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구 100만시대②] "치매는 함께 견뎌야 할 질환"
[치매인구 100만시대②] "치매는 함께 견뎌야 할 질환"
[인터뷰]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 10% ... 가파른 증가 추세

알츠하이머는 가장 대표적 치매 유형

"국가적 대응체계 구축 및 사각지대 살펴야"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9.07.29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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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치매는 암과 함께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61만명이 넘는 치매 환자가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의하면 불과 25년 뒤에는 4인 가구 기준 다섯 집 중 한 집에 치매 환자가 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치매인구 폭발시대를 맞는 것이다.
 
현장에서 치매환자를 만나온 전문가들은 치매란 이제 더 이상 특정한 환자 개인이나 그 가정 혹은 노인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정신적·경제적 비용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과 5년 뒤면 우리나라는 치매인구 100만 시대를 맞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치매문제 해결을 위한 시리즈를 마련했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기자]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치매 환자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치매란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저희 의료진이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상태를 되도록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맞은 치료 계획을 제시하는 것까지입니다. 생활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고 악화를 막는 것은 환자 자신과 보호자의 몫입니다.”

병원 진료실과 치매안심센터에서 일주일 내내 치매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양천구 치매안심센터장)는 인터뷰 내내 치매는 ’함께 견뎌내야 하는 병’이며 의료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이 질환에 대해 바로 알고 대응할 수 있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하 교수를 만나 치매란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7월 25일 목요일 오후 김 교수의 진료실에서 이뤄졌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양천구 치매안심센터장)

 

Q. ‘치매’하면 보통, 노년기 기억 상실로 일상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를 의미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김건하 교수(이하 김) : 예, ‘치매’의 정확한 정의와는 다른 점이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통용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치매(Dementia)’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사라진 것‘을 의미하는 퇴행성 뇌질환입니다. 병이 아니라 증상을 뜻하며 치매 증상에 이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던 사람이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능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돼 일상을 챙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치매를 망령,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노화 현상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들어 많은 연구를 통해 정상 노화현상이 아니라 분명한 뇌질환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보통 '알츠하이머'를 '치매'와 같은 의미로 쓰는 분들이 많은데, 치매 중 알츠하이머형 치매 비율이 많은 것은 맞지만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표현입니다.

 

치매는 퇴행성뇌질환 ... 알츠하이머가 80% 차지

치매의 원인

 

Q. ‘치매‘를 ‘좌골신경통’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군요. 좌골신경통처럼 증상은 같아도 원인은 ‘척추관협착증’, ‘이상근증후군’ 등 여러 가지인 것처럼. 

김 : 예 그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치매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많이 알려진 대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이며 보통 60%에서 많게는 8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봅니다.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가 15~20%, ‘루이소 체(Lewy body)’ 치매가 10~1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봅니다. 이외에도 뇌종양 후유증으로 인한 치매도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증상의 모습도 다릅니다. 현재 65세 이상 고연령층에서의 유병률은 10%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변형되어 축적돼 발생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혈관 질환과 관련이 깊습니다. 또한 당뇨병 전단계로 내당능장애가 있듯 치매의 전단계로 ‘경도인지장애’가 있습니다.
 

치매 전단계는 경도인지장애 ... 일상생활 할 수 있는 상태

정상 뇌와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한 뇌의 차이

 

Q.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요?

김 :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구분합니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란 뇌의 인지기능이 또래의 비슷한 학력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저하된 상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아직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보존돼 있어 치매라고 판정하지는 않습니다.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연구 결과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 1년 정도 방치하면 초기 치매로 접어들게 되고, 반대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고 생활습관을 바꾼다면 치매로의 진행을 막고 일상생활능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치매’는 65세 이상이더라도 건강관리를 잘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 나이대가 되면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발병 가능성이 비슷한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김 : 물론 연령 자체가 원인이기도 합니다. 나이 드는 것 자체가 가능성을 높이지요. 같은 충격을 받더라도 젊은 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복원되지만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복원력이 떨어지니 뇌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지요.

그럼 나이 든다고 다 생기냐? 그건 아니거든요. 이렇게 노화과정에서 복원력이 떨어진 뇌에 불규칙한 생활습관, 수면부족, 운동부족, 식습관 문제, 음주 등 여러 요인이 결합되면 발병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치매가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자연히 치매인구 증가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밀로이드 축적됐어도 치매 증상 없을 수 있어

치매의 진단

 

