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은 신약개발 코로나19에 발목 잡히나
탄력받은 신약개발 코로나19에 발목 잡히나
제약업계, 영업이익 감소에도 R&D 투자 늘렸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1조8천억대 손실 전망

"자금줄 막히면 신약개발 동력 꺼질 수 있다" 우려

제약협회, 약가인하 유예 등 정부에 지원책 주문
  • 이순호
  • 승인 2020.04.13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업계의 R&D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훌쩍 늘어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중 상당수는 긍정적인 연구 성과를 보이며 상업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수 제약사가 임상시험에 진척을 보이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역량이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관련 학회와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는 최근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표적 항암 신약 'GC1118'의 임상 1b/2a상 중간결과 초록을 연례회의 발표 주제로 채택했다.

'GC1118'은 대장암 환자의 과발현된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타깃하는 표적 항암제다.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유발하는 EGFR과 결합해 암 증식을 억제하는 동시에 면역세포를 불러들여 암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ASCO가 발표 주제로 채택한 이번 연구는 'GC1118'과 이리노테칸(Irinotecan) 또는 폴피리(Folfiri) 등 기존 항암 화학요법을 병용투여한 임상시험 결과로, GC녹십자는 이번 ASCO에서 포스터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 GC녹십자 의학본부장은 "이번 연구에서 기대 이상의 종양평가 결과를 확인해 향후 임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며 "병용투여를 통한 항암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후속 임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유한양행은 다국적제약사 얀센으로부터 자사가 기술수출한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의 첫 번째 단계별 성공보수(마일스톤)인 3500만달러(약 432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다.

마일스톤은 개발 진척도에 따른 성공보수로, 일정 단계에 도달할 때마다 지급한다. 이번 마일스톤 지급은 '레이저티닙'이 임상시험에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만큼 유한양행이 진행하는 국내 임상시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활용해 성공적인 개발을 이끌고 있는 3세대 돌연변이형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 폐암치료제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고, 올해 2월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시험은 전 세계 17개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27개 병원에서 환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 제일약품은 지난달 유럽의약품감독국(EMA)에 자사가 개발 중인 경구용 제1형 당뇨병 신약 'JP-2266'에 대한 임삼시험계획(CTA) 자료를 제출했다. 현재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로, 올해 상반기 안에 유럽에서 임상1상 시험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JP-2266'은 인슐린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으며, 동시에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 경구용 제1형 당뇨병 치료 신약이다. 다양한 동물모델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식후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인슐린 주사 투약 대비 동등 이상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반복 투여에 의한 당화혈색소(HbA1c) 감소 효과도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했다.

이미 전임상 단계부터 글로벌 빅파마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정도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약물이다.

지난해 상반기 유럽 EMA로부터 제1형 당뇨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은 렉시콘(Lexicon)의 '진퀴스타'(Zynquista)와 달리 동물실험에서 '베타케톤'이 발생하지 않아, 향후 유럽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이 밖에 일동제약은 최근 독일 신약연구개발 전문회사 에보텍과 손잡고 신약 개발에 나섰으며, 종근당은 자사의 첫 바이오 신약인 차세대 항암제 이중항체 후보물질 'CKD-702'의 임상1상에 돌입하는 등 다수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익성 하락 불 보듯 뻔해
R&D 비용 부담에 신약개발 동력 잃을수도
"약가인하 유예 등 지원 정책 필요"

이처럼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에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허리띠를 잔뜩 졸라맨 상황에서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경우, 제약사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R&D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산업은 '기술집약적 연구개발 투자형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제조업 중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일반 제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액의 3~4%에 불과하지만, 제약산업은 10% 이상이다. 신약 개발을 집중적으로 진행 중인 기업은 매출액의 15~20% 정도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셀트리온 ▲한미약품 ▲GC녹십자 ▲대웅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일약품 ▲광동제약 등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순위 상위 10위권에 오른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를 살펴보면 총액은 1조2386억원으로 전년(1조1136억원) 대비 11.2% 증가했으며, 매출액 대비 비중은 11.7%로 전년(11.5%)보다 0.2%p 늘었다. 

이들 제약사 중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등은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R&D 투자를 늘리며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은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데다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그 영향이 더욱 클 전망이어서 제약사들의 R&D 비용 마련에 대한 부담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로컬 병원은 처방 건수가 크게 줄었지만, 수개월 분의 장기 처방이 이뤄지면서 그래도 선방했다"며 "그러나, 종합병원 쪽은 성장률이 크게 줄었다. 비급여 시장도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요즘 환자 모집이 어려워 임상시험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가운데 자금줄까지 막히면 신약 개발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의 우려가 커지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현 상황은 개별 제약사가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제약산업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약가 인하를 유예하고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최대 46% 급감해 제약산업에 올해 최소 1조80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매출 감소는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 위축, 고용 감소 등 기업 경영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협회는 보고 있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유행으로 원료 수급 불안, 환율 상승이 맞물려 원재료비가 오르고 있는 점도 산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원재료비가 25% 상승할 경우 약 1조700억원의 비용 지출을 추가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보건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공재 성격도 있는 만큼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
오늘의 단신
여론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