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제일약품] 지주회사 안착 ... 승부수 던지는 오너 3세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제일약품] 지주회사 안착 ... 승부수 던지는 오너 3세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6.28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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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제일약품 본사.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제일약품 본사.

 

‘나홀로’ 기업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빠른 변신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제일약품의 지주회사 제일파마홀딩스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신고서 심사결과 ‘기준 충족’을 인정 받으면서 지주사 체계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2017년 6월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제일파마홀딩스’와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제일약품’(신설법인)으로 사업을 분할하고 1년 반 만에 지주회사 기준요건을 모두 갖추게 된 것이다.

이로써 제일파마홀딩스는 2017년 7월부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기준인 ‘별도 기준 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및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 50%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의 몇 안 되는 제약사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제일약품이 1959년 설립된 이후 58년간 계열사 하나 두지 않고 단일 체제로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관절염치료제 ‘케펜텍’으로 유명한 제일약품은 1959년 고(故) 한원석 명예회장이 설립한 제일약품산업이 전신이다. 한원석 명예회장은 1976년 사명을 ‘제일약품’으로 바꿨다.

제일파마홀딩스 한승수 명예회장
제일파마홀딩스 한승수 회장

1985년에는 장남 한승수 현 회장(72세)이 대표직을 물려받았다. 당시 38세였던 한승수 회장은 1987년 부친 별세 이후 지분 승계를 통해 회사의 최대주주로 자리했다. 

제일약품은 창업주와 오너 2세 경영 기간 동안 ‘나홀로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일본 오츠카제약과 합작으로 설립한 ‘한국오츠카제약’(당시 제일오츠카제약)과 중국 야오제약과 합작한 ‘제일야오제약’에 각각 23%, 50%의 지분투자를 하긴 했지만 따로 계열사를 둔 것은 아니었다.

60년 가까이 단일 지배구조를 유지해오던 제일약품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부풀리는 작업에 들어간 건 3년 전부터였다. 2016년 11월 제일약품은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제일헬스사이언스’를 신설하고, 같은 해 12월 제일약품 영업부 출신들로 구성된 의약품 판매전문 사업 파트 ‘제일앤파트너스’를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를 중심으로 제일약품(전문의약품), 제일헬스사이언스(일반의약품), 제일앤파트너스(판매전문업)로 세분화된 지주회사로 변신했다.

 

지주사 요건 충족 ...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제일파마홀딩스의 자산총계는 5874억원. 지주사 전환 기준을 만족시키는 수준이다.

제일파마홀딩스는 2017년 6월 지주회사 전환을 할 때만 하더라도 자산총액이 973억원에 불과했다. 제일파마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제일약품의 지분율도 13.53%로, 당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오너일가는 현물출자, 공개매수 등 신설된 제일약품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회사의 자산가치를 불려나갔다. 지난해 10월 4일 한승수 회장 등 오너일가는 제일약품 주식 공개매수에 직접 참여해 지주사 요건 충족과 경영권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제일약품은 당시 자사주 700만주(47.6%)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하고 새롭게 발행하는 제일파마홀딩스의 주식 1170만8803주를 제일약품 주식 700만주와 교환하는데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제일파마홀딩스의 제일약품에 대한 지분율은 13.53%에서 48.68%로 급등해 지주회사 요건을 여유있게 충족시켰다.

신주발행과 공개매수로 오너일가의 지배력 또한 강화됐다.

한승수 회장의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율은 2017년 말 27.31%에서 지난해 말 57.77%로 증가했고, 한 회장의 장남 한상철 사장(43세)의 지분율은 동기간 4.66%에서 9.68%로 늘어났다. 오너일가 특수관계자 지분율도 같은 기간 총 43.53%에서 73.12%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제일약품 지배구조
제일약품 지배구조

 

지주사 전환은 안정적 3세 경영 신호탄 

제일약품의 지주회사 전환은 안정적인 3세 경영을 위한 신호탄이기도 하다.

창업주 고(故) 한원석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인 한상철 사장은 연세대학교 산업공학을 전공, 미국 로체스터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한국화이자제약, 한국오츠카제약 등 다국적제약사를 거쳐 2007년 제일약품에 마케팅 이사로 입사했다. 이후 마케팅본부 상무, 경영기획실 전무, 경영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7년 6월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제일파마홀딩스의 총사령탑으로 나선 한상철 사장은 신설된 제일약품 총괄 부사장, 제일헬스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그룹 경영의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은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직을 이어 맡았지만 등기임원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사실상 한승수 회장은 2011년 제일약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제일약품은 한승수·성석제 공동대표 체제에서 성석제(59세)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성석제 대표이사는 2005년부터 15년째 대표이사를 역임한 장수 전문경영인이다. 당시 한상철 사장은 경영기획실 전무로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었다.

