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동화약품] 한국제약산업의 시작 ... 122년 역사를 품다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동화약품] 한국제약산업의 시작 ... 122년 역사를 품다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7.23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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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동화약품 공장 전경.
동화약품 공장 전경.

 

우리나라 최초 현대 의약품 ‘활명수’ 개발

한국제약산업의 역사가 시작되다

1897년 개발된 국내 최초의 의약품 ‘활명수’.
1897년 개발된 국내 최초의 의약품 ‘활명수’.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부채표가 없으면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올해 창립 122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최장수 제약사다.

동화약품은 궁중선전관이던 민병호 선생이 1897년 서울 순화동에 설립한 ‘동화약방‘이 전신이다. 민병호 선생은 궁중 의약제조법에 서양의학을 접목시켜 현대적 개념의 ‘활명수‘(活命水)를 개발했다. ‘활명수‘는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활명수(活命水)는 그 이름답게 당시 급체 등으로 목숨을 잃는 시대를 사라지게 했고, 이것은 곧 한국제약산업 역사의 시작이었다.

활명수는 일제 강점기 독립에 기여한 약물로도 유명하다. 민병호 선생의 아들 민강은 동화약품 초대 사장을 역임하며 활명수를 팔아 벌어들인 돈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강은 현 동성중고등학교(당시 소의학교)와 서울대 약대(당시 조선약학교)를 설립하는 등 민족교육에도 힘썼다.

이 일로 일제의 탄압 대상이 된 민강 선생은 여러차례 옥살이를 하다 1931년 옥중에서 순국한다. 그의 순국은 기업 경영에도 위기를 불러왔다.

이때 나타난 구원투수가 윤창식 사장이다. 현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조부인 윤창식 사장은 1937년 사지에 몰린 동화약방을 인수해 1962년 상호를 ‘동화약품 공업주식회사‘로 바꿔 민족기업의 정신을 이어나갔다. 이듬해에는 장남 윤화열 사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고 1967년 활명수에 탄산을 넣은 까스활명수를 출시했다.

1973년에는 윤창식 사장의 3남인 윤광열 사장이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 윤광열 사장은 1976년 기업을 공개하고 이듬해 회장으로 취임했다. 윤 회장은 1980년 덴마크 레오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국민 상처치료제 후시딘 연고를 시장에 내놓으며 기업 역사에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동화약품이 현 윤도준 회장(67) 체제 아래 3세 경영에 돌입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다.

고 윤광열 회장의 장남 윤도준 회장은 경희대 의대 교수이자 정신과 과장으로 재직하다 부친의 부름으로 2005년 동화약품 부회장으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8년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른 그는 이듬해 사명을 지금의 동화약품으로 변경,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화약품의 역사는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다. 독립운동에 기여하고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제약산업의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와 기여도에 비해 오늘의 동화약품은 안타까울 정도로 쇠약해진 모습이다. 빈약한 매출도 매출이지만, CEO들의 잦은 교체는 한국 1호 제약기업의 현재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잦은 CEO 교체 ... 오너 경영에 큰 부담

동화약품은 윤도준 회장이 취임한 2008년 윤도준 회장과 동생 윤길준(62) 부회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접고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윤도준 회장과 호흡을 맞춘 첫 전문경영인은 43년간 동화약품에서 일해온 ‘동화맨’ 조창수 대표. 그는 연임 임기를 1년 앞둔 2012년 사임했다. 이후 2012년 얀센 출신의 박제화 대표, 2013년 한국화이자 출신 이숭래 대표, 2015년 일반의약품 사업부 출신 오희수 대표, 2016년 박스터코리아 출신 손지훈 대표, 2018년 질레트·존슨&존슨 출신의 유광렬 대표 등을 선임했으나 결과는 모두 중도 사임으로 귀결됐다.

베링거인겔하임 출신의 현 박기환 대표는 동화약품이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고심끝에 선임한 8번째 CEO다. 7번째는 지난해 12월 유광렬 대표의 사임으로 이설 대표가 취임했지만, 그는 공백기를 메우기 위한 임시 CEO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CEO들의 완주 여부다. 공식 선임된 CEO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악연’이 되풀이 되다보니 이번 대표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동화약품 안팎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만약 박 대표마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불운의 CEO’로 기록된다면 윤도준 회장은 물론 동화약품 역시 돌이키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동화약품=CEO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떠안게 된 윤도준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이래저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

 

20년 만에 단독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 윤도준 회장 한 발 물러나

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이 동화약품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원인으로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존재감 상실과 시대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보수적 기업 문화를 꼽는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탓일까.

지난 3월 윤 회장은 결국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임기 1년을 남기고 각자 대표체제에 방점을 찍고 전문경영인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단독 전문경영인 체제 가동은 2000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동화약품은 과거 1996년부터 2000년 5월 윤길준 부회장(당시 부사장)이 각자 대표로 취임할 때까지 황규언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이제 관심은 동화약품이 CEO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느냐, 아니면 책임만 부여하느냐에 쏠린다. 윤 회장이 대표직에서만 물러났을 뿐, 여전히 가족 경영의 중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회장은 사내이사 임기가 1년 정도 남아있는 데다 대표직 사임과 함께 장남인 윤인호 전무(35)를 사내이사에 올리며 가족경영의 끈은 더욱 조이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의 대표직 사임은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부여하기보다 CEO들의 잦은 사임에 따른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체제가 안정화되어야 지속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고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는 물론, 계획했던 4세 승계작업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화약품 관계자는 “윤 회장의 사임은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더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오너 4세 승계 준비 ... 일찌감치 외아들 낙점 

