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본인부담 차등제 필요하지만 …
진료비 본인부담 차등제 필요하지만 …
  • 노영조 논설주간
  • 승인 2011.03.21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벼운 증세에도 대형 종합병원을 찾는 것을 두고 딱히 ‘과잉 의료소비 행위’라고 못박기는 어려울 듯하다. 안전하고 질 높은 치료를 원하는 게 의료소비자 모두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기 같은 경증환자조차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지방의 환자들이 서울의 몇몇 상급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은 자칫 우리나라의 의료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해 매우 우려스럽다.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인 행위이겠지만 사회전체로는 불합리와 낭비를 낳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기관에 따른 환자 쏠림현상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의 한계에 이르렀다. 보건당국(복지부)이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증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올리고 동네병원에서 치료받는 만성환자의 부담금을 내리는 본인부담금 차등화 정책을 내놓은 것은 어찌 보면 이처럼 왜곡된 환자 쏠림현상을 바로잡으려는 고육지책인 측면이 강하다.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분석한 ‘2009년 지역별 의료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암 환자들의 서울지역 의료기관 선호현상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지역 의료기관 암 환자 진료수입 중 57.6%가 지방환자일 정도로 심각하다. 수도권 내에서도 일부 대형병원으로의 의료집중화 현상이 심화되는 등 규모에 따른 양극화 현상마저 나타난 지 오래다.

심평원 분석 결과 의원급 동네병원에서 외래 진료가 가능한 감기환자 중 15%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서울의 대형 병원은 의료의 질이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기대심리가 지역간, 의료기관간 환자쏠림 현상의 큰 요인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일부 과목의 경우처럼 수술 의료진이 없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이송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살던 집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한 사람들이 곧 그 집의 크기에 적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번 대형병원을 찾은 의료소비자는 그 후 사소한 질환에도 대형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만족한다.

생물학과 진화심리학, 경제학을 종횡하며 소비자의 상품선택심리를 분석해온 로버트 프랭크 미 코넬대 교수는 저서 ‘사치열병’에서 ‘높은 서열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가 소비를 대변한다고 주장했는데 프랭크 교수의 논리는 우리사회의 대형의료기관 선호현상을 분석하는 데 유효할 것 같다. 명품이든, 의료서비스든 소비의 본질은 결국 주관적 만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 부담금 인상만으로 환자 쏠림 현상을 시정하려던 당국의 발상은 너무 순진했다. 대형병원에 대해 경증환자나 초진환자를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단순하기는 매 한가지다.

‘의료기관간 기능재정립’을 위한 계획에는 기존에 거론됐던 주치의 제도 도입 등 1차 의료기관 활성화방안이 우선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환자들이 동네 병원에 대해 신뢰를 갖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다음 대형병원 본인 부담금 인상안을 검토하는 것이 순리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관련 기사]

-. 대형병원 환자 약값 본인부담금 인상안 보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
여론광장
오늘의 단신