영역 의견 수렴해 동참 유도

"비즈니스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프로젝트로 이해됐으면"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12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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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방금 스텐트 시술을 마친 뒤 기자와 마주 앉은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소장(심장내과 전문의)은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개인건강정보(PHR,personal health record) 플랫폼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꽤 오랜 시간 설명했다.

개인건강정보 플랫폼이란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진료·검사 정보와 스마트폰 등으로 수집한 활동량 데이터, 스스로 측정한 체중·혈당 등의 정보를 모두 취합해 사용자 스스로 열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한 건강기록 시스템을 뜻한다

김 교수는 “개인이 자신의 의료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되면서 스스로 만성질환·정신질환 등과 같은 질병을 전 생애주기에 걸쳐 관리하는 데 유용하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의료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들이 생길 수 있다”며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6월 11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PHR과 개인 의료정보 주권’ 문제에 대해 강조해 온 김영학 교수를 만났다.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Q. 지난 달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개인 의료정보 주권 구축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으시는 등 우리 사회에서의 PHR 개념 재정립과 관련해 꾸준히 발언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PHR의 개념부터 설명해주십시오.

김영학 교수(이하 김) : 예. 사실 넓은 의미의 PHR이라고 하면 흔히 환자 차트라고 하는, 그러니까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며 적어서 병원에 보관하는 종이도 포괄하는데요. 제가 얘기하는 PHR이란 차트지처럼 그 의사만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환자와 다른 병원도 공유할 수 있도록 표준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환자가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합니다.

Q. 말씀하신대로 일방향성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신의 의료 정보 관리의 주체가 되고, 각 개인의 의료 정가 진료를 받았던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 기관에도 공유될 수 있게 하자는 게 PHR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핵심 내용인데요. 이러한 논의가 시작된 배경은 어디에 있나요?

김 : 알고 계신 것처럼 이러한 논의가 촉발된 곳은 미국에서부터였습니다. 논의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촉발된 첫 번째 계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친 퍼스널 컴퓨터 보급입니다. 이 시기부터 병원들이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등을 시도하기 시작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아주 기초적 수준의 데이터지만 이렇게 정보를 정리하고 축적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객체로만 존재했던 환자로 하여금 ‘임파워링’(Empowering) 즉 의료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게 됩니다.

이어 2000년 중후반부터 스마트폰이 급격히 보급되면서,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이 확보됐고 미국정부는 PHR 표준화와 보편화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현재는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표준화된 PHR은 언제 어디서나 호환될 수 있도록 기술적 표준, 용어적 표준, 서식적 표준을 정한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병증을 어떤 의사는 관상동맥질환이라고도 하고 어떤 의사는 협심증이라고 표시할 수 있는데 이 용어도 상호호환성을 위해 코드를 정하고 맞춘 겁니다.

그렇게 기준에 맞춰서 기록을 만들다보니 언제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가 보더라도 그 환자의 과거 치료 이력과 현재 상태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가이드라인 만들도 민간은 동참

의사결정 과정서 참여자 목소리 충분히 경청 

Q. 아무래도 이러한 표준은 미국 연방 정부에서 대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민간 영역의 동참을 유도했다고 봐야겠지요?

김 : 그렇지요.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고 각 주마다의 특성도 다양하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대체적인 틀은 연방정부에서 정하고 그 틀 위에서도 문제점을 개선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노력을 민간과 함께 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따라오라고 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반 발짝 정도 앞에서 민간 부문을 설득하며 이끌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렇게 각 의료주체들을 관련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게 하면 일단 이 플랫폼에 들어오지 않는 곳을 소수로 만들 수 있어 그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일단 참여하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PHR 주도적 관리 개인이 해야"

Q. 어차피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니 개인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 것 보다는 병원 간 데이터 공유 시스템을 만들고 그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 : 물론 그러한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병원간에만 데이터를 공유하게 만들면 여전히 환자 개개인은 객체의 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은 해당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는 누구보다 그 환자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지만 그 병원을 떠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후까지 그 환자 입장에서 고민해 주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질환과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그를 통해 가장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래서 PHR의 주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영학 교수

Q. PHR 표준화와 이 정보들이 효율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장점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 : 우선 그동안 서로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병원을 옮길 경우 현재 상태를 알기 위한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PHR 플랫폼이 자리잡으면 그러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또 의료기관 간 종적, 횡적 협진도 가능하게 됩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먼저 종적 협진이란 만약 3차 의료기관이 없는 곳에 거주하시다가 저희 아산병원에서 저에게 스텐트 시술을 받으신 분이 이 시술에 대한 기록을 근거로 사시던 곳의 1,2차 의료기관에서 향후 관리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기록이 시술받은 병원에만 있어서 돌발상황이 생길 경우 해당 병원에서만 대처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멀더라도 3차 기관을 계속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횡적 협진이란 같은 수준으로 치료를 시간과 공간 변화에 관계 없이 이어서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Q. 1차 의료기관에 대한 말씀을 주셔서 생각난 의문인데요. 1차 기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규모나 의료서비스의 질 면에서 2,3차 기관에 비해 열등한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공유 플랫폼에 함께 하는 것을 꺼려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 : 예 아주 중요한 점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3차 기관이 서울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종적 협진의 필요성이 크고, 종적 협진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 지역 마다 모세혈관처럼 자리 잡은 1차 기관이 얼마나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가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최근 시범사업이 시작된 커뮤니티 케어 사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1차 병원들의 역할입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 IT 기술 보유" 

"PHR 플랫폼 구축 지금이 적기"

Q. 지금이 우리나라에서 PHR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적기라고 판단하시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 : 먼저 우리나라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수준의 IT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HR을 저장하고 공유할 스마트폰 디바이스 보급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또 남녀노소 상관없이 스마트폰을 주체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미 수동적으로 진료만 받는 대상이었던 환자가 치료 과정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커다란 PHR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됩니다.


Q, 미국처럼 우리도 정부에서 이끌고 민간이 참여하는 모델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 예 그렇습니다. 민간 영역에서 주도할 경우 특정 사업 부문이나 주체들의 이익을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PHR 플랫폼 구축을 처음부터 '비즈니스'로 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객이 바뀔 수 있습니다.

미국처럼 정부에서 주도하고 민간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모든 주체의 입장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어디까지나 이 플랫폼은 그동안 객체에 머물렀던 환자 개개인에게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의료 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의료기관 간 협진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토대 위에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하는 것은 좋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Q. 이제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질문 몇 개 드리겠습니다. 심장내과 교수로 소속 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장까지 맡게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또 이 센터가 그동안 거둔 성과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김 : 아 특별하다고 할 만한 이유는 없고요. (웃음) 제가 그동안 환자를 진료하면서 데이터 축적과 이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2년 전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만들 때 저에게 소장직을 맡겨 주신 것 같습니다.

저희 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인증한 병원 내 첫 빅데이터센터입니다. 얼마 전까지 '유일' 수식어를 달았었는데 최근 한 군데가 더 인증을 받아서 그 수식어를 뗐습니다. 과기부에서 추진하는 닥터앤서라는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AI컨테스트를 두 번 했습니다. 이 컨테스트를 통해 선발된 분들이 만든 스타트업도 몇 개 됩니다.


Q. 긴 시간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꼭 당부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김 : 아까도 말씀드렸듯, 이 사안을 특정 집단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의료 패러다임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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