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일제약] 30대 젊은 경영인 ... ‘안과명가’ 재건 나서다
[제약회사 경영 리더십-삼일제약] 30대 젊은 경영인 ... ‘안과명가’ 재건 나서다
  • 곽은영 기자
  • 승인 2019.09.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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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는 그 기업의 상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기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하기에 따라서 기업이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너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풍부한 경영지식과 리더십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미래를 읽는 혜안도 필요하다. 올해로 122년의 역사를 아로새긴 한국제약산업의 더 높은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제약기업 오너(경영진)의 역량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에 위치한 삼일제약 본사 전경.
서울시 서초구 효령로에 위치한 삼일제약 본사 전경.

 

한국보건산업 발전 초석 다진 허용 명예회장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기자] 어린이 해열제 ‘부루펜’으로 잘 알려진 삼일제약은 외국기업과의 기술제휴 등을 통해 국내 제약시장에 안과 관련 치료제를 적극 도입, 안과치료제 시장을 개척해 온 제약기업이다.

해방 직후인 1947년 10월 고희익씨와 2명의 약사가 함께 서울 성북구에 세운 삼일제약이 그 시작. 이후 몇 차례 본사의 소재지는 바뀌었지만, 삼일제약이라는 사명은 72년째 그대로다.  

설립 첫 해 국내 최초의 효모제제인 ‘에비오제300정’을 생산한 이 회사는 1966년 ‘횃불표’를 회사 상표로 정하고 1969년에는 해열진통소염제 ‘부루펜’에 대해 영국 부츠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1987년 시판을 시작한 부루펜 시럽은 어린이 해열진통소염제 시장을 단숨에 휩쓸며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일제약을 대중에게 알리는 효자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현재 삼일제약을 이끌고 있는 오너가는 고(故) 허용 명예회장의 일가다. 1925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허용 명예회장은 서울대 약대의 전신인 경성약전을 졸업하고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약정국장 및 국립보건연구원 원장을 거쳐 1974년 삼일제약의 지분취득과 함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삼일제약 고(故) 허용 명예회장.
삼일제약 고(故) 허용 명예회장.

허 명예회장은 1963년 보건사회부 약정국장 재임 시절 약사법 제정 작업에 관여하고 제약업소 시설기준령을 강화하는 등 의약품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 수입 일변도였던 제약원료를 통제해 원료국산화에 새로운 기틀을 마련했던 그는 1966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마약유통 사건인 ‘메사돈사건’과 부정 항생제 파동을 척결하는 등 부정·불량의약품 추방에도 혁혁한 공적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국립보건원장 재임 시절에는 의·약사 국시제도를 개선하고 의약품, 화공약품 등의 장비 규격 표준화를 처음으로 마련, 이를 정부가 정식으로 채택하는 등 공직약사로서 한국보건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삼일제약 사장으로 제약경영에 뛰어든 이후 삼일제약은 안과시장에서 특화된 제약회사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애보트 등 해외 선진 제약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우수의약품을 국내에 공급하는가 하면,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안과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안과치료제 개척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현재 삼일제약은 포러스안연고, 오큐프록스안연고 등 다수의 안과용제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허 명예회장은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대한약품공업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제약산업 제도 개선에도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1996년에는 서송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참여했다.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홍조 근정훈장(1973년), 대통령 국민훈장 목련장(1988년)을 수훈한 그는 2014년 8월 9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안질환 파이프라인 강화 ... 오너 2세 허강 회장

삼일제약 허강 회장.
삼일제약 허강 회장.

허용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삼일제약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인물은 아들 허강(66) 회장이었다.

1953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허강 회장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유한양행 등에서 제약영업 및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다 1981년 삼일제약에 합류했다.

허 회장은 기획실 주임으로 회사 재직 중 학업에 뜻을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 1985년 삼일제약 영업관리부 차장, 1988년 마케팅 이사, 1990년 기획조정 상무이사, 1997년 대표이사 사장, 2002년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2004년부터 현재까지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허 회장은 재임 동안 미국의 화이자, 엘러간, 애보트, 유럽의 GSK, 베링거인겔하임, 떼아, 호주의 아스펜 등 다양한 글로벌제약사와 활발한 업무제휴를 체결해왔다. 특히 1991년 미국 엘러간사와 안과사업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삼일엘러간’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안질환 분야를 특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1984년 한국녹내장학회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후원을 이어오며 학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4년 감사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허강 회장은 공직생활을 한 선친의 영향으로 보수적이고 관리중심적이던 기존 조직에 변화를 주고 조직 문화의 체질개선에 힘써왔다”면서 “실무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고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개별 직원의 전문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3세 경영체제 확립 ... 허승범 부회장, 최대주주 올라  

삼일제약 허승범 부회장.
삼일제약 허승범 부회장.

허용 명예회장, 허강 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삼일제약의 경영권은 현재 허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 회장의 장남인 허승범 부회장(38)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3월 허강, 허승범 각자대표 체제를 완성했던 삼일제약은 지난해부터 허승범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1981년생인 허승범 부회장은 미국 트리티니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후 2013년 3월 대표이사 부사장, 이듬해 9월 사장으로 승진하고 지난해 부회장에 올라 지금에 이르고 있다.

허 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을 때부터 꾸준히 회사 주식을 매입하며 지배력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1년 회사 주식 9000주(0.16%) 매입을 시작으로 수차례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늘려온 허 부회장은 2017년 1월 허강 회장으로부터 주식 35만2941주를 넘겨받았다.

