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⑦-끝] “소아응급치료,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갖춰야”
[소아진료 이대로 좋은가?⑦-끝] “소아응급치료,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갖춰야”
[인터뷰] 김도균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 서정필
  • 승인 2020.01.15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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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소아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에서 두 살 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 박 모씨는 지난해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출근을 준비하던 지난 가을 어느 월요일 아침, 잘 놀던 아들이 넘어지며 침대에 부딪쳐 이마가 찢어진 것이다.

“우선 외과를 가면 된다고 생각해서 아내와 함께 급히 준비해서 동네 외과를 검색해서 찾아갔지요. 단순히 찢어진 것이니 소아청소년과에 가도 처치를 받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어디든 외과나 소아청소년과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은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 시내임에도 불구하고 동네 병원 어디에서도 처치를 받을 수 없었다.

“피는 계속 흐르고, 참 막막했어요.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어떤 분께서 아이들은 보통 병원에서는 처치가 힘드니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센터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박 씨의 아들은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아서야 제대로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자동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두 살배기 박씨의 아들이 서울대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지키는 김도균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박씨 아들의 치료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 소아 응급 진료의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제 소아전문응급센터를 가장 많이 찾는 게 박 씨의 아들 같은 만 2세 미만의 경상 환자”라며 “동네 병원에서 처치를 받기 힘들었던 것은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라, 의료진의 소아 진료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고 병원의 시설도 성인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 아이를 치료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스스로 이야기할 수 없는데다가, 모든 처치 과정에서 성인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에 일반 병·의원에 응급 소아환자의 치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김도균 교수가 소아응급실에서 소아진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마다 소아 응급 환자들이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는 전문 치료시설이 있어야 하고, 그 수요에 맞게 소아응급의료 전문가들도 배치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10년 적절한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가 지연되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던 대구 장중첩증 환아의 안타까운 사건 이후에도, 치료시기를 놓쳐 되돌릴 수 없는 장애를 안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 일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상황 발생 뒤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적고 의료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의료취약지역의 경우는 안타깝게도 사각지대가 더 넓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딴 뒤, 소아응급환자들에게 적절한 진료를 하기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과정까지 밟은 김 교수는 ‘아직 멀지만 가야 할 길’이라며 소아응급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아응급환자 위한 공간과 장비부터”

소아의 연령과 신장별로 처치가 가능한 소아전용 응급카트.

김 교수는 우선 시설과 장비의 중요성을 들었다. 촌음을 다투는 응급 진료의 특성 상 바로 바로 소아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과 장비의 확보는 이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키를 이용해 몸무게를 추정하고 이에 맞춰 장비의 크기와 약물 용량 선택을 도와주는 소생술 테이프 및 색깔로 구분된 서랍을 갖춘 소아전용 응급카트를 보여주었다.

“응급 상황에 빠진 소아 환자에게 사용할 장비의 크기를 잘못 고르거나 약물 용량을 잘못 계산하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소아소생술 테이프를 이용하면 약물 오류나 장비 선택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별도의 시설과 인력을 갖춘 소아전용응급실이 아니더라도 소아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응급실에서는 소아응급 환자를 보기위한 기본적인 장비와 기구를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생술이 필요한 소아응급환자는 어떤 응급실에도 찾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아전용 응급카트 서랍안에 다양한 처치가 가능한 의료 장비와 기구가 갖추어져 있다. 

김 교수는 소아 환자에 필수적인 장비와 기구를 갖추는 것이 소아응급 진료의 사각지대가 줄이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24시간 소아응급 전담전문의 진료가 가능한 소아전용응급실은 2011년부터 지정되어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분당차병원 ▲길병원 ▲명지병원 ▲울산대병원 ▲계명대학교동산병원 ▲서울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10곳이 운영돼 왔다.

서울대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음압병상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특히 야간과 공휴일의 소아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진료 수준은 확보되었지만 소아전용응급실 지정만으로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있었다. 소아전용응급실 지정이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고, 특히 경증 환자 집중으로 인한 소아중환자 진료 공백의 문제 및 기본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소아응급중환자의 적절한 수용의 어려움 등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

이에 2016년 정부는 소아응급중환자를 적절하게 진료할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기로 하고 소아전용응급실을 운영해 온 10개 병원 중 전환 희망 신청을 받았으며 지난해까지 ▲서울아산병원 ▲분당차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3곳이 운영돼 오다가 지난해부터 서울대병원과 길병원이 합류해 모두 5곳이 운영되고 있다.

김 교수는 “소아전용응급실에서 소아전문응급센터로의 전환 사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지정 요건 중 개별 병원이 감당하기 힘든 조건(주로 인력 관련)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소아’와 ‘응급’, 두 분야에 대한 전문성 갖춘 인력 필요

서울대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 출입구.

김 교수는 “‘소아’와 ‘응급’, 두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의료진의 확보도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응급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서는 질병 뿐 아니라 외상과 중독 등 여러 소아 환자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소생술 등 응급상황 대처 능력이 모두 요구되는데, 이 두 가지 역량을 모두 갖춘 전문 의료진이 그 수요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통 응급의학과에서는 내과적 질병 관련 진료에 취약하고 소아 환자의 특성을 잘 모르거나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측면이 있고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외상이나 중독 관련 진료에 취약하고 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나 밤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다.

김 교수는 “이러한 어려움이 임상 과정에서 실제로 존재했기에 관습적으로 내과적 질병은 주로 소아청소년과에서, 외상이나 외과계 환자는 주로 응급의학과에서 주도적으로 담당해 왔다”며 “하지만 전공의 위주의 응급 진료 패턴이 변화하면서 이제는 질병과 외상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소아응급 환자를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종합적인 소아응급 전문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아응급의학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두 분야에서 모두 전문의 자격을 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서는 일정 기간의 소아응급실 몰입 근무와 지정된 워크숍 이수 등 정해진 수련 기준을 충족하고 필기 시험을 통과한 경우 세부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소아응급 세부전문의 제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이 소아응급 세부전문의 안(案)은 대한의학회에 제출돼 검토 단계에 있다.

 

보호자 대상 응급 대처 교육도 이뤄져야

김 교수는 부모 등 보호자 대상의 응급 상황 대처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소아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에는 급하게 응급실을 오지 않고 다음날 동네 의원에서 진료받아도 괜찮은 환자들이 꽤 있다”며 “흔한 소아 응급 상황에 대해 보호자 대상의 기본 응급 처치 교육이 필요하고 응급실 이용에 대한 보호자들의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며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 소아응급 환자에 대한 의료자문 서비스도 더 확대되고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발열이라도 아이의 나이나 상태에 따라 급히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와 집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다음날 병원을 찾아도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적절한 상담서비스 부재와 두려움 등으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일단 응급실부터 찾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이러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과거 비해 소아응급분야가 막 자리잡기 시작하던 단계에 비해 소아응급분야에 종사하고자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국내 소아응급 수준은 이제 걸음마단계를 막 벗어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1세대 소아응급의학 종사자들의 바램은 응급 상황에 빠진 아이들이 어느 응급실을 방문하더라도 안전하게 초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 내에 기본적인 소아응급 인프라를 갖추는 것입니다. 기존에 소아응급 환자 진료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셨던 소아청소년과의 계속적인 관심도 필수적이며, 또한 응급의료를 책임지려는 응급의학과의 소아응급에 대한 새로운 리더십도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으로서 소아응급의학의 역할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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