동화약품은 오래전부터 4세 경영을 준비해왔다. 그 중심에는 올해 3월 이사회에 합류한 윤도준 회장의 외아들 윤인호 전무가 있다. 윤인호 전무의 누나 윤현경씨(39)도 동화약품에서 상무로 있으나 후계는 일찌감치 아들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경영 수업은 윤현경 상무가 먼저 받아왔다. 윤현경 상무는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동화약품에 입사해 광고홍보실 실장, 커뮤니케이션 팀장을 거쳐 현재 더마톨로지 사업부 상무로 일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윤인호 전무는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해 2014년 CNS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2016년 전략기획실 이사, 2018년 상무이사, 그리고 올해 4월 전무로 승진했다. 윤 전무는 현재 비상장계열사 동화지앤피 대표이사와 공익법인 가송재단의 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업계는 동화지앤피가 4세 경영승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고 물린 거미줄 지배구조 ... 정점은 동화지앤피

동화약품은 계열사 및 특수관계사 간 순환출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 형태를 보이고 있다.

먼저 동화약품은 계열사 동화지앤피, 동화개발, 흥진정공에 대해 각각 9.91%, 33.81%, 29.5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중 동화지앤피가 동화약품에 대한 15.22%의 지분율을 가지고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동화지앤피는 동화개발과도 지분을 서로 나눠가지고 있는데 동화개발이 동화지앤피의 지분 19.81%를, 동화지앤피가 동화개발의 지분 46.07%를 확보하고 있다.

물고 물린 복잡한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지분이 많기 때문에 향후 4세 경영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출자 구조의 정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에 대한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동화지앤피는 까스활명수와 판콜 등에 사용하는 유리병을 동화약품에 납품하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화지앤피는 매출 254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28억원을 동화약품을 통해 올렸다. 지난 10년간 매출을 살펴봐도 절반에 가깝거나 절반 이상의 매출을 동화약품에 기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 가치를 키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동화약품 지배구조.
동화약품 지배구조.

동화약품 역시 많은 제약기업처럼 계열회사 등에 대한 우회 지배를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윤도준 회장은 동화약품과 동화지앤피에 대해 각각 5.13%, 8.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의 동화약품 지분은 동생인 윤길준 부회장(1.89%), 아들 윤인호 전무(0.88%), 딸 윤현경 상무(0.06%)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9.98%에 불과하다.

대신 윤 회장에게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 가송재단이다. 이 재단은 부친인 고 윤광열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던 2008년 4월 배우자 김순녀 여사(윤 회장 모친)와 함께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동화약품과 동화지앤피의 지분을 각각 6.39%, 10% 보유하고 있다.

윤 명예회장은 2010년 12월 동화약품 주식 전량을 가송재단에 추가로 증여하기도 했는데, 세금을 면제받는 공익법익을 이용해 증여세 부담을 없앤 것으로 풀이된다. 가송재단은 현재 윤도준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고 장남 윤인호 전무도 재단 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오너 일가의 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제약산업의 상징 최장수 기업 ... 새로운 도전에 직면

동화약품은 한국제약산업의 상징이다. 지금처럼 합성약물이 개발되지 않았을 때 급체에 특효를 나타냈던 당대 최고의 명약 ‘부채표 까스활명수’는 물론, 이름만 들어도 눈에 선한 ‘후시딘 연고’(피부질환제)와 ‘판콜에스’(종합감기약) 등 그동안 동화약품이 개발한 유명의약품은 한 둘이 아니다.

 

최장수 제약사답게 세계 첫 방사선의약품인 항암제 ‘밀리칸주’를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 7월 국산 신약 3호로 등재된 ‘밀리칸주’는 간세포암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때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출시된 우수한 효능의 신약에 밀려 지금은 역사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적어도 이때까지 동화약품은 화려했던 역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동화약품은 최근 10년간 최장수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더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지만 긴 역사에 견주어 보면 턱없이 왜소한 규모다. 소용돌이 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문약(처방약) 시장 육성 등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표) 동화약품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2153

2346

2234

2202

2135

2232

2375

2589

3066

영업이익

103

256

100

21

78

48

113

110

112

당기순이익

54

177

13

10

49

56

263

470

101

R&D비용

91

139

142

157

147

133

137

155

156

R&D비율

4.2

5.9

6.4

7.1

6.9

6.0

5.8

6.0

5.1

대신 동화약품의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제품군은 활명수류, 후시딘류, 판콜류 등 주로 일반의약품(OTC)이다. 활명수의 경우 명실상부한 동화약품의 효자 제품으로, 한 해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어섰지만, 나머지 품목은 존재감만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아무래도 OTC에 강점이 있다 보니까 관련 제품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며 “신임 박 대표님이 전문의약품 글로벌 전문가인 만큼 OTC와 ETC 사이의 밸런스 작업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비 투자비율도 하락세다. 2013년 매출액의 7%까지 투자했던 R&D 비율은 지난해 5%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저치다. 그 결과 동화약품은 올들어서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에서도 탈락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는 정부가 연구개발 등 제약사로서 ‘싹’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선정되면 세제감면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이와관련 동화약품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유하고 있던 파이프라인에서 사업성 부분을 검토하면서 떨어져나가는 곳이 생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구개발비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동화약품이 최근 10년 사이 경쟁기업들에 밀린 가장 큰 원인으로 변화와 혁신의 외면을 꼽는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오픈 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화약품을 오랫동안 지켜본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기는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다. 비단 그 회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기업의 흥망성쇠는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그것 역시 오너 하기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세 경영승계와 매출 증대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윤도준 회장. 그는 과연 122년 역사의 동화약품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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