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가 강조하는 동네병원의 중요성
대학병원 교수가 강조하는 동네병원의 중요성
[인터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이덕철 교수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 ... 해법은 일차의료 강화”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9.07.22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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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제가 당이 떨어져서 그러는데 사탕이나 초콜릿 있으신가요?”

지난 17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을지로입구 방향으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 객실 안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성은 많아야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그는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로 객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사탕과 초콜릿이 있는지 물었다. 그의 간절함과 떨림이 담긴 외침이 통했는지 고령의 한 승객에게서 사탕을 건네 받을 수 있었다.

“제가 당뇨가 있어서요. 고맙습니다.” 사탕을 받아든 젊은 남성은 감사함을 전하기 무섭게 허겁지겁 사탕을 깨물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령화 인구와 만성질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령화 인구와 만성질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보통 당뇨병을 두고 대부분 사람들은 노년기에나 찾아오는 질환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당뇨는 이제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만성질환 중 하나며, 이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성질환자 뿐만 아니라 고령 인구 증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OECD가 발간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60세 초반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었으나, 2015년에는 82.2세를 기록하며 최고령 국가 반열에 올랐다. 40여년 만에 기대수명이 20년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의 2배 속도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 수 만은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의료비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60년에 지출되는 노인 의료비는 약 390조7000억원으로 2017년 국가 총예산과 비슷하게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고 이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일차의료 강화가 떠오르고 있다.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주치의 제도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이덕철 교수를 만나 일차의료와 주치의 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가정의학 전문의로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 건강센터 소장,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우리나라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세대학교 가정의학교실 이덕철 교수.
연세대학교 가정의학교실 이덕철 교수.

 

“기형적인 모습 갖춘 우리나라 의료체계“

“우리나라가 제일 잘하는게 뭔지 아세요? 일이 터지면 수습을 잘한다는 겁니다.”

이덕철 교수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기 전 이 같은 말과 함께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급성기질환의 치료를 위한 첨단의료 지식과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지만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영역의 성과는 매우 뒤쳐져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암 발생 이후 5년생존률,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의 치료 성과는 OECD국가중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관리와 이들 질병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은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며,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OECD 국가 평균의 1.5배에 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의 기능과 역할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만성질환의 관리는 첨단 의료 장비나 기술 보다는 오히려 환자 교육과 상담으로 생활습관 개선과 혈압, 혈당, 지질을 목표 수치에 맞추어 치명적인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일차의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도 진행되는 노인인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비 상승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에 대한 올바른 의미 전달이 먼저”

이 교수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주치의 제도 도입을 거론하며 “일차의료와 주치의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의미 전달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일차의료는 흔히 숫자로 1차의료라 표기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지식 없이 단순히 처치를 하는 의료로 오해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 의약분업이 없던 시절, 약국에서 행하던 간단한 문진과 처방 그리고 조제를 일차의료라 생각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차의료의 오해와 불신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의료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가로 막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차의료가 ‘첫 번째로 중요하고 근본적인’ 또는 ‘어떤 것 보다 중요하고 주된 의료’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널리 알려 줄 것을 당부했다.

주치의 제도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치의 제도라는 말을 들으면 반강제적으로 의사에게 지정받아 진찰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 다만 이것은 주치의라는 말 때문에 생겨난 오해라는 것이 이 교수의 해명이다.

이 교수는 먼저 “주치의는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들의 모든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고 관리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차의료 의사”라며 “환자들의 모든 문제가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도록 건강 길잡이와 건강을 최적의 상태로 지키는 건강지킴이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치의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풀이했다.

이어 주치의 제도가 가지고 있는 오해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치의 제도라고 하니 환자들이 진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만약 주치의 제도를 본격적으로 제도화 하면 도입에 앞서 이와 관련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차의료 강화 위해선 주치의 제도·보험지불 개선돼야”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는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도 대응을 위해 일차의료 강화와 보험수가 지불 정책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이미 의료계 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지난 15년간 병상 수가 약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일차의료의 강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를 지적한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일차의료가 강화돼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주치의 제도 확립과 보험지불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치의 제도가 확립되면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들의 모든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차의료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치의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일차의료 의사가 고유의 업무만으로 자신의 수입이 적절히 보장 될 수 있도록 제도가 완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적 기술과 윤리 의식이 투철한 일차의료인 양성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수련이 필요하다”며 “전문과에 관계 없이 주치의 기능이 있는 일차의료인으로 진료하기를 원하는 의사들은 누구나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 지불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보험지불 제도는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의료행위로 인정되는 항목마다 수가를 매겨서 지불하는 방식이다. 행위별수가제는 단순해서 적용하기가 쉬우며 의료수가를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의료의 질보다는 양에 의해 보상액이 결정되다 보니 의료에 의해 얻어지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즉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하는 일차의료의 특성상 진료시간이 길어 질 수 밖에 없는 일차진료의사의 소득은 단과 전문의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지적한 이 교수는 “환자의 건강위험 평가와 치료 계획 그리고 이에 따른 만성 질환의 포괄적인 관리와 대면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보상해 주는 수가 개발이 시급하다”며 “이러한 제도는 의료서비스의 양적 보상에서 질적 보상으로 바뀌고 만성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예방과 관리, 그리고 궁극적으로 의료비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한 정책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일차의료 진료 형태의 개선과 함께 의료전달 체계에 대한 확립도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숙제다.

이 교수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의사의 탈진은 의료의 질을 낮추고 환자의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의료 과실과 의료비 상승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효율적인 만성질환의 관리와 함께 환자 상담과 교육, 그리고 효율적인 자문과 의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차의료의 팀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동료의사와 더불어 진료를 관리하고 조정해 줄 수 있는 코디네이터, 진료간호사, 전문상담인 등이 함께 팀을 이뤄 환자를 다루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

따라서 이 교수는 “팀 기반의 일차의료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 일차의료가 높은 질을 유지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차의료와 2~3차 의료가 가지고 있는 기능과 역할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일차의료가 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상 모든 문제를 다루고 관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2~3차 의료기관은 이들이 고도의 장비나 기술이 필요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신속히 진단하고 치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차의료의 기능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없이 건실히 자라날 수 없다”며 “의료기관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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