 

제일헬스사이언스, 일반의약품 비중 높여 ... 체질개선 본격화

그룹 경영의 무게 중심이 한상철 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제일약품의 사업 방향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전문의약품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일반의약품에 더 비중을 싣고 있는 것인데, 이로써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맡고 있는 제일헬스사이언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동안 전문의약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제일약품의 균형추를 수평으로 맞추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일반약 라인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파마리서치프로덕트의 PDRN(연어의 정소에서 분리된 DNA 분절체)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반의약품 ‘리안 점안액’의 판권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일반의약품 뿐 아니라 의약외품 시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외품 사업자를 등록하고 일반의약품 ‘제일파프’의 성분을 변경한 의약외품 제품인 파스 ‘제일파프쿨카타플라스마’를 개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의약외품 제조허가를 받음으로써 약국 이외에 다양한 유통경로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제일헬스사이언스가 펭귄 캐릭터로 유명한 파스 ‘제일파프’와 관절염치료제 ‘케펜텍’ 등 간판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초기 시장 안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약품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향후 한상철 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제일약품에서 진행하던 일반의약품 사업부가 분할된 곳인 만큼 진행 중이던 업무를 이어나가는 연장선에 있다”면서 “사업전략 다각화를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제와 비타민 제제를 강화하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경피약물전달기술을 통해 패치 필름 더마 코스메틱 제품에도 힘을 기울이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 매출 의존 대신 신약 개발쪽으로 투자 선회

뇌졸중 치료제 · 표적항암제 등 파이프라인 확보 

제일약품은 그동안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다국적 제약사의 전문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상품 매출에 기대어 왔다. 외자사 의존도가 높은 탓에 매출이 올라도 ‘실속이 없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특히 화이자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았다. 제일약품은 1996년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코프로모션 계약을 시작으로 통증치료제 ‘리리카캡슐’, 소염진통제 ‘쎄레브렉스캡슐’ 등 화이자 제품을 잇따라 도입,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2018년) 기준 이들 치료제의 매출 비중은 각각 24.72%, 9.41%, 6.71% 등으로, 전체 매출에서 상품 매출이 차지한 비율은 77.98%에 달한다.

남의 제품에 대한 의존이 크다 보니 수익성에도 한계가 있었다. 지난 2년간 제일약품의 영업이익률은 1%대로 업계에서도 최하위 수준이었다. 제일약품이 체질개선을 통해 자체 동력을 확보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제일약품의 지주사 전환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는 3세 경영에 대비한 측면도 있지만, 체질개선을 통한 기업 역량 극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용인 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 내에 제제기술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R&D 비중을 늘리고 있다.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뇌졸중 및 항암 치료제 분야다. 제일약품에서 개발 중인 뇌졸중 치료제 ‘JPI-289’는 현재 임상 2상 단계로 대규모 기술 이전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장암·폐암·유방암 등에 대한 표적항암제 ‘JPI-547’은 1상을 진행하는 중으로 블록버스터급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R&D 비율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 많은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단 신약개발 성과를 앞두고 있는 제품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일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2017년 이전 수치는 제일파마홀딩스 해당년도 별 공시 참고, 2017년도는 인적분할[6/1~12/21] 후 수치임.)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4313

4629

4268

4520

5127

5947

6161

3716

6271

영업이익

421

328

63

14

86

131

101

50

74

당기순이익

255

270

112

5

21

98

88

11

19

R&D비용

145

176

183

181

168

203

223

155

259

R&D비율

3.36

3.80

4.28

4.00

3.27

3.41

3.62

4.17

4.13

 

개량신약 분야도 활발한 투자 ... 올해 매출 목표 7500억원

제일약품은 지난해 R&D 분야에 대한 투자로 개량신약인 고혈압-고지혈증 복합 치료제 ‘텔미듀오플러스정’, 고지혈-당뇨 복합치료제 ‘듀오메트 엑스알정’을 비롯한 13개의 신제품을 발매하며 627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국내 전문의약품과 해외 원료 및 완제의약품 시장, 수탁생산과 수탁시험 등을 통한 매출 극대화로 75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상철 사장 역시 올해 목표를 “지주사 체제의 안정적인 확립”과 “글로벌 시장 도전 및 지속적인 R&D 활동을 위한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의 말처럼 제일약품은 현재 신약개발 등 기존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제일약품이 다국적제약사 판매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연구개발 중심기업으로 우뚝 서는 문제는 결국 한 사장이 쏘아 올리고 있는 지금의 승부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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