최대주주가 허강 회장에서 허승범 부회장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 이후였다. 당시 허 부회장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10만5832주를 추가로 확보해 총 72만8758주(11.21%)를 보유하게 됐지만 허강 회장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신주를 취득한 허 부회장의 지분율이 부친을 앞지르게 됐다. 허 부회장은 유상증자 이후에도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리는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허 부회장의 동생이자 허 회장의 차남인 허준범 CHC 사업본부 이사(34) 역시 지분 늘리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유상증자 참여는 물론, 올해 장내매수를 통해 현재 그의 지분율은 2.19%까지 늘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삼일제약은 최대주주 허승범 부회장(11.29%)을 중심으로 2대 주주 허강 회장(9.95%), 허 부회장의 조모인 이기정 여사(3,50%), 허 부회장의 모친이자 허 회장의 배우자인 이혜연 여사(3.34%)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율이 38.41%에 달한다.

 

삼일제약 지배구조.
삼일제약 지배구조.

 

수익성 해결 최대 과제로 부상  

올 상반기 매출 늘고 흑자전환 

삼일제약은 본격적인 오너 3세 체제에 접어들면서 경영권에서는 안정적 기반을 다졌지만, 다소 불안정한 수익성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삼일제약은 허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6년간 회계에서 이 회사는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각각 3회씩 기록했다. 특히 허승범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며 사실상 실권을 잡은 지난해에는 4년만에 영업손실을 내는가 하면 순손실 폭도 커지면서 수익성이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삼일제약의 매출은 941억원으로 전년(915억원)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86억원으로 전년(-13억원)보다 커졌다. 외형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회복이 최대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삼일제약 연도별 영업실적 및 R&D 투자 현황] (단위: 억원, %)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매출액

983

930

884

860

847

874

962

915

941

영업이익

5

-76

0

-72

-84

18

38

13

-57

당기순이익

20

-51

-39

65

-110

7

9

-13

-86

R&D비용

46

38

28

20

28

11

13

20

22

R&D비율

4.69

4.05

3.20

2.32

3.30

1.28

1.30

2.13

2.24

삼일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상대적으로 원가율이 높은 상품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해외 투자의 증가,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반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증가한 607억원을 시현하고 전반기 대비 전체적으로 주요 제품 및 상품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여기에 판관비도 크게 절감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안과 명가’ 재건에 대대적 투자

글로벌 안과제품 위수탁 1위 도약 목표 

삼일제약은 무엇보다 안과 명가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안과 품목 시장점유율 1위 탈환을 통해 안과 명가를 재건하고 주요 품목 라인업 확대를 통한 내과 사업 강화 등으로 매출 및 수익성을 개선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위해 삼일제약은 현재 cGMP, EU-GMP, KGMP, 베트남 GMP 기준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베트남 안과의약품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삼일제약은 위탁생산(CMO)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베트남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에 “신흥시장인 베트남을 기반으로 우리 제품 생산은 물론, 글로벌 안과제품 위수탁생산 1위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156억원을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과 안질환 제품 생산공장 설립에 투자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일제약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18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총 172억5000만원 정도다. 이 가운데 현재 베트남 안과 CMO 공장에 대한 현지법인 투자 및 시설자금 129억9000만원,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아람콜’ 임상2상b의 성공적 완료시 보수로 16억9000만원 등 운영자금으로 총 146억8000만원을 사용했다.

미사용분은 베트남 현지법인 투자자금으로 향후 계속해서 사용할 예정으로 올해 9월 현재 공장 설계 및 건설허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삼일제약은 전했다.

 

완치제 없는 지방간염 치료 신약개발에 올인

‘아람콜’ 개발 성공시 글로벌 기업 도약 발판 

삼일제약은 현재 2%대인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도 점차 높여 제약업계 평균인 7%대 안팎으로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R&D 비중 확대의 의미도 담고 있다”며 “연구개발을 강화를 통한 글로벌 기업 도약이라는 목표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일제약은 2016년 중앙연구소 소장에 영진약품, 신일제약 등을 거치며 20여년간 연구개발에 힘써온 이정민 박사 및 국내 간전문 제약회사인 파마킹의 사장을 역임한 곽의종 박사를 고문(현 사장)으로 영입해 R&D 역량을 강화했다. R&D 비용도 2015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안과 등 특화된 분야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삼일제약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신약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NASH) ‘아람콜’ 이다. 

삼일제약은 2016년 7월 이스라엘 갈메드사의 ‘아람콜’에 대한 국내 판매와 관련된 제반 권리일체 및 로열티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람콜은 지난해 말 임상2b상을 완료하고 현재 미국 FDA 임상3상 준비에 한창이다. 발매 목표는 2022년이다.

‘아람콜’ 임상2b상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간질환학회(AASLD) 주재로 진행된 ‘The Liver Meeting 2018’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과 NASH 분야에서 2018 최고의 연구 결과물로 선정된 바 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전 세계 NASH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5년 321억 달러(한화 약 3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NASH는 현재 세계적으로 시판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일제약이 아람콜 개발에 큰 공을 들이는 이유다.

업계는 아람콜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삼일제약이 자체 보유 신약을 판매하는 회사로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특히 아람콜 600mg 치료군은 섬유증 악화없는 NASH 해소 및 질환 악화 없이 섬유증 단계를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임상 3상의 중요 입증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때 국내 안과치료제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삼일제약. 30대 젊은 오너 3세의 과감한 투자와 열정이 삼일제약을 글로벌 안과특화기업으로 도약하게 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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