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등재약 생동 이슈 "억울해도 별수 있나"
기등재약 생동 이슈 "억울해도 별수 있나"
식약처 "비동등 나오면 '낙장불입'"

제약업계 "다양한 문제 파생 예상"

"같은 약이라도 생동 결과 다를 수 있어"

"정부 설득하기엔 논리·명분 부족"

"제약사 편의 봐주면 의사·시민단체 자극할 수도"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7.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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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제약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새로 허가받는 제네릭에 대한 개편안은 수용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미 시판허가를 받아 유통되고 있는 기등재 제네릭에까지 소급해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에서 비동등이 나올 경우 다양한 문제가 파생될 수 있어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가를 받기 위해 생동성 시험을 실시한 기등재 제네릭이 오리지널과 비동등하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즉시 회수 조치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5일에는 제약사들과 제약 단체들에 공문을 발송, 이 같은 내용을 고지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조치가 약사법 제39조에 기반한 것으로 새로 생겨난 제도가 아니며, 이미 약사법에 규정된 내용을 시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이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등재 제네릭, 즉 이미 시판 중인 제품에 대해 생물학적동등성을 별도로 실시해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재평가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식약처가 시중 유통 의약품의 동등성을 입증하겠다며 '유통 의약품 품질검증 사업'을 펼칠 당시에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했다.

게다가 품질검증 사업 당시에는 비동등이 나온 일부 품목에 대해 "효과와 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살펴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약사법 제39조를 적용하지 않았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약제학 전문가, 임상전문의 등의 자문을 구한 결과, 해당 제품이 동등 범위를 벗어났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으며 식약처도 이들 전문가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것이 당시 식약처의 설명이었다.

김상봉 식약처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장은 최근 헬스코리아뉴스와 통화에서 "당시에는 연구 사업이었을 뿐이고, 지금은 제도에 따른 행정적 절차다. 연구사업과 지금을 비교하면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단장은 "복지부 약가정책을 바꾸면서 기등재 제네릭의 생동성 평가라는 수요가 생긴 것이다. 식약처가 수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수요에 따라 생동 결과가 나왔을 때 식약처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등재 제네릭의 생동성 평가라는 제도적 장치가 생긴 만큼 식약처도 행정적 절차에 따라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

제약업계 "같은 약이라도 생동성 시험 결과 다를 수 있어"
식약처 "비동등 나오면 '낙장불입' … 보완 절차 없다"

제약사들이 불만을 표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동등이 나올 경우, 자료 보충이나 생동성 재시험 등을 통해 보완하거나 소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일한 제품을 대상으로 여러 건의 생동성 시험을 진행할 경우, 시험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A 제약사의 관계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대조약으로 생동성 시험을 해야 하는데 대조약도 제조 방법이나 원료 의약품 분량이 바뀌었을 수 있다"며 "대조약도 최초 허가받을 때랑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대조약을 가지고 생동을 하면 비동등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두 번째는 허가 당시 생동 범위(80~125%)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던 약들이 조금이라도 편차가 발생하면 비동등이 나올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약효가 오리지널 대비 81% 또는 124%로 생동성 시험을 통과했던 제네릭은 생동성 시험에서 편차가 아주 조금만 생겨도 비동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피험자나 약물 특성에 따라서도 생동성 시험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제조 환경이나 피험자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비동이 나올 확률이 생각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C 제약사 관계자는 "성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뇨병약 중에도 약물 특성 때문에 결과값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 있다. 이 경우 보통 생동을 서너 번 하기도 한다"며 "이런 약들은 대조약, 즉 오리지널끼리 생동을 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약물 특성과 관계없이 비동등 한 번으로 바로 회수 조치를 하는 것은 과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제약사들의 이런 주장에도 식약처의 입장은 명확하다.

김상봉 단장은 "일단 비동등이 나오면 '낙장불입(落張不入)'"이라며 "약을 먹는 국민 또는 환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일축했다.

김 단장은 "비동등이 나왔을 때 보완하고 개선하면 약 자체가 개선하고 보완되는 것인가. 비동등이 나왔는데 비동등이 아니라는 설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도 "다만, 국민과 환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얘기가 되면 식약처가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면 건별로 식약처와 논의는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제약업계 "불만 있지만, 명분·논리 부족"
"제약업계 편의 봐주면 의사·시민단체 반발 예상"

제약사들은 이번 기등재 의약품 생동성 시험과 관련해 불만을 표하면서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를 설득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고, 만약 비동등이 나왔는데도 제약사의 편의를 봐줄 경우, 의료인이나 시민단체 등이 제네릭 품질에 의혹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D 제약사 관계자는 "신규 품목이 만약에 생동을 했는데 비동등이 나오면 그걸 허가 내주겠는가"라며 "이 논리로 보면 기허가 의약품이든 신규 의약품이든 식약처 입장에서는 동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동등이 나왔는데 기등재 의약품이라고 해서 봐달라고 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비동등을 봐줄 경우) 의사 단체 등이 반발할 수 있어서 식약처도 '디펜스'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인 입장은 식약처가 속된 말로 '(동등성이 나올 것이라는) 자신이 없으면 생동성 시험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만약 제약사들이 기등재 제네릭에 대해 생동성 시험을 했는데 비동등이 나오는 약이 많아지면 생동성 시험에 따른 허가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곧 제네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도 잘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생동에 자신이 없으면 회수 조치를 받느니 차라리 약가 인하를 받더라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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