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망막병증, 쓸 수 있는 무기 많아졌어요”
“당뇨망막병증, 쓸 수 있는 무기 많아졌어요”
[인터뷰] 고형준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당뇨병성망막병증., 비증식성에서 신생혈관 생기는 증식성 단계로 진행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치료 등 새로운 치료 방법 많아져

정상 혈당 관리하고 정기검진 잊지 않으면 시력 잃을 가능성은 낮아
  • 서정필
  • 승인 2019.10.25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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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고형준 교수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고형준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 발병 자체보다는 발병 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비록 당뇨 판정을 받았더라도 혈당만 잘 조절하면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일단 당뇨 판정을 받았다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질환”이라는 것이 고형준 연세대 신촌세란브병원 안과 교수의 말이다. “혈당 관리는 발병 여부를 좌우한다기보다는 발병 시기를 늦추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물론 혈당 관리는 당뇨 환자라면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하며 혈당관리가 잘 된 환자들이 예후도 좋지만 혈당 관리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촌세브란스병원 러들로 교수연구동 연구실에서 고 교수를 만나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한 설명과 최근의 주요 치료 방법 그리고 환자들이 가진 대표적인 오해 등에 대해 들어봤다.
 

15년 지나면 거의 모든 환자 발병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고혈당으로 인해 일어나는 말초 순환 장애로 인해 망막에 발생한 합병증으로 당뇨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합병증 중 하나다. 당뇨 합병증의 특성상 한 번 발병하면 치료를 통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가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이미 당뇨 판정을 받는 순간부터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의 이행은 예비돼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관리를 하더라도 판정 후 15년 정도가 지나면 망막으로 이어지는 혈관의 기능이 떨어져, 산소공급이 어려워지게 돼 망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증식성 단계부터 시작, 증식성 단계로 진행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20세 이상의 성인에서 시력을 손상되게 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며 만성적인 고혈당 및 고혈압, 고지혈증이 당뇨망막병증을 발생시키는 위험인자다.

위스콘신 당뇨망막병증 역학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발생 15년 경과시, 1형 당뇨병은 97.5%, 2형당뇨병은 약 78%에서 발생한다.

 

비증식성 당뇨병성망막병증 환자의 좌안과 우안 사진
비증식성 당뇨병성망막병증 환자의 좌안과 우안 사진 (사진제공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학교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첫 단계는 ‘비증식성(Non-Proliferative)’ 단계다. 정확히는 ‘신생혈관’ 비증식성 단계라고 해야 한다. 망막으로 이어지는 혈관에 문제가 생겼지만, 아직 신생혈관이 나타나지 않은 단계다.

신생혈관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증식성(Proliferative)’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발전한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15년 이상일 때,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약 25%,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약 16%의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안저소견은 신생혈관, 유리체출혈 및 망막앞출혈, 섬유화증식 및 견인망막박리 등이 있다.

고 교수는 신생혈관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기존 혈관 기능이 떨어져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 망막에서 새롭게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식성 당뇨병성망막병증 환자의 망막, 유리체 출혈(왼쪽)과 망막 앞 출혈(오른쪽)
증식성 당뇨병성망막병증 환자의 망막, 유리체 출혈(왼쪽)과 망막 앞 출혈 (사진제공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학교실)

그러나 새롭게 생기는 신생혈관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망막이 건강하지 못하다 보니 새롭게 만들어진 혈관도 약할 수밖에 없어 제대로 역할을 하기도 전에 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고 교수는 “증식성 단계에서는 혈관이 터지면서 생기는 출혈로 인해 망막 중 시력을 관장하는 황반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며 “병이 점점 진행되면 시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시야에 까만 점이나 실 같은 것들이 떠다니는 ‘비문증’이 나타나며 사물의 중심부가 어둡거나 찌그러져 보이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증식성 망막병증에 대한 치료법은 ‘범망막광응고 치료(레이저 치료)’,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유리체강 내 주입술(anti-VEGF), 유리체절제술 등이 있다.

고 교수는 “환자가 내원하면 주로 레이저 치료와 안구 내 주사 치료 등 두 가지 치료로 병증의 진행을 막으려 노력하고 그래도 계속 악화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급격한 혈당 수치 변화와 저혈당은 망막에 더욱 안 좋아

고 교수는 당뇨 판정을 받은 뒤 되도록 빨리 정상 혈당 수치로 돌아가기 위해 심하게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환자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환자 중에는 당뇨 판정을 받은 뒤 불안감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식사량을 줄이고 하지 않던 운동을 몇 시간씩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러한 습관은 급격한 혈당 수치 변화 혹은 저혈당을 불러와 망막에 더욱 좋지 않다.”

고 교수는 또 “망막병증이 생긴 환자들 중에는 눈을 쉬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당뇨병성 망막병증 자체는 황반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어떤 단계에서도 시력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당뇨병성망막병증은 시신경 문제가 아니라 망막 혈관이 당뇨의 영향으로 줄줄 새거나 터져서 생기기 때문에 눈에 휴식을 주는 것과 증상 악화를 막는 것은 관련이 없다”며 “물론 혈당이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고혈당으로 망막으로 가는 혈관이 더 약해지기에 혈당 관리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시력에 영향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의 망막 사진 (사진제공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학교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시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 신생혈관이 출혈로 황반 주위에 고여 그 압력으로 황반이 붓는 증상으로 이를 당뇨병성 황반부종이라고 부른다.

고 교수는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꼭 증식성 단계가 아닌 당뇨망막병증의 어느 시기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될수록 당뇨황반부종의 빈도도 빠르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고 교수에 의하면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대한 치료는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는 전신적인 치료와 황반 국소레이저 치료, 유리체강 내 스테로이드 주사, 유리체강 내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 유리체절제술 등이 있다.

 

“쓸 수 있는 무기 많아져, 정기검진 성실히 받아야”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고형준 교수

당뇨환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내용으로 고 교수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해 우리가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지 않아 실명에 이르는 빈도도 상당했지만, 이제는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등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아져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다면 시력을 잃을 가능성은 낮다”며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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