Q. 그렇다면 모든 치매 환자들은 뇌 손상이 있다고 봐야 하나요?

김 :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치매란 퇴행성 뇌질환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암의 경우에는 간암이면 간의 조직을, 위암이면 위의 조직을 떼어내 조직검사를 해서 병에 걸렸는지 판정하지만 뇌의 경우에는 치매 여부 판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신경심리검사(SNSB)등을 통해 발병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증상에 따라 뇌의 어떤 부위에 손상이 있을 거라고 예상을 했던 거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PET)이 보편화되면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인 아밀로이드의 축적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원인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PET를 통해 체내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것으로 확인된 모두가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는 물론 경도인지장애 상태의 환자에서도 아밀로이드가 쌓인 모습이 보이고요. PET 판독상으로는 아밀로이드가 분명히 보이는데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이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결과가 앞서 말씀드린 생활습관, 식이조절, 운동 횟수 등의 차이 때문에 나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들은 모두 아밀로이드 축적 증상이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아밀로이드가 축적됐더라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분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기전의 차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Q. 아밀로이드가 발견됐지만 아직 증상은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미리 선제적으로 치료하면 치매 발병을 막을 수 있겠군요.

김 : 그렇게는 볼 수 없는 것이구요. 가장 빈발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비롯해 현재 발견된 치매 치료제 가운데 임상시험을 통과한 것은 없습니다. 많은 약들이 임상 3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아밀로이드가 발견되더라도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단지 앞으로 치매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둘 뿐이지요.

 

고학력보다는 저학력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발병률 높아


Q. 성별, 지역, 소득수준, 학력 등 따라 특히 치매 발병률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김 : 일단 학력이 낮을수록 치매 환자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요. 학력이 높을수록 ‘인지예비능’이 더 높기 때문인데요.

인지예비능이 높다는 것은 대체로 학력이 높은 분들은 그동안 뇌 활동을 다른 또래에 비해 더 자주 해온 경우가 많아 인지에 문제가 똑같이 생겨도 이전에 했던 뇌 활동 덕분으로 그 상황에 다른 뇌 작용이 일어나 문제를 바로 해결해 치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학력이 높다고 해서 꼭 이전 시기의 뇌작용이 활발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환자마다의 뇌활동을 파악할 적당할 방법이 없기도 해서 학력이 높다는 것을 이전에 뇌작용이 활발했다는 의미의 변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학력이 높을수록 사회경제적지위(SES)가 높고 검진을 자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있습니다. 인지에 같은 수준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SES가 높을수록 빨리 병원을 찾아가기도 하고요. 국가차원의 치매 대응에서 복지 영역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는 것도 이 이유 때문입니다. 지역마다 치매 고위험군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상황 발생 시 가동할 수 있는 전달체계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치매가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를 보호하는 물질이 나와 치매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 의심증상 10가지

 

Q. 보통 선생님을 찾는 환자 중에는 경도인지장애 상태인 분들이 많으신지요? 치매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김 : 지난 10년 사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중증치매 단계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약간만 이상해도 진료실 문을 두드리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되도록 빨리 진단되는 것이 중요한 치매의 특성상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래도 SES가 높은 분들 사이에서 치매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아진 측면이 많고 저소득, 저학력층, 특히 독거노인 분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비해 혼자 사는 분들이 많아졌고 이런 분들은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기도 힘들고 인지했더라도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치매, 결코 남의 일 아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치매 진단 후 치료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 비교

김 : 치매가 사회적 문제인 이유는 한 사람의 발병이 가족,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나’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단 치매가 발병하게 되면 속도의 차가 있을 뿐 뇌 기능이 계속해서 저하되는 것은 맞지만 빨리 진단해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게 되면 24시간 동안 누군가 꼭 한 명은 붙어서 간호해야 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없더라도 앞으로 어떤 증상이 생길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2013년 문을 연 중앙치매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256개 자치구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는 등 치매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 노력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인프라 구축 노력과 함께 사각지대에 있는 치매 위험군들이 이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독거 노인이나 경제적 취약 계층 치매 환자의 경우 초기에 병원이나 안심센터를 찾는 경우가 거의 없고 중증기를 넘어 심각한 상황이 되어서야 참다 못한 주변인들의 신고로 경찰서에서 센터로 인계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또 이런 분들은 애써 센터로 모시고 와서 국가에서 검사비용이 지원되는 치매 선별 검사까지는 어찌어찌 진행하더라도 이후 병원진료 단계부터는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거부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권문제가 있으니 강제로 진료를 받게 하실 수는 없는데 의사 입장에서 이 분들을 방치하면 주위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발만 동동 구를 때가 많습니다. 또 중증 상태인 분들 중에 가족이 없는 분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치매 증상으로 당연히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마찬가지로 관리를 받기 힘듭니다.

‘치매’는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다른 병이야 의사가 제대로 진단하고 처치 잘 하면 나을 수 있는데, 치매는 의료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치매는 아직 “함께 견뎌내야 하는 병“입니다. 이 점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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