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면 살 수 있는 환자도 한국에서는 죽어 나간다"
"수술하면 살 수 있는 환자도 한국에서는 죽어 나간다"
대한뇌전증학회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 중간보고서 발표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 36만명 ... 당장 수술 시급한 환자도 3만7천명

단돈 50억이 없다? ... 살릴 수 있는 환자 수술장비 없어 발만 동동

"치매의 100분의 1만이라도 지원해야 ... "한국은 뇌질환분야 후진국"
  • 임도이 기자
  • 승인 2019.08.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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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기자]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 중 하나인 뇌전증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대한 치료 지원 예산의 필요성과 관련, 국립중앙의료원의 공공보건의료연구를 진행한 대한뇌전증학회는 8일 중간보고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료 자료를 근거로 한 학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 수는 약 36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약물로 완전히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무려 10만여명에 달한다. 특히 항경련제로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 가운데 당장 수술이 시급한 환자도 3만7225명이었다.

이들 중 여러가지 검사 후 수술 대상이 되는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는 2만2335명. 하지만 우리나라는 뇌전증 수술을 1년에 300건도 못하고 있는 참담한 실정에 처해 있다. 뿐만아니라, 매년 약 2만명의 뇌전증 환자가 새로 발생,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1년에 1500-2000건 이상의 뇌전전 수술이 이뤄져야 대기 환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또한 연간 1000건의 수술을 한다고 해도 현재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만 모두 수술을 받는데 수십년이 걸린다.

이렇게 수술건수가 적은 이유는 인력 부족 보다는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장비들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뇌전증학회의 설명이다.

학회측은 "치매, 뇌졸중과 같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뇌전증 수술의 완치율은 평균 71.6%에 달하는데 지원이 없기 때문에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사망률이 10배나 높고, 급사(急死)율은 27배 높다"고 안타까워했다.

학회는 "약물난치성 뇌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고 생명을 구하는 치료"라며 "뇌전증 수술의 지원과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뇌전증학회 조사결과 한국에서 현재 시급한 진단 및 수술 장비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뇌자도(MEG : magnetoencephalography)다. 뇌자도는 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자기(磁氣 magnetism)를 측정하는 최첨단 진단장비이다. 뇌파검사는 뇌표면의 굴곡과 두개골에 의하여 크게 왜곡되지만 뇌자도는 왜곡이 전혀 없고, 공간해상도가 뇌파검사에 비하여 10배 이상 높다. 

뇌자도는 뇌전증이 발생하는 뇌부위를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검사장비이며 전세계에 179대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일본, 미국에는 40대 이상 뇌자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단 한 대도 없어서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500만원 정도 자기 돈을 써가면서 일본 교토대학교병원에 가서 뇌자도 검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뇌자도 검사가 필요한 뇌전증 환자 수는 1년에 약 2500명으로 이들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3~4대의 뇌자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회측 설명이다. 뇌자도 한 대의 값은 약 30억원이다. 

둘째는 삼차원뇌파(SEEG)수술 로봇시스템이다. 이 장비는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것으로 SEEG 수술은 약 15년전에 새롭게 개발된 뇌전증 수술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뇌전증 수술의 70% 이상이 SEEG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SEEG 로봇시스템이 한 대도 없어서 1%도 못하고 있다.

로봇시스템 없이 맨손으로 하다 보니까 수술시간이 2배 이상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져서 수술 중에 뇌출혈이 발생하고, 전극이 다른 곳으로 들어가고,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 4월 현재 세계적으로 146대의 SEEG수술 로봇시스템이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SEEG 로봇 시스템 한 대의 값은 약 10억원이다.

셋째는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조그만 구멍을 뚫고 내시경적으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최신 뇌전증 수술에 사용한다.

이 장비는 뇌의 깊은 곳에도 접근이 가능하고 병변이 여러 개 있을 때에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서 레이저 열치료 수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뇌전증 수술의 약 20-30%가 레이저 열치료 수술로 이루어진다.

전세계적으로 215대의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한 대도 없어서 외국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의 값은 약 5억원이다. 

학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 4000명 이상이 매년 수술전 검사를 받지만 실제로 수술을 받는 경우는 300건도 안된다. 검사만 받고 마는 것이다. 이런걸 보면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이 앓는 뇌전증에 대해 한국은 확실한 후진국인 셈이다.

뇌전증학회는 홍승봉 명예회장(편견대책위원장)은 "50억원 정부지원만 있으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일본, 미국에 가지 않아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며 "치매에는 수조원이 지원되고 있는데 치매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수술로 치료될 수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여 쓰러져서 얼굴, 팔, 다리가 찢어지고, 골절, 화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다. 뇌전증 환자의 부모, 가족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의사들도 정부지원이 너무 없어서 절망감에 빠진다. 뇌전증의 발병율은 10세이하와 65세 이상이 제일 높다"고 현 상황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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