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④] 연세대 호킹 신형진씨의 이야기 ... 어머니는 위대했다
[희귀질환치료 어디까지 왔나④] 연세대 호킹 신형진씨의 이야기 ... 어머니는 위대했다
[인터뷰] 희귀질환자에게 ‘희망의 시’를 쓴 이원옥씨

생후 7개월 만에 척수성근위축증(SMA) 판정 후 35년

2004년 미국 여행 도중 돌발 상황으로 중환자실 생활

호흡재활 치료 통해 20개월 만에 호흡기 떼

"치료법 있는데도 몰라서 방치하는 경우 많아"

"다른 환자들은 시행착오 덜 겪었으면 좋겠다"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7.11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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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희귀질환’에 대해 불치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은 그 종류만도 7,000~8,000여 종에 달하고 대부분이 원인을 찾기 힘든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온 전문의들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의술의 발달로 여러 질환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여러 재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관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단-관리 인프라 구축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2019년 현재 우리 사회는 희귀질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희귀질환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노인의료에 이어 ‘희귀질환’에 대해 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연세대 호킹' 신형진 씨의 어머니 이원옥씨.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기자님, 정말 하고 싶은 말은요. 알려져야 된다는 거예요. 고쳐줄 선생님도 있고 치료 장비도 있는데 그걸 몰라서 방치하다가 잘못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일단 숨만 쉬어도 위험하진 않으니 살만해요. 많이 알려져야 돼요. 기사 잘 써서 많이 알려지게 해 주세요.”

우리나라에 200명도 안되는 희귀질환 아들을 둔 이원옥 씨(73)는 이 말을 전하며 기자의 손을 꽉~ 잡았다. 뒷모습에서 지난 35년의 고단함, 그리고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보호자를 위하는 마음이 짠~하게 다가왔다.

이원옥 씨의 아들 신형진 씨(36)는 희귀성 근육병의 하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Spinal Muscular Atrophy)’ 환자다. 신씨는 2002년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해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휠체어에 앉은 채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어 컴퓨터를 작동하는 ‘안구 마우스’와 화상 키보드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의 도움으로 강의를 소화해 ‘연세대 호킹’으로 불린다.

기자와 만난 이날은 신씨가 5월 말 폐렴 증세로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에 입원한지 36일 만에 퇴원하던 날이었다. 어머니인 이원옥씨는 퇴원준비 관계로 분주할 텐데도 무려 2시간을 할애해 지난 35년간 자신과 아들이 겪은 파란만장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복받쳐오는 감정 때문이었으리라.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씨는 연신 눈물을 닦으면서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씨와 같은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주세요.”

 

퇴원준비를 마친 어머니 이원옥 씨가 아들 신형진 씨와 함께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다. 마치 희귀질환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Q. 처음 아드님 병을 인지하시게 된 건 언제인가요?

이원옥 여사(이하 이) : 태어나고 4개월 지나면서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처음 병원에 데리고 간 건 7개월 정도 됐을 때입니다. 아무리 어려도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움직임이 없는 거예요. 마침 그 당시 살던 곳 주위에 대학병원이 있어서 데리고 갔지요. 그때가 1984년이니까 우리나라에 우리 형진이가 앓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Spinal Muscular Atrophy)’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시점이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의사선생님도 일단 지켜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돌아와서 “얘가 왜 이러지, 얘가 왜 이러지”하고 있는데 가족들 중에 미국 가서 한번 진단을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하는 분이 계셔서 그 말을 듣고 그 어린 애를 안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어요.

그리고 미국에서 SMA 진단을 받았습니다. 염색체 결함으로 근육으로 전달해줘야 할 운동신경이 작동을 하지 않는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거지요. 주로 영아시기에 발병하는데 거의가 2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고 했습니다. 치료제도 없다고 하늘이 무너지고....   절망과 공포가 밀려 왔습니다.

지금이야 혈액검사만으로 SMA다 듀센형 근육병이다 다 진단이 되는데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게 35년 전 일입니다.

Q. 치료제가 없었다면 관리는 어떻게?

이 : 의료진 사이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병이다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이 몸이 덜 굳어지게 한의원 가서 침 맞히고 주물러주고 하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SMA 환자들은 호흡근육이 약해서 폐렴 관리를 잘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쓰고...

그래도 저는 미국에서 일찍 애가 왜 그러는지 진단받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몰랐으면 그냥 이유도 모른채 방치하다가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 거니까요.

Q. 아드님께서는 2002년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하셨는데 그 당시 ‘연세대 호킹’으로 알려지며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그런 몸 상태로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 너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 대부분 아프면 일단 체력도 달리고 결석을 너무 자주 하게 되므로 자연히 공부가 뒤로 밀리게 됩니다. 형진이는 초등학교 때는 몇 달씩 결석할 때도 있고, 심지어는 1년을 결석했는데도 학교에서 유급시키지 않고, 또 익숙한 친구들과 수업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결석을 해도 공부는 잘 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6년은 또 비교적 건강하게 결석 많이 하지 않고 더 잘 쫓아갔습니다. 제가 책장만 넘겨주면 머리에 그 내용을 사진으로 저장하는지 시험 성적이 좋았습니다. 특히 수학을 좋아하고 잘 했습니다. 친구들이 신기했는지 서로 짝을 하려고 해서 담임선생님께서 순번을 정해서 짝을 하게 했어요.

공부를 한다는 게 우리 형진이 삶의 이유가 됐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아프면 자존감도 같이 무너지게 되는데 하루하루 열심히 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 그렇지 않을 수 있었던 거지요.

