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신일제약] 알콩달콩 가족경영 회사의 ‘정중동’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신일제약] 알콩달콩 가족경영 회사의 ‘정중동’
창업 48주년 ... 오너 2세 전면 등장

변화와 혁신보다 안정에 역점

글로벌 기업은 먼 나라 이야기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7.0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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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신일제약 본사.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한 신일제약 본사.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올해로 창립 48주년이 된 신일제약은 반백년에 가까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제약사다.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제네릭(복제약) 사업에 의존해 기업경영을 해 온 탓이 크다.

1971년 11월 설립된 이 회사는 현 홍성소 회장(81)이 33세의 젊은 나이에 일군 기업이다. 당시 보생제약사를 인수해 세운 신일제약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300억원대에 불과하던 소형 제약사였으나 2010년부터 매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10%를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나름 알짜 제약사로 거듭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보다 안정에 기반을 둔 가족 중심의 경영 기조를 유지, 경쟁기업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모멘텀 확보에 구조적 한계를 지닌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2일자로 중견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변경된 것은 기업 역사에 있어 ‘일대 사건’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재무구조 개선으로 거래소가 제시한 기업 규모, 재무, 건전성 요건 등을 모두 만족한 데 따른 것이다.

신일제약이 이처럼 더딘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보수적 기업경영 문화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친·인척 요직 배치 ... 오너일가 장악력 견고

실제로 창업주 홍성소 회장은 오너가의 장악력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견고한 가족경영 체제를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신일제약 내 주요 보직에는 오너의 직계가족 뿐만 아니라 친인척들의 이름이 곳곳에 올라 있다. 몇 되지 않는 상근 등기임원 중 절반가량이 홍 회장 일가인 데다 미등기임원 주요 보직에도 홍 회장의 동생과 친인척들이 포진해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회사 내 요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오너 일가는 홍성소 회장을 비롯해 홍 회장의 장녀인 홍재현 대표이사 사장(48), 친척인 홍현기 상무(44)와 인척 홍석윤 이사(41) 등이 대표적이다. 홍 회장의 동생 홍승통(78) 씨는 지난해까지 부회장을 맡았다. 형인 홍성국(86)씨 역시 대표이사 등 요직을 거쳤다.

홍 회장의 친인척들은 재직 기간도 평균 26년으로 길다. 올해 1분기 기준, 홍성소 회장 47년 5개월, 홍재현 대표 19년, 홍현기 상무 11년 9개월, 홍석윤 이사 5년 10개월 등이다. 홍승통 전 부회장 역시 대표이사 및 여러 요직을 거치며 약 47년간 재직했다. 오너 일가의 회사 내 영향력이 오랫동안 뿌리내려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분 역시 홍 회장을 중심으로 오너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신일제약의 최대주주는 홍성소 회장(17.5%)이며 장녀인 홍재현 대표(9.4%)가 2대 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밖에 홍 회장의 자녀이자 홍 대표와 자매 간인 청희, 자윤, 영림 씨가 각각 0.8%, 0.8%, 0.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배우자인 신건희 씨는 2.0%를 가지고 있다.

 

신일제약 지배구조.
신일제약 지배구조.

홍 회장의 형제들도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가지고 있다. 형인 홍성국 전 대표는 5.9%, 동생인 홍승통 전 부회장은 2.6%다. 이들 지분을 모두 합할 경우 홍 회장 일가에서 보유한 신일제약 지분은 총 41.4%에 달한다.

특히 홍재현 대표는 본격적인 2세 체제 전환 전 꾸준히 주식을 늘리며 경영 승계를 위한 초석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3월 신규 이사로 선임됐을 당시 3.8%였던 홍 대표의 지분율은 최근 9.4%까지 늘었다.

홍 회장이 81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녀인 홍 대표의 지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 2세 경영 본격화

홍 대표의 경영승계 작업은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3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업계가 예상한 경영승계 시점은 2021년경이었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 정미근 현 부회장(당시 대표이사)이 대표로 재선임된 데다 홍 대표(당시 부사장)와 임기 만료일이 같아 2021년 3월 자연스럽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미근 부회장이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홍 대표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2세 경영의 시계는 예상보다 빨리 움직였다.

