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적 치료 희망없는 한국 ... 말기환자 해외로~
동정적 치료 희망없는 한국 ... 말기환자 해외로~
韓, '국내 임상 계획' 없으면 약물 투여 못해

미국·EU·호주 등 '국내 임상' 조건 없어

입법 취지 살리려면 정부의 전향적 자세 필요

"위급 환자 위해 임상 승인 전 치료 인정해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6.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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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말기환자에 대한 동정적 치료 기준이 바뀌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약사법 제34조를 근거로 희귀·유전성 질환이나 말기암 환자에게 ‘동정적 치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향후 국내에서 임상시험 계획을 인정받은 약품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항 때문에 정작 절박한 상황에 놓인 희귀질환이나 말기암 환자는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 국내 임상 계획 없으면 처치 금지
미국·EU·호주 등 국내 임상 조건없어

‘동정적 치료' 제도는 절망 속 환자에게 마지막 희망의 끈을 쥐어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희귀질환이나 말기암을 대상으로 한 몇몇 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유럽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실제 외국 환자에게 쓰이고 있음에도 국내 임상 계획이 승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내 사용을 할 수 없다. 이런 병증은 대체로 국내에 해당 환자가 적어 수익을 고려해야하는 제약회사들은 임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 환자들이 사용해 효과를 보고 있음에도 '국내 임상 계획 승인' 요건 때문에 관련 환자들이 절망 속에 시간만 보내야 하는 이유다. 

반면 해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동정적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미국, EU, 호주 등은 우리나라처럼 ‘국내’에서의 승인 조건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내 임상이 아니어도 임상 2상까지 완료된 약품이면 쓸 수 있으며 임상 2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라도 시급히 그 약을 써야한다면 별도로 FDA에 신청해 특별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환자의 절박한 사정을 고려해 특별 사용 승인 신청에 대한 답변은 1~2일 안에 해야 한다.

EU에서는 ‘허가 과정 중이거나 EU 또는 다른 곳에서 임상 시험 중인 약재로 임상 2상까지 완료된 약제’ 일 경우 동정적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호주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있는 약제’로 치료 범위를 더 넓혔다.

 

병든 몸 이끌고 희망 찾아 원정치료 

한국에서 동정적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는 말기 환자들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 원정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동정적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는 말기 환자들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 원정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환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찾아 동정적 치료에 제한이 없는 나라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일이 많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신경내분비종양(암)’ 환자들은 질병을 고치기 위해 마지막 희망으로 말레이시아 행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있다.

지난 2017년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인수한 프랑스의 항암제 개발업체는 루테슘을 기반으로 한 방사선 미사일 치료제를 개발해 지난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임상연구 추진 계획조차 없다. 따라서 이 병을 앓고 있는 국내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2개월에 한 번씩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오른다.

의사 판단 아래 다양한 시도할 수 있어야

이 환자들의 주치의인 서울대학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는 “말레이시아를 원정 치료지로 선택한 이유는 네덜란드에서 만든 검증된 약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들 중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나 인도에서도 치료는 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생산하기에 (네덜란드 제조약품처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회 치료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다녀오는데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은 항공기 비용, 입원비, 약제비 등을 포함, 약 1000만원에 달한다. 강 교수는 “만약 국내에서 이 약을 쓸 수 있다면 이 액수의 절반 정도로 더 발전된 의료 환경에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지만, 해외에서 새로운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PSMA-617을 국내에서 쓰지 못하고 있다.

강건욱 교수는 13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임상연구는 제약사들이 해당 국가에서 해당 약품의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리고 막대한 연구 비용을 들여야 가능한 것”이라며 “‘국내에서 임상 연구 계획을 승인받은’ 이라는 조건은 반드시 재고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말기 암처럼 치료법이 제한된 환자에겐 의사 판단에 따라 다양한 항암 치료를 허용해 희망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동정적 치료'”라며 “위급한 환자를 위해 임상시험계획 승인 전에 의사의 동정적 치료를 인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약품 승인과 사용 책임 식약처 입장도 이해"
"말기 희귀질환 환자에는 다른 잣대 적용돼야"

강 교수는 “모든 약품에 대한 사용 승인을 담당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도 이해한다”고 했다.

되도록 국내 임상을 거친 약품을 사용하도록 하며 최소한 임상계획을 검토한 뒤 승인된 약품에 한해 동정적 치료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럴 땐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 내에 동정적 치료에 쓰이는 약물과 대상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별도 기구를 설립해 의사와 환자가 동의할 경우 사용을 승인해야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제안이다.  

강 교수는 “최근 인보사 사태처럼 약물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대부분의 비판이 식약처의 관리 부실에 향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식약처 입장에서도 전향적인 결정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희귀질환이나 말기암 환자의 경우 복지부가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을 둬 사안 별로 처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안전성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신경내분비암 환자 등 국내에서 치료방법을 찾을 수 없는 절박한 이들에게는 안전성 요건 기준을 그에 맞게 낮춰서 쓸 수 있는 치료법을 최대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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