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빛낸 제약인④]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2019년을 빛낸 제약인④]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 곽은영
  • 승인 2019.12.11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재는 기업의 미래이자 국가의 자산이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마감하면서 올 한해 한국제약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모범적 제약인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연구개발(R&D)을 통한 혁신적 신약개발능력과 업계의 귀감이 되는 우수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인재들. 주어진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제약업이라는 한 울타리에서 공든탑을 쌓아올린 주역들이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한국제약산업의 밝은 미래를 본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기적의 역사를 쓴 사나이  

[헬스코리아뉴스 / 곽은영] 2002년 출범한 셀트리온을 20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키운 서정진 회장은 제약바이오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통한다. 관련 분야 전공자도 아닌 그가 어떻게 그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고 그룹을 일구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처럼 남아있지만, 풍만한 체구에 어울리게 ‘뚝심 경영‘ 하나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그는 한때 “사기꾼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맹이도 없는 벤처 기업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금이 몰리면서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매출 100억원도 되지 않을 때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어서는 등 일반 제약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뭘 믿고 저렇게 투자들을 하는 걸까?” “저러다 쪽박 차는 것 아냐?”라는 우려도 적지않게 나왔다.

그러나 미래 성장가능성 하나만을 보고 투자를 결행한 투자자들의 판단은 헛되지 않았다. 서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이 셀트리온을 업계 최정상의 궤도에 올려놓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 등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하나 하나 잠식해가고 있다. 모두가 서 회장의 선견지명에서 나온 작품들이다. 그는 이러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사업 시작전에 엄청난 분량의 의학·제약학 분야 서적을 독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배짱만 가지고 무작정 뛰어든 사업이 아니라, 오랜기간 준비를 했다는 얘기다.  

지난 1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인플릭시맙 성분 피하주사제 ‘램시마SC’ 역시 서정진 회장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2015년 유럽 판매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서 회장은 현지 의료진들 사이에서 인플릭시맙 성분 의약품에 대한 피하주사(SC) 제품의 니즈가 크다는 것을 파악하고 사내 연구진에게 직접 개발을 제안했다고 한다.

개발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링거로 2시간 동안 맞던 약물을 집에서 2분 만에 자가주사해 똑같은 효능과 안전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신약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의약품인 레미케이드(성분 인플릭시맙)를 개발한 글로벌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조차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 개발에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의 제품 개발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정맥주사 형태의 램시마를 피하주사제로 바꾸는 데 성공한 셀트리온은 램시마SC에 대해 EMA로부터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개념인 바이오베터 승인까지 받아냈다. 글로벌 신약개발기업으로 한 발 더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직접 판매를 통해 내년 2월 독일을 시작으로 3월부터 영국, 네덜란드 등 주요 시장에서 램시마SC를 순차적으로 출시, 내년 말까지 유럽 전역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 ‘램시마SC’.
셀트리온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 ‘램시마SC’.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서 강력한 포트폴리오 구축

서 회장은 램시마SC를 통해 서정진발 잭팟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램시마SC로 향후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약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체 시장 규모 50조원 가운데 20%에 달하는 것이다.

램시마SC의 판매 전략은 ‘프라임 시밀러’다. 프라임 시밀러 전략의 핵심은 자가면역질환 1차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가 고가의 2차 치료제로 넘어가기에 앞서 약효와 편리성이 검증되고 경제성까지 갖춘 램시마SC를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램시마SC는 TNF-α(종양괴사인자) 억제제 가운데 유일하게 IV-SC(정맥주사-피하주사) 제형을 모두 갖춘 듀얼 포뮬레이션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서 회장이 램시마SC를 통해 수익성 향상은 물론 전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자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 회장이 램시마SC에 이어 기대를 걸고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포트폴리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 ‘CT-P17’이다. 휴미라는 지난해 24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초 ‘CT-P17’의 EMA 시판허가 신청을 목표로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합성의약품 투자에 적극적 ... 종합제약사로 도약 목표

서정진 회장이 올해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이 올해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기초체력은 바이오시밀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과당경쟁 시대로 진입,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 회장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것은 에이즈 치료제, 치매 패치제 등 합성의약품 개발이다.

서 회장은 2015년부터 회사 내에 케미컬개발팀을 신설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지난 1월에는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케미컬의약품사업에 총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며 “올해 항체 바이오의약품과 에이즈치료제 등 케미칼의약품 전략제품을 양날개로 삼아 1400조원에 이르는 세계 제약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 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1) 감염 치료제 ‘테믹시스’다. 테믹시스는 두 가지 성분을 합성한 개량신약으로 기존 에이즈 치료제보다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미국 FDA로부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테믹시스정’ 판매 허가를 받고 올해 10월 판매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은 테믹시스에 이어 다양한 양성균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을 치료하는 항생제 복제약 ‘리네졸리드‘에 대한 미 FDA 허가도 받았다.

이밖에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회사 아이큐어와 함께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 패치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2020년 국내 허가가 목표다. 도네페질은 치매 치료제 가운데서도 효능이 뛰어난 성분이지만 고용량 투약이 필요해 패치제 개발은 어려웠다. 셀트리온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큐어의 경피약물 전달시스템 원천기술을 활용해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때 계열사를 포함 전체 시가총액이 65조원을 넘어서면서 재계 5위까지 올라섰던 셀트리온그룹의 서정진 회장(65). 비록 내년말 은퇴를 선언했지만, 아직은 청춘이라는 점에서 그의 도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은퇴 후에는 잠을 실컷 자고 '도시 어부'(TV 예능 프로그램)에 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다.”라는 그의 발언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
여론광장
오늘의 단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