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 파업, ‘젊은 의사들’에게 한 수 배워야
[사설] 의료계 파업, ‘젊은 의사들’에게 한 수 배워야
여의도집회 참가자 대부분 의대생과 전공의

씨알도 안 먹힌 의협 총파업 ‘피로감만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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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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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지난 14일 의료계 1차 파업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가 오는 26~28일 2차 파업을 예고했다. 최대집 회장은 이날 크레인 결의문을 통해 “3일간의 2차 파업에도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무기한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 했다. 행사 말미에 결의문을 낭독한 최 회장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단호하면서도 엄중했다.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반드시 막아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번 파업이 얼마나 약효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물론, 의사들의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 바라보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사파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의사수 확대 여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 주최 여의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수도권 지역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 주최 여의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만 가득한 집회 현장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파업은 정부는 물론, 국민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한 이번 ‘전국의사총파업’은 13만 의사가 하나가 된 것이 아니라, 개원의들을 하나로 묶는 것도 실패했다. 본지가 1차 파업 당일 아침, 서울 마포구 일대 개원가를 둘러본 결과 많은 개원의들이 8월12일~16일 사이를 여름휴가 기간으로 정해놓고 휴진을 하고 있었다.

명분은 ‘여름휴가’지만 “오늘 열리는 여의도 집회가 만만치 않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빗나간 예상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10분부터 시작된 의협 주도의 여의도 집회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이 모였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의대생들과 수련병원 전공의들이었다. ‘전국의사총파업’이 아니라, 마치 지난 7일 개최된 대한전공의협의회 주도의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 현장 같았다. 당시 행사에도 많은 의대생들이 참석, 힘을 보탰지만, 주축은 전공의들이었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14일 1차 파업과 관련, “전체적으로 의대생과 전공의가 참석자의 80%를 넘어 보였다. 개원의들은 행사장 뒤쪽에 몇 명씩 모여 서 있거나 행사장 중간 중간에 지역단위 의사회 별로 깃발을 들고 3~10명씩 모여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나마 수도권 지역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이번 1차 여의도 파업에는 경기도와 인천 지역 개원의들은 거의 참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 구의사회 소속 개원의들이 지난 14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 현장에서 소속 의사회 깃발을 들고 있다.
서울지역 구의사회 소속 개원의들이 지난 14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 현장에서 소속 의사회 깃발을 들고 있다. 주변에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자리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경기도의사회 집행부 간에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름휴가’ 안내문을 내건 많은 개원의들이 파업 대열에서 이탈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의협 집행부 상황 오판 되돌아 봐야 

이번 파업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의협 집행부의 오판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의협은 지난 7일 전공의 중심의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이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이때부터 전국의사 총파업에 대한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시도별 의사회 성명과 학회별 성명이 잇따른 가운데, 의협은 파업이 임박한 지난 12일 “전국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의 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소속 의사들이 14일 전국의사 총파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히는 등 파업 분위기 띄우기에 바빴다.

이날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젊은 의사들의 열기가 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대생, 전공의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의 전임의들도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개원가와 교수사회의 선배들도 응답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14일 열린 총파업 현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보이지 않았고 의협의 주축인 개원의들도 소수에 불과했다는 것이 현장 취재기자들의 전언이다.

 

‘성공적 파업’ 원한다면 집토끼부터 단속해야 

의협은 젊은의사들의 단체행동에 심취해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한다. 단체행동이 성공할 수 있는 변치 않는 비결은 단 하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의협이 전제조건을 달아 2차 파업과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지만, 지금처럼 개원의들이 뭉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부를 움직이기 어렵다. 집토끼부터 단속하는 것이 우선이다.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개원의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의료계 파업을 ‘밥그릇 지키기’로 바라보는 따가운 여론을 바꾸는 것 또한 요원하다.

의협은 이참에 조직의 매운맛(?)을 보여준 젊은의사들의 단체 행동에서 한 수 배우기를 바란다. 사상 첫 대규모 파업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일사불란하고 그들의 외침에서는 호소력과 설득력이 엿보인다. 지난 7일 하루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온 젊은 의사들의 헌혈 릴레이 캠페인은 참신함을 넘어 지혜롭기 까지 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정부가 이번 의사파업으로 정책을 조금이라도 수정한다면 그것은 오롯이 젊은 의사들 덕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사사건건 정부정책에 날을 세우는 모습은 의사회원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피로감만 누적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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