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열어가는 첨단의료-중] 한국도 AI의사 열풍
[AI가 열어가는 첨단의료-중] 한국도 AI의사 열풍
  • 박정식
  • 승인 2019.12.3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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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만 하더라도 인공지능(AI)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래의 이야기였다. 이런 인공지능이 어느새 현실이 돼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AI는 특히 보건의료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의사 대신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의 의료정보를 입력하면 적절한 약을 처방해주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의사 대신 AI가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시대도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기술 어디까지 왔는지 3회에 걸쳐 조명한다.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AI가 부족한 의료인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의료용 AI 개발이 한창이다. 정부 역시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세계를 선도하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진행한 인공지능 사업 중 올해 눈에 띄는 성과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닥터앤서’ 이다.

 

왓슨 대항마 ‘닥터앤서’ 개발

닥터앤서 관상동맥 석회화 점수 진단 결과(왼쪽)와 뇌출혈 병변 유무 진단 및 정량분석결과 화면.
닥터앤서 관상동맥 석회화 점수 진단 결과(왼쪽)와 뇌출혈 병변 유무 진단 및 정량분석결과 화면. (사진=한국데이터중심의료사업단)

닥터앤서는 IBM의 왓슨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아산병원, 카카오브레인 등이 2018년 4월부터 개발에 나선 AI 기반 정밀의료 시스템이다. 진단정보·의료영상·유전체정보·생활패턴 등의 의료데이터를 연계·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는 질병 예측·진단·치료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2020년까지 35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의 목표는 한국인에 최적화된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8대 질환(심장질환·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뇌전증·심뇌혈관질환·치매·소아희귀난치성유전질환)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닥터앤서는 현재 시제품 단계까지 개발돼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등 11개 병원에서 심뇌혈관, 치매, 소아희귀유전질환 등 3대 질환에 대해 임상 적용 중이다. 지난 12일부터는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와 아산생명과학연구원 2곳에 체험관이 마련돼 건강검진 또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전예약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김종재 사업단장은 지난 12일 닥터앤서 체험관 개관식에서 “많은 환자들이 의료현장에서 닥터 앤서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국 의료기관에서 성능 실증을 통해 고도화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I, 의무기록 작성시간 단축

은평성모병원의 한 간호사가 11일 Voice ENR 병동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의 한 간호사가 음성인식 간호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의료용 AI는 의료진의 의무기록 작성시간을 단축시켜 줄 수 있는 해결책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AI 기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은 음성으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은평성모병원은 올해 11월 음성인식 간호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간호사들이 병실에서 간호나 처치를 하면서 말을 하면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그동안 간호사가 환자 간호 후 스테이션에 일괄 입력하다보니 기록 입력을 위한 시간이 늘어나고 업무가 과중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 시스템으로 기록 업무에 쏟는 시간을 줄였고, 결국 환자 간호와 소통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권순용 병원장은 “환자를 중심에 두고 의료진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라며 “의료데이터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하겠다”고 말했다.

 

항생제 처방하는 AI

3A는 AI기술과 다양한 임상데이터 학습을 통한 감염질환별 최적의 항생제를 추천한다. (사진=SK C&C)
3A는 AI기술과 다양한 임상데이터 학습을 통한 감염질환별 최적의 항생제를 추천한다. (사진=SK C&C)

고려대의료원과 SK C&C는 의사 대신 항생제를 처방하는 AI 항생제 어드바이저 3A(Aibril Antibiotics Advisor)를 개발하고 있다. 3A는 환자의 증상 및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항생제 종류, 처방 방법, 추천 근거 등을 의료진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선택적 항생제 추천 엔진, 채팅봇 프로토 타입 등의 개발이 마무리된 상태다. 의학논문 및 가이드라인 등의 데이터 구축도 끝났다. 조만간 3A 개발이 완료돼 의료 현장에서 본격 사용되면 항생제 처방의 전문성이 높아져 국내 의료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의료원과 SK C&C가 항생제 처방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항생제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회원국의 항생제 평균 소비량은 한국의 60%에 불과했다.

항생제 과용이 ‘슈퍼 박테리아’ 등 내성균 발현을 촉진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문제는 기초의료기관 의료진이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질병 종류와 상태에 최적화된 항생제 종류 및 용량을 일일이 검토해 처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3A가 상급종합병원을 넘어 1, 2차 의료기관에까지 확산되면 좀 더 전문적인 항생제 처방이 가능해져 치료 효과 개선, 항생제 오남용 방지 등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발휘

프랑스 소재 제약기업 CIO 연합 CEDHYS가 11월13일 뷰노 본사를 방문해 의료용 AI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뷰노)
프랑스 소재 제약기업 CIO 연합 CEDHYS가 11월13일 뷰노 본사를 방문해 의료용 AI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뷰노)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진단용 AI 프로그램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버즈폴은 올해 10월 중국 심천에서 열린 NTTDATA 지역예선전에 우리나라 의료 AI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서비스 모델과 시장성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버즈폴 최성원 이사는 “중국을 포함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도입의향서를 받은 업체들과 실제 계약 체결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국내 기업 중에는 최초로 가시적인 수출실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 AI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방문한 사례도 있다. 프랑스에 소재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의 비영리 연합인 CEDHYS는 지난달 13일 뷰노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뷰노 본사를 찾은 다국적 생명공학 회사인 비오메리으(bioMérieux)의 클로드 셍겔(Claude SENGEL) 디렉터는 당시 “의료 AI 솔루션 기업인 뷰노의 기술력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본사 방문을 요청하게 됐다”며 “이번 방문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12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9 북미영상의학회(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RSNA)에서는 국내 의료용 AI가 큰 관심을 끌었다. 

학회에 참석한 루닛은 의료용 AI를 활용한 주요 임상 연구 결과와 기흉, 결핵 등 흉부 이상 검출, 유방촬영술 분석, 전립선암 진단 연구 등 7개의 최신 연구 초록을 발표해 학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의료 AI 프로그램을 직접 시연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부스를 마련해 연구성과와 향후 비전을 공개했다.

뷰노 정원모 연구원은 “딥러닝 기반 전립선암 자동 분할 mp MRI 진단기술은 전립선암 조직의 전체 절제가 불가피했던 치료과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의료AI 기술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한국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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