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구충제 항암효과 임상 중 … 한국은 뒷짐만
외국은 구충제 항암효과 임상 중 … 한국은 뒷짐만
美·英 등 다수 국가 '펜벤다졸' 대신 '메벤다졸'로 임상

세포·동물 실험 논문 수십건 ... 안전성 및 효과 긍정적

존스홉킨스대학, 세계 각국에 '메벤다졸' 특허 출원
  • 이순호
  • 승인 2019.10.3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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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벤다졸 성분 제제 '파나쿠어'
펜벤다졸 성분 제제 '파나쿠어'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최근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큰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 국내에서는 정부와 학회, 약사단체 등이 나서 복용 중지를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죽음을 앞두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이 같은 권고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람에서의 항암 효과와 안전성을 모르는 건 정부와 전문가도 마찬가지인데 무작정 복용하지 말라고 하니 보이는 반응이다. 이는 '알벤다졸', '메벤다졸' 등 사람용 구충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이미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강아지용 구충제인 '펜벤다졸' 대신 화학 구조가 매우 비슷하고 사람용 구충제로 사용되는 '메벤다졸'에 대해 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암 환자들의 구충제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인데도 사태를 막기에만 급급한 국내 상황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美·英 등 다수 국가서 암 환자 대상 임상 진행 중

존스홉킨스대학, 세계 각국 특허 출원

미국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인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 Trial)에 따르면 미국(존스홉킨스대학·코헨소아의료센터), 영국(케어온콜로지클리닉), 이집트(탄타대학), 스웨덴(웁살라대학) 등에서는 '메벤다졸'의 항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진행 단계는 1~2상으로, 일부 임상시험에는 얀센(미국), 레포스파마(스웨덴) 등 제약사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에서는 신경교종, 스웨덴에서는 위암 또는 기원이 불분명한 암종, 영국에서는 서로 다른 기관의 진행성 암, 이집트에서는 4기 결장암 등을 대상으로 '메벤다졸'의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경우, 자신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뿐 아니라 중국·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에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에 대한 특허도 출원한 상황이다.

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에 뛰어든 이유는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과 달리 사람용 구충제인 '메벤다졸'은 그동안 다수 세포 및 동물 실험을 통해 적지 않은 레퍼런스가 쌓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벤다졸' 항암연구, 확인되는 임상 논문만 수십건
항암효과 긍정 평가 상당수

의학전문 논문 사이트인 '펍메드'(pubmed)에서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검색하면 수십건의 논문이 검색된다.

그중 최근 논문인 'Mebendazole as a Candidate for Drug Repurposing in Oncology'를 살펴보면,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 브레시아 대학 교수진이 작성한 이 논문은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와 관련된 그동안의 문헌들을 종합해 고찰한 것으로, 지난 8월31일 SCI급(SCIE) 학술지인 'CANCERS'에 게재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메벤다졸'은 몇몇 생체 외 실험에서 ▲튜불린 중합 ▲혈관 신생 ▲전 생존 경로와 같은 종양 진행과 관련된 광범위한 요인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생체 내 실험에서는 단일 제제 또는 화학 요법과 병용한 치료에서 종양 성장의 감소 또는 완전 정지, 전이성 확산의 현저한 감소 및 생존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이 확인한 일부 논문(Repurposing Mebendazole as a Replacement for Vincristine for the treatment of Brain tumors.)에서는 뇌종양 치료 시 '메벤다졸'을 항튜블린 제제인 '빈크리스틴'의 대체약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빈크리스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강아지 구충제인 '펜벤다졸' 대신 암환자 복용용으로 제시한 약물 중 하나다.

 

 

실제 암 환자 처방 사례도 있어

이 논문에서 눈여겨볼 점은 동물이 아닌 암 환자에게 '메벤다졸'을 처방한 2건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반복적인 수술과 방사선 치료 후 진행성 질환(오른쪽 부신 및 다발성 간 전이)으로 전이성 부신암에 걸린 48세 남성의 사례다. 의사들은 환자의 요청에 따라 '메벤다졸' 100mg을 1일 2회씩 투약했다.