우리 애 수학능력시험 볼 때도 사실 시험을 못 볼 뻔 했습니다. 당시에도 폐렴으로 열이 나고 도저히 시험을 볼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아 그래도 1년 더 기다리는 것보다는 어차피 봐야 할 시험이니 가서 상황이 안 좋으면 포기하더라도 일단 시험장에 가자 그랬어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서울지역 장애인들은 수능시험을 서울 여의도 어딘가에서 같이 모아서 봤어요. 그리고 우리 형진이는 특별히 저한테 답을 이야기해주면 제가 그걸 알아듣고 답을 체크할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셨어요. 왜냐면 다른 이유는 아니고 아무래도 아이가 발음이 불분명해서 처음 들으시는 분은 빨리 못 알아들으시므로 교육청에 탄원서를 내서 감독입회하에 엄마가 받아쓰는 것으로 양해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마치고 “이제 할 수 있는 것 다 했다”고 감사했지요. 그런데 또 성적도 좋아서 연세대학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Q. 공과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 중학교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달라고 하는 책들이 거의가 다 컴퓨터 관련 책이었습니다. 형진이처럼 눈과 입술만 움직이는 중증 장애인이 공과대학에 진학하는 일은 드물었어요. 서울대학교 이상묵 교수님께서도 “장애를 안고 있는 경우 주로 인문계로 진학하는 경우는 많이 봤는데 너처럼 공대에 입학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해주셨어요.

Q. 대학 입학 후 학업을 이어가던 중 가슴 철렁한 일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 제가 돌아보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 중의 하나인데요. 형진이 1학년 여름에 태국에 열흘 정도 갔었는데. 이때 몸은 불편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형진이도 여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가 좀 고생 더 하면 우리 아들도 다른 세상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에서 2004년 7월에 좀 더 욕심을 내서 형진이 데리고 미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제 친정어머니 그러니까 형진이 외할머니께서 팔순이셨거든요. 그런데 7월 8일 미국 도착하고 바로 다음날인 9일에 또 호흡이 끊어지고 동공 열리고.... 몇 분 만에 돌아오긴 왔는데 우리가 찾아간 미국 병원이 규모가 작아서 형진이한테 적절한 처치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어떻게 거기에 두 달은 있었는데 애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서울 올 길이 없더라구요. 갑자기 친구 한 사람이 생각나 절박한 마음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 친구 남편이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재건 전 의원이었는데 이 분이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리언 라포트 사령관과 친분이 있으셨거든요. 그래서 길이 없나 알아봐 달라고 했어요.

하루 있다가 전화가 왔는데 유 의원께서 미8군 사령부한테 전화해 이 학생이 이렇게 됐는데 데려올 방법이 없냐고 했더니 그 장군이 듣자마자 내가 꼭 책임지고 도와주겠다고 하셨대요. 어떻게 이런 길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마침 위싱턴에서 있던 회의 기간에 만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에게 로스앤젤레스 근교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대학생을 서울로 데려가고 싶다고 했더니 “그렇게 좋은 일 하면서 나한테 물어볼 필요 있냐. 의회에서 뭐라 그러면 내가 책임지고 내가 그 경비 내겠다”라고 말했다고 했어요.

하늘이 돕는 기분이었습니다. 괜히 제가 애 비행기 태워서 이렇게 됐다고 죄책감이 컸는데, 아 진짜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미군 전용기 타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2011년 신형진 씨의 대학졸업식. 2002년 입학 후 9년 만이었다.

Q.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신 건지요?

이 : 아 그것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해 가을 돌아와서 다른 대형병원에 입원을 했지요. 미국에서 특히 폐 상태가 안 좋아져서 호흡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곳에서는 치료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냥 현상 유지 치료만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는데 하루는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에서 워크숍에 다녀온 간호사 한 분이 워크숍 내용이 형진이와 맞는 것 같다며 여기(호흡재활센터)를 소개해 주시더라고요. 미국 중환자실에서 2개월, 다른 대형병원에서 18개월 만에 강남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6개월 만에 인공 호흡기를 뗐습니다.

강성웅 교수님 만나고 치료받고 2006년 8월 24일 퇴원했어요. 그날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2년 남짓한 시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Q. 좀 더 일찍 호흡재활치료를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요.

이 :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2006년에 여기서 치료받을 때 같이 입원한 보호자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우리 여기 사거리 나가서 ‘호흡 힘든 희귀질환 환자 있으면 여기로 오세요”라고 광고하자고요. 진짜 여기서 우리 아들 살렸습니다.

저희 환자나 보호자들은 의학 전문지식이 없으니 그냥 찾아간 병원 선생님들한테 의지하게 되잖아요. 그러니 의료진 분들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저희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어요. 서울 한복판에 살고 친척 중에 의사 분들이 계시는데도 1년 8개월을 그냥 허송했는데....  지방, 도서 벽지에 이런 환자들이 있으면 치료 방법이 있어도 도저히 알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금도 SMA가 뭔지 모르는 분이 많으니까요.

Q. 희귀질환일수록 빨리 진단받고 알맞은 치료방법을 공유하는 체제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이 : 맞습니다. 저희 희귀성 근육병 환자 보호자들이 한 달에 한 번 여기서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위로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요.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해요. “개선될 방법이 없으면 몰라도, 방법이 있는데 정보가 늦어서 증상이 악화되면 너무 안타깝잖아요.”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 주십시오.

이 : 희귀질환 걸리면 당연히 막막하지요. 그런데 이제 진단기술도 발달하고 이렇게 호흡재활센터처럼 관리 시스템도 발전하고 하니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했으면 좋겠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특히 의료진 사이에 이 질환들에 대한 인식 수준도 올라갔으면 좋겠고요. 저와 형진이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분들은 겪지 않고 잘 관리하고 일상생활을 잘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병은 알아야 살릴 수 있는 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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