이로써 신일제약은 2010년 홍성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시작된 전문경영인 체제의 막을 8년 만에 내렸다. 전문경영은 외부인사가 아닌 신일제약에서 40년 넘게 일해 잔뼈가 굵은 일명 ‘신일맨’들이 맡아왔는데,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김영상 전 부회장(72)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정미근 현 부회장(65)이 회사 전반을 맡았다.

홍재현 대표는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동덕여자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홍재현 대표는 2000년 3월 신일제약에 입사해 이후 16년간 경영수업을 받고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업계에선 홍 대표가 약학 전공자로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온 만큼 무리 없이 회사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외형성장 불구 영업이익률 하락 ... R&D 비율 증가

홍재현 대표 체제가 올해 본격화 되면서 그의 경영 능력도 시험대 위에 놓였다. 최대 과제는 외형 성장에 비해 약화된 수익성 회복이다.

신일제약은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던 시기에 눈에 띄는 외형 성장을 보여왔다. 김영상 대표 임기 마지막 해인 2013년 4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정미근 대표 역시 임기가 시작된 해인 2014년 매출 482억원을 달성하며 이전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2016년 처음으로 연매출 500억원대를 돌파하고 지난해에도 533억원이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2014년 100억원대를 넘어서며 영업이익률 약 26%를 기록했다. 하지만 갈수록 내실이 부족해졌다.

상승하는 듯 하던 영업이익률은 2017년 18%까지 떨어지면서 20%대가 무너졌다. 지난해에는 2년 전 영업이익률과 비교해 절반가량 떨어진 11%를 기록했다.

 

신일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362

337

399

443

482

447

502

509

533

영업이익

41

36

54

95

123

105

114

92

60

당기순이익

40

31

44

73

102

88

100

82

57

R&D비용

20

21

21

24

22

25

31

30

43

R&D비율

5.6

6.1

5.3

5.4

4.6

5.7

6.2

5.9

7.8

신일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2017년(92억원) 대비 34.8% 감소했다. 순이익도 82억원에서 57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신일제약 측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연구개발비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일제약 관계자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건수가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했고 대학 연구소와 산학협력진행 건수 증가로 위탁연구비 및 개발자문료가 증가했다”면서 “개량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도입비 및 동물연구비도 증가하는 등 연구개발 비용이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7년 2월 1200평 규모의 첩부제동 공장을 증축 완공하고 이에 따른 생산 및 품질관리 인력이 증가되고 신규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 및 유지보수 비용 또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일제약은 2016년을 기점으로 연구개발 투자비가 30억원대를 넘어서고 지난해 43억원을 기록하는 등 R&D 비용과 비율이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는 당장의 수익성은 떨어뜨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신일제약 측은 “17년의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가진 생명과학연구소에서 미래 먹거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000억원 달성이 목표
신일제약 공장 전경
충청북도 충주시 안성면에 위치한 신일제약 공장 전경

신일제약은 자체적으로 올해를 도약의 해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목표 매출액은 638억원으로 이를 기필코 달성해 2022년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대를 거는 분야 중 하나는 첩부제 시설과 기술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CIS 국가 등에 신일제약의 첩부제가 수출되고 있고 선진국 시장 진입을 위한 등록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올해 안플업서방정 300mg 및 트라글립틴정의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을 획득한 것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반기 발매되는 안플업서방정 300mg의 경우 약 30개가 넘는 회사와 위수탁생산계약을 맺었다.

신일제약 관계자는 “국내에서 우선판매품목허가권에 도전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수년 안에 퍼스트 제네릭 도전도 가능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일제약의 이 같은 성장 전략이 5G시대인 요즘에도 먹힐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한다. 붙이는 파스 ‘디펜플라스타’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표 제품이 없고 제네릭 중심의 제품라인이 대부분이라 턴 어라운드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연구개발로는 글로벌 시장 근처에도 갈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 300억, 400억, 500억 하는 가족경영회사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제네릭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변화한다는 오늘날, 기존의 생존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다. 한미약품이 제약업계에서 귀감이 되는 것은 그들이 늘 한발 빠른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혁신적 신약개발 등 차별화된 기업이 아니면 생존조차 어려워진 글로벌 경쟁 시대.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에 접어든 신일제약은 한국의 토종제약사로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을까.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홍재현 대표의 생존전략이 이래저래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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