그 결과, 간 전이는 처음에는 퇴행했으며 이후 19개월 동안 안정세를 보였다. 환자는 별다른 부작용을 호소하지 않았고, 삶의 질도 향상됐다. 그러나 24개월이 지나자 면역억제제인 '에베로리무스' 처방에도 질환이 다시 진행했다.

두 번째는 '카페시타빈+옥살리플라틴+베바시주맙'과 '카페시타빈+이리노테칸' 항암요법을 시행한 후 여러 부위(폐, 복부 림프절, 간)에서 진행 중인 전이성 결장암으로 고통받는 74세 환자의 사례다.

이 환자 역시 '메벤다졸' 100mg을 1일 2회씩 투약했다. 6주간 단일용법(monotherapy)으로 치료한 뒤 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폐와 림프절 전이는 거의 완전관해(near complete remission)에 가까웠으며, 간에서도 뛰어난 부분관해(good partial remission) 효과를 보였다.

환자의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다만, 간 효소가 일시적으로 상승해 치료를 잠시 중단했다가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 결과, CT 촬영에서 질환은 안정됐고, 앞서 관찰한 반응을 지속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메벤다졸' 구충제 사용 시 고용량 장기 복용하기도
안전성 높지만, 암 환자 임상시험 없어 연구 필요

'메벤다졸'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구충제로 널리 사용돼 온 만큼 안전한 편이라고 이 논문은 설명하고 있다. 다만, 아직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없는 만큼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조언한다. 

'메벤다졸'은 보통 1정당 100~500mg 용량이다. 복용량은 감염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백충은 100mg 용량을 한 번만, 회충이나 구충은 100mg을 하루 두 번씩 3일 동안 복용한다.

포낭충의 경우, '메벤다졸'을 장기간 고용량으로 복용한다. WH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중 1kg당 '메벤다졸' 40~50mg을 하루에 3번으로 나눠 최소한 3~6개월 동안 복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다방 포낭충인 경우에는 같은 용량을 최소한 2년 이상 복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저용량 요법에서 부작용은 복통과 불편, 헛배 부름, 설사 등이다. 고용량 치료 중 드물게 호중구 감소증과 골수 무형성증이 보고되기도 했지만, 며칠 동안 약물을 중단한 후 완전 회복됐다.

고용량 사용 시 드물게 탈모, 알러지 반응, 과민성으로 인한 가역적인 간 손상과 함께 간세포 효소 수치 상승 등도 보고된 바 있다.

동물 실험 결과, 일반적으로는 생식에 있어 유해한 결과는 보이지 않았으나, 생쥐 실험에서 배독성과 기형유발 작용을 보인 바 있어 임신 중 복용은 피해야 한다.

 

'메벤다졸' 항암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까닭은?

다수 연구와 논문이 '메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 건수는 다른 약물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논문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알다시피 '메벤다졸'은 가격이 저렴한 약물이다. 값비싼 다른 항암제와 달리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연구를 하려 해도,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를 받기 어렵다. 정부와 학술단체, 비영리단체 등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정보의 제한도 걸림돌이다. 다른 치료제들과 비교하면 '메벤다졸' 등 구충제의 항암 효과와 관련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술 단체 간 협업 또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새로운 증거를 수집하고 자료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그맨 김철민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펜벤다졸'을 4주간 복용한 뒤 통증이 반으로 줄었으며,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밝히면서 이 약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무분별한 사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펜벤다졸'은 어렵더라도 '메벤다졸' 같은 약물은 이미 사람에게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전문가들이 나서 연구를 주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는 임상시험뿐 아니라 특허까지 출원하고 있다"며 "정부와 전문가들이 지금처럼 뒷짐만 지고 있으면 차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더라